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불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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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불가리아
  • 제임스 리
  • 승인 2017.09.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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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2012년 10월,
어제 밤 ‘베오그라드’에서 출발한 덜커덩거리는 기차에 밤새 시달리다가 비몽사몽 국경수비대가 여권검사를 마치고나니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볼 것은 별로 없지만 아직도 공산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가 이곳 불가리아에도 만연되어 있는지 궁금해서 겸사겸사 발칸반도 여행일정에 올려 이렇게 소피아까지 오게 되었다.

밤새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기차는 아침 8시쯤 드디어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중앙역’에 도착했다. 나는 기차를 빠져나와 시간도 아낄 겸 바로 시내로 걸어 나가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소피아는 생각한 것처럼 도시규모가 원체 작아 반나절이면 충분히 시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 불가리아 최고의 자존심인 알렉산더 네프스카 사원 모습

밤새 기차에 시달린 때문인지 반나절에 걸친 도보여행 후 너무 피곤해서 샤워라도 해야 될 것 같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로 출발하는 기차시간인 오후 8시 30분까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호텔을 찾았다. 제법 괜찮은 호텔의 싱글 룸인데 협상해서 15 유로(한화 약 23,000원 정도)에 저녁까지만 투숙하는 조건으로 묵게 되었다. 일단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밀린 잠도 좀 자고, 인터넷도 하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방에서 나오니 영어가 제법 통하는 호텔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현지 남자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는 “불가리아에는 미래가 없기에 많은 청년들이 부유한 서유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국민들 소득수준이 EU 국가들 중 하위권인데, 근로자의 한 달 평균임금이 한화로 약 45만원~75만원 이라고 하니 이곳의 물가가 싼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와 헤어진 후, 방으로 들어가 약 두 세 시간 휴식을 취했다가 호텔을 빠져 나왔다. 불가리아가 자랑하는 ‘알렉산더 네프스키’사원 및 ‘성 니콜라이 러시아 교회’ 그리고 한국의 명동거리에 비유할 만한 ‘비토샤 거리’ 등 몇 군데 명소를 둘러보면서 소피아를 익히기에 열중하였는데, 특히 불가리아 정교회 건물 중에 하나인 ‘알렉산더 네브스키 사원’은 그 규모와 내부를 장식한 벽화가 보는 이들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았다.
 

▲ 성 니콜라이 러시아 교회 모습

다만 50대 이상 되는 현지인들은 아직도 러시아어를 구사하곤 해서 언어소통이 잘되지 않는 점과 가끔 언론을 장식하는 불가리아 인구의 5%를 구성하고 있는 집시들로부터 야기되는 사회문제 등이 비록 마음에 걸렸지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착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기차 출발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 종착지인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행 밤기차를 타기 위해 저녁 7시쯤 ‘소피아 중앙역’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막상 이곳을 떠나려고 하니,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된 불가리아의 구 수도였던 ‘벨리코 투르노보’를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한 것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 소피아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성 소피아 상(지혜의 여신상) 모습

내가 타고 갈 기차는 불가리아 ‘소피아’를 출발해서 루마니아 ‘부카레스트’를 경유하여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며칠 동안이나 달려가는 일정의 러시아산 기차라서 그런지 제법 럭셔리하게 보였다. 어제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타고 온 금방이라도 고장 날 것 같은 기차와는 격이 많이 틀렸다.

문제는 기차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현지 매표소 역무원이 표는 끊어주지 않고 “타고 갈 기차 객실을 담당하는 러시아인 역무원에게 현찰로 소정의 기차표 값을 직접 주라”고 매표소에서 요청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기차표 값에 해당되는 현찰을 들고 객실담당 러시아인 역무원에게 가서 내밀었더니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화가 많이 나서 기차역 매표소에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이곳 매표소 직원에게 거칠게 항의했더니 그때서야 매표소 직원이 컴퓨터로 작업을 한 후 기차표를 끊어주면서 “처음에 배정된 객실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객실로 새로 배정을 했으니 객실담당 역무원이 돈을 요구하더라도 절대로 주지 말라”고 처음과는 달리 말을 바꾸었다.

나는 최종적으로 새로 배정을 받은 객실로 가서 발급된 기차표를 보여주면서 “침대칸을 배정해 달라”고 했더니, 이 객실 담당 러시아인 역무원은 “원래 처음에 배정 받았던 그 객실로 다시 가라”고 해서 한동안 서로 옥신각신 하였다. 나는 “당신들, 돈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난치면 당신들 나라인 러시아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편지를 쓰겠다”라고 큰소리를 치니깐, 그때서야 그는 마지못해 내가 타고 갈 침대칸을 제대로 배정을 해주었다.

아마도 러시아 국적의 자기네 기차로 이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이라 그런지, 약소국인 불가리아에서는 자기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갑질’을 하는 것 같았다.
 

▲ 선생님과 견학 나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방인을 무척 반겼다.

몇 년 전 회사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갔을 때 업무상 필요한 자료가 라면 박스로 몇 상자나 되었는데, 통관 수속을 밟아 그것을 가지고 공항을 빠져나오려고 하니 공항직원이 계속해서 뺑뺑이를 돌리면서 부당하게 돈을 요구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당시 부패한 러시아 관료들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곳에서 그들의 부패상을 또다시 확인하게 될 줄이야...

나는 출발 시간이 다되어 새로 배정을 받은 객실로 갔다. 객차 침실은 나를 포함하여 이층 침대까지 4명이 꽉 찼는데, 나머지 3명은 모스크바까지 가는 러시아인들이라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고 해서 2층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잠이 통 오지 않아 객실을 빠져나와 기차 복도로 나왔다.

내 객실에 있는 다른 3명의 러시아인들은 벌써 통성명한 후 친해져서 보드카를 서로 나누어 마시면서 흥청거리며 떠들고 있었다. 나는 다음 목적지인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내리지만, 이들은 며칠 동안 이렇게 하면서 모스크바까지 갈 것이다.

복도에 나와 암흑 같은 바깥 풍경을 한참동안 멍하니 응시하였다. 내가 탄 이 기차는 시간을 보니 출발 10시간 후인 다음 날 아침 6시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은, 제복을 입은 무뚝뚝한 표정의 러시아 여성 객차승무원이 일일이 객실을 다니면서 침대 시트와 배게 피를 나누어 주기에 나는 이것을 받아들고 객실 2층으로 올라가 침대를 정리하였다. 이내 잠을 청하면서 ‘조만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여 모스크바까지 가는 러시아 횡단열차를 반드시 타봐야겠다’는 계획을 살짝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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