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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4 / 감정평가 기준가치에 대한 논의 (2)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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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5  17: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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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자산 축적, 쉽게 말해 재산 불리기는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항간에는 20억 원의 자기자본만 확보하면 100억 대 자산가로 도약할 확률이 50%는 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의 소득으로 2억 원의 목돈 마련도 쉽잖다. 금융시스템이 자기자본 상당액만큼 남의 돈 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도 종자돈 역할을 할 몇 억 원을 갖고 있을 때 얘기다.

모든 이가 부러워할 정도의 자산을 축적한 사람의 관심사는 좀 다를 것이다. 더 이상 자산 숫자를 늘리는 데 관심이 없다 해도 보유 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알고 싶은 자산의 가치는,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 자산에 눈독 들이는 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 소유자에게 만족스러운 매수 희망가 그 중간쯤이다. 따라서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교환과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접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교환 등에 의해 취득한 자산을 그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고 거래가격의 신뢰성을 판단해 볼 수 있다. 심미안을 충족시키기 위한 취득이었다면, 또 다른 비슷한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 장기간 나타나지 않으면 뒤늦게나마 비정상적인 고가 취득으로 판명될 것이다.

현재, 감정평가에서 사실상 기준가치 역할을 하고 있는 ‘시장가치’는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거래를 위하여 공개된 후 그 대상 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 물건의 가액’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정의를 100% 충족시켜주는 거래가 있을까? 어디까지가 통상적인 시장인지, 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실상 조건의 교집합과 같다. 그래서 현재 기준가치 역할을 하고 있는 ‘시장가치’도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하나의 ‘가치기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각 정의요소에 나타는 항목을 ‘basis of value’로 보고 가치의 기본측정가정이 결합돼 가치의 종류가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시장가치의 정의를 굳이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시장 참여자에게 유의미한 가치의 종류를 서너 개는 열거할 수 있다. 순수한 자산 가치가 궁금하지 않고, 실제 거래될 때 지급될 가액에 관심을 둘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이는 ‘기준시점에 시장 참여자 사이의 정상거래에서 자산을 매도하면서 받거나 부채를 이전하면서 지급하게 될 가액’으로 정의하면 된다. ‘공정가치’라는 가치의 종류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 및 민간 업체는 분기별로 권역별 오피스빌딩 임대료, 공실률 등의 자료를 취합해 시장 보고서를 내고 있다. 따라서 새로 공급된 오피스 빌딩의 가치를 구할 때, 항상 현재 시장의 임대료, 공실수준은 가장 객관적인 가치 결정 요소다. 도심 오피스 빌딩은 늘 공실 위험에 놓여 있다. 그런데, 새로 공급되는 새 오피스 빌딩이 준공되기 전, 수 십 년의 안정적인 임대계약을 체결할 예정이고 임대료도 시장 평균 대비 10% 우세한 괜찮은 조건임이 확실하다면, 그 때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궁금해 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이런 괜찮은 조건이 충족되면, 이 빌딩의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제시할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대목에서 ‘개인적인 투자 요구조건에 기초한 특정 당사자에 대한 대상물건의 가액’이라는 새로운 가치 종류가 개입될 수 있다. ‘투자가치’를 표기한 보고서가 유통될 수 있는 틈이다.

아예 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희박한 물건도 가치를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문화재 그리고 댐, 교량 등의 사회기반시설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합리적으로 가치를 적어야 할 경우다. 시장가치나 투자가치 등의 가치 종류로 접근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경제적 가치를 표기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 시장성이 없는 물건의 이용 상황 등을 전제로 하여 대상물건의 경제적 가치를 적정하게 표시하는 가액’이라는 가치 종류가 있으면 좋다. ‘특수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해 접근하면 더할 나위 없다.

결국, 시장가치 이외의 새로운 가치를 평가해야 할 수요는 있고, 그에 따라 꼭 필요한 몇 개의 가치 종류라도 평가 관련 규정에 삽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감정평가 가치기준에 대한 논의는, ‘시장가치기준 원칙’이라는 규정에 의해 기준가치의 권위를 시장가치에 부여함으로써, 시장가치와 시장가치의 이외의 기준가치가 동등한 지위를 갖고 대등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까지 봉쇄해버린 측면이 있다.

물론, 시장가치 이외의 기준가치에 따른 감정평가 결과로 인해 의뢰인 및 이해관계인, 그리고 사회전반에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점은 감정평가업계나 정책 당국 모두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치기준 명시의 원칙’이라는 조항을 삽입하고 시장가치 이외의 가치로 평가해야 할 때는, 해당 기준가치의 성격, 특징, 해당 기준가치에 따른 감정평가의 합리성 및 적법성을 검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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