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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152) - 혼자서 영화보기
차근욱  |  gosilec@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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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2  1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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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공단기 강사

혼자서 영화를 본다고 하면 사람들이 청승맞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영화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누군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충분히 근사한 일이고 영화가 끝난 뒤 가벼운 디저트를 먹으며 각자가 공감했던 부분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정을 돈독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볼 때면, 아무래도 상대방을 줄곧 신경 쓰게 되기 마련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좌불안석이 되기도 한다. 물론 목석같은 무던함에 강심장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어떻게 하겠나. 타고난 천성이 그런걸.

   

가족이든 친구든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한 뒤에는 제법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어떤 영화를 볼지 정할 때는 서로가 만족 할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 보고 싶다는 영화라면 내가 보기 싫을 수도 있고, 내가 보고 싶다는 영화는 상대가 보기 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눈치를 보게 된다. 게다가 나의 영화 취향이란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들쭉 날쭉이기 때문에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주로 SF나 재난 영화라면 대환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딱히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여기에서 혹시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멜로나 슈퍼 히어로물 등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간혹 다른 이들이 모두 보고 싶다며 보러 간 영화로 인해 시계만 수도 없이 보다 오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트랜스포머’, ‘분노의 질주’와 같은 시리즈들은 도무지 왜 재미가 있다는 것인지 ‘전혀’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는 3번이나 도전했으나 도입부가 조금 지난 무렵에 잠드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고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도 그야말로 인내심 테스트가 되어 이를 악물고 끝까지 견디어 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줄거리를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트랜스포머’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보고 싶은 것을 보라거나 아무거나 골라보라며 전권을 일임해주시는 영광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야 변함없이 재난 영화겠지만, 예를 들어 사극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영화를 볼 때면 피곤해 하실 상황을 고려해 영화를 골라야 하니 역시 무엇을 볼지 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딴에는 재미있을 법해서 고른 영화를 행여나 재미없어 하시면 죄스런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니 내가 영화를 고른 경우에는 함께 보시는 분이 재미있어 하시는지 자꾸만 신경이 쓰여 영화에 도무지 집중을 못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제법 홀가분하다. 재미있으면 다행이고 재미없다면 그냥 나 혼자 나오면 그만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리고 영화가 재미있을 경우, 무엇도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해서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러쿵 저러쿵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평론에 맞장구를 치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홀가분하다. 물론, 혼자서 영화를 본 경우라면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을 나눌 사람은 없다. 하지만 홀가분하게 영화를 본 대신이니 뭐 크게 불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화를 다른 이들과 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을 때라면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것뿐이다. 게다가 앉는 자리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앞에서 4번째 정중앙에서 한 칸 왼쪽자리에 앉을 수 있고 말이지.

최근에 휴대용으로 갖고 다니던 하드디스크가 먹통이 되었다. 그 하드디스크에는 편당 몇 만원씩을 주며 구매했던 아직 보지 않은 영화가 제법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패망 하루 전’같은 영화처럼. 보고 싶어 구매를 했지만 어찌된 셈인지 영화를 볼 짬도, 마음도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덤덤했다. 예전 같으면 제법 속이 쓰렸을 텐데, 이상하게 별 감흥이 없었다. 왜 그럴까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젠 영화가 전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꼭 그렇게 보고 싶지 않으니 전부 날아가도 별 감흥이 없는 것이다. 요즘 영화가 별로라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은 감성이 무뎌진 탓일까. 둘 모두 일지도,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확실히 뭔가 내 안에서 무언가 둔감해 졌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 소풍을 앞두고 설레던 마음이나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를 보러가던 두근거림이 이제는 그다지 없는 것이다. 어려서는 극장에 가는 일 자체가 굉장한 이벤트였는데.

일상에 찌들어 그런지도 모르지. 아니면 세상이 전부 쟂빛으로 변해가는 중년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떡하겠나.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냥 나는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도 재미없어진 마당에 이젠 무슨 영화가 재미있겠는가 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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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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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밥퍼 2017-10-05 12:59:58

    저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본적이있었는데 몇번을 시도해도 자꾸 졸고 계시는 모습에 ^^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저는 결혼을 해서 남편이랑 가끔 갔는데 이젠 아이들과 함께 가기엔 몇년을 더 키워야 할 거 같아요 하하;;; 영화관은 너무 멀어져버린 당신이지만 ㅠㅜ 언제 시간 내서 가고 싶네요... 일단 공부 마치고!^^ 샘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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