오시영의 세상의 창-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인과 좀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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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인과 좀팽이
  • 오시영
  • 승인 2017.09.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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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7년 9월, 대한민국은 걸쭉한 국물이다. 지리를 끓이려던 요리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온갖 잡탕 양념들이 무분별하게 첨가하여 무슨 맛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국물 형국이다. 생선매운탕과 대조되는 지리탕처럼, 맑고 순수한 맛을 되찾아야 한다. 지리라는 말이 일본어라며 싱건탕 또는 맑은탕으로 순화하자고 하지만, 왠지 지리라고 해야 맑은 국물맛이 제대로일 것 같은 느낌은 그 말을 일상적으로 써왔기 때문일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당선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4.13 만들어진 국회권력은 여전히 여소야대이다. 촛불혁명 이전에 형성된 국회권력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는 황당한 위력을 과시하였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그것도 8명의 헌법재판관 중 가장 선임이어서 헌법재판소장직무를 대리수행하고 있는 그를 국회권력은 헌법재판소장이 될 수 없다며 부결하였으니, 이는 지나친 의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후 얼싸안고 춤을 추듯 기뻐하였고, 국민의당은 국회권력의 캐스팅보트는 자신의 당에 있다고 선포하였다.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맑은 탕을 먹고자 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게 매운탕도 아닌 잡탕이 되든, 국물이 걸쭉해서 먹을 수 없게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후안무치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강원랜드가 지난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채용한 신입사원 518명 중 493명을 국회의원 등의 청탁으로 부정합격시켰다고 한다. 무려 신규 선발자의 95%에 이른 숫자이다. 그 청탁자 중 현재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이로는 10명 이상을 청탁하였다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20명 이상을 청탁하였다는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등이다. 모두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당시 여당의원들이다. 이를 두고 어찌 생선가게를 도둑고양이에게 맡겨 두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니 도둑놈들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2014년에 취임한 후임 함승희 사장이 이런 사실을 자체 파악하여 기가 막혀 2016년 2월에 전임 사장인 최흥집 등을 춘천지검에 수사의뢰하였는데, 춘천지검은 1년 넘게 미적거리다가 지난 4월에야 최흥집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으니 이런 썩어빠진 전 정권 하의 검찰을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기각 막힐 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부정청탁받은 이들을 부정합격시킨 것을 이유로 최흥집 전 사장과 권 모 인사담당자를 수사 기소하였으면 당연히 부정청탁한 권성동, 염동열 국회의원들도 함께 수사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그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말이다.

‘어마’라는 이름의 허리케인이 미국을 포함한 중남미 일대를 쑥대밭을 만들고 말았다. 자연재해를 막으려는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이는 있지만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보았다. 멕시코에서는 강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이태리에서는 때 아닌 물난리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최근 우리나라도 부산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심한 물난리를 겪었다. 이러한 자연재해의 밑바탕에는 기후변화라는, 인재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무분별한 자연개발로 인한 기후온난화가 가져온 급격한 자연재해는 점차 그 위력이 높아가고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현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더 큰 재해가 발생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최대 수혜자다.”라는 질문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짐을 크게 떠안은 것을 불행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수혜자가 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킨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김성태 의원이 질의한 저 내용 –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혜로 문재인 정권이 창출되었다 – 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최대 수혜를 받아 창출된 정권이 문재인 정권이므로 최순실에게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얼마나 후안무치한 생각인가? 제대로 정신이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자신들이 집권 여당일 때 박근혜 전 정권의 국정농단을 옹호하고 조장하며 이 나라를 이렇게 불공정과 부정부패, 불의와 불공평한 나라로 만들어버린, 대한민국의 국격을 타락시킨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이제는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자신들이 싸질러 놓은 쓰레기를 치우기 바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최대의 수혜자”라는 막말을 할 수 있는지 알다가 모르겠다.

우리는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몹시 거북해 한다. 왠지 “똥”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부지불식간에 콧등을 찡그리며 더럽다거나 냄새난다거나 하며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똥”은 생명이다. 사람의 몸은 입과 코로부터 시작하여 식도와 위장, 소장(십이지장, 공장, 회장), 대장(맹장, 결장, 직장), 항문을 거쳐 우주와 소통한다. 입과 코가 입구라면 대장과 항문이 출구 격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항문 입구에 수많은 똥덩어리가 굳은 채 엉켜 있는 형국이다. 표현이 지나치게 적나라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니 그렇게 표현하고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굳은 똥덩어리가 몸을 빠져나와야 사람은 산다. 심한 변비로 고생해본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똥덩어리 중의 하나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이고, 강원랜드의 부정 입사 비리 같은 것들이다. 어찌 된 일인지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더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양파”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도가 나올 정도이다. 양파껍질은 어느 정도 까다 보면 그래도 마지막 속살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때의 잘못된 사례들은 파면 팔수록 더 커지는 구멍 같은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 유행했던 수수께끼 “파면 팔수록 커지는 것은?” 하면 “구멍!” 하고 대답했던 것처럼 말이다. “깎으면 깎을수록 작아지는 것은?” 하면 “연필!”이라고 대답했고, “먹으면 먹을수록 많아지는 것은?” 하면 “나이!”라고 대답했던 것은 애교나 있지 말이다.

자신들이 잘못 국정을 운영하여 국가의 정상적인 시스템이 붕괴되고, 인사와 예산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95%의 부정 청탁자가 신입사원으로 채용되는, 진짜 카지노 강원랜드보다 더 카지노 같은 도박랜드가 되어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잡기 위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계속 어깃장만 놓고 있는 야당은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에 대한 자문자답을 해야 할 때이다. 국민의 민의는 촛불혁명을 기준점으로 이해되어야 옳다. 왜냐하면 침묵하던 다수가 촛불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고, 그 결과로 현 정권이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 국회권력은 촛불집회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촛불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모순을 안고 있다. 까닭에 단순히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촛불민심과 역행하는 의결권 행사를 계속한다면 이는 또 다른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13일 제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친박의 핵심인물로 계파 전횡에서 비롯된 국정 실패에 책임이 크므로 자진탈당 권유 후 불응 시 출당 조치하기로 결정하였다. 혁신위원회의 저 권고안을 당 윤리위원회가 받아들여 결의할 경우 박 전 대통령 등은 열흘 안에 탈당계를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하지만 친박들의 보이지 않는 저항이 있어 당 윤리위원회에서 저 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자신이 탄핵되고 18가지의 죄목으로 구속기소된 순간 스스로 자유한국당을 탈당하였어야 옳다. 하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자신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자유한국당(전신 새누리당)에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자신이 탈당하여 당의 짐을 벗길 것이니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며 미안한 당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련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매달려 있다. 마치 폭풍우에 난파된 조각배에 매달린 끈에 매달려 바다 속에서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끈을 놓아버리면 죽게 되지 않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묘한 거라, 그 끈을 놓아버리는 순간 그 조각배를 둘러싼 세상파도는 잠잠해져버릴 것이고, 곧바로 구조선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 난파선에 매달려 있는 한, 파도는 여전히 몰아칠 것이고, 조각배는 산산조각 부서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이 살기 위해서도 그 매달린 줄을 놓거나 끊어야 하고, 자유한국당은 진정한 보수당으로 거듭나고, 박 전 대통령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진정한 용서를 빌고, 구원되어야 한다. 그게 세상이치이다.

대인과 좀팽이를 내내 생각하는 한 주였다. 대인의 한 마디 말은 무게가 있고, 하나의 손짓, 한 번의 눈빛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잔잔히, 서서히 파문을 일으키듯 주위로 그 의견이 전파되고 묵묵히 실현된다. 좀팽이는 어떤가? 사실 좀팽이는 쫌팽이라고 발음할 때 조금 더 느낌이 살아난다. 좀팽이가 좀팽이임을 스스로 알고 좀팽이처럼 살아가는 것은 겸손한 삶이기에 그 나름 좋다. 하지만 좀팽이 주제에 자신을 대인인 듯이 거들먹거리며 사는 이들이 많기도 하다. 더군다나 좀팽이 수준에 불과한 이들 중에 어쩌다 국회의원이 되어 천방지축 날뛰는 이들이 있어 기각 막힐 때조차 있다. 하지만 그러한 좀팽이들은 아무리 날뛰어도 좀팽이일 뿐이다. 아직은 멀었지만 다음 총선에서는 엉터리 대인 흉내 내는 진짜 좀팽이들이 좀 골라졌으면 바랄 뿐이다.

문득 “착한 좀팽이”를 노래한 시 한 편이 떠오른다. 김광규 시인의 1988년 “좀팽이처럼”이라는 시집에 수록한 같은 제목의 시다. “돈을 몇 푼 찾아가지고 은행을 나섰을 때 거리의 찬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았다/ 대출계 응접 코너에 앉아 있던 그 당당한 채무자의 모습/ 그의 땅을 밟지 않고는 신촌 일대를 지나갈 수 없었다/ 인조 대리석이 반들반들하게 깔린 보도에는 껌자국이 지저분했고/ 길 밑으로는 전철이 달려갔다/ 그 아래로 지하수가 흐르고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시뻘건 바위의 불길이 타고 있었다/ 지진이 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이지/ 5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이 땅덩어리의 한 귀퉁이/ 1,000만 시민이 들끓고 있는 서울의 한 조각/ 금고 속에 넣을 수 없는 이 땅을 그 부동산업자가 소유하고 있었다/ 마음대로 그가 양도하고 저당하고 매매하는 그 땅 위에서/ 나는 온종일 바둥거리며 일해서/ 푼돈을 벌고 좀팽이처럼 그것을 아껴가며 살고 있었다” (전문, 문학과 지성사)

이 시는 은행 빚을 잔뜩 내어 땅을 사 부동산투기를 하여 땅부자가 된 졸부의 갑질에 쩔쩔매며 좀팽이처럼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과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대인과 좀팽이가 사전적 정의와 달리 전개되고 있는 이 현실사회는 맛을 알 수 없는 걸죽한 국물천국이다. 싱건탕, 맑은탕을 먹고자 하는 많은 이들은 정신없어 한다. 하지만, 대장 부근에 얽혀 있는 굳은 똥은 의사의 치료를 받아서라도 어떻게든 제거해야 한다. 냄비와 국솥을 바꾸고, 양념을 잘 구분하여 혼탁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돈 놓고 돈 먹기는 도박판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원랜드가 깨닫도록 해야 한다. 검찰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축소수사한 당시 춘천지검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실시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핵문제로 인해 모든 스텝이 꼬여버려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재벌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온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정책을 초지일관 유지해야 한다. 온 국민이 등댓불처럼 촛불을 켜들고 제시하는 방향으로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되어 묵묵히 항진하기를 바란다, 고래처럼 탕, 타앙, 타아앙, 타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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