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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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7)
  • 박준연
  • 승인 2017.09.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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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가을을 맞으며

1. 지난주에는 회사에서 뒤늦은 서머 파티 행사가 있었다. 도쿄에서는 처음 가보는 그리스 레스토랑이었다. 그러고보니 뉴욕에서 일할 때는 밤늦게까지 일을 할 때 그리스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서울도 그렇지만 도쿄에서도 야근을 하면서 간단하게 식사할 거리를 사기가 어렵지는 않은데, 뉴욕의 번화가라면 번화가인 미드타운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예전 회사에서는 늦은 시간에 간단한 식사거리를 사는 것이 쉽지 않아서, 야근을 하면 대개 회사가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여 저녁 식사를 회사 건물 로비까지 배달받아 먹는 경우가 잦았다. 혼자서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는 자신이 메뉴를 정하지만, 팀으로 일할 때는 시간도 절약하고, 함께 좀 쉬면서 식사를 하기 위해 같은 음식점에서 배달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함께 일하던 선배가 어린 시절을 이란에서 보내서 페르시아, 그리스 레스토랑의 배달 음식을 종종 함께 먹었다. 도쿄 생활도 이제 4년째가 되면서, 뉴욕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은 많이 잊어버리고 지금은 즐거웠던 기억이 주로 남아있다.

2. 어린 시절 시험공부를 하면 공부 빼고는 뭐든지 다 재미있더니, 요즘 며칠 일이 바빠지면서 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법무부의 화이트 칼라 범죄 수사와 기소와 추세에 대해 기자인 작자가 서류 분석과 면담을 바탕으로 쓴 책, 작가 스티븐 킹의 글쓰는 방법에 대한, 키득거리면서 읽으면서도 문장의 촌철살인에 감동하는 미국 여성 작가의 에세이 한권. 뉴욕 출신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조금씩 읽고 있다. 그러고보니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3. 최근의 소소한 자랑은, 습도가 높아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도 찜통처럼 느껴지는 날씨에도 평소에는 안 가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짐(gym)까지 매주 일요일에 운동하러 다니는 것이다. 평일에는 혼자 운동을 하지만 주말에는 운동 강도를 조금이나마 높여보려는 생각이었다. 작년 연말 도쿄 날씨 치고는 추운 겨울에 처음 간 그룹 수업인데 숨이 막히는 더운 여름까지 어쨌든 다니고 있다. 강사분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나의 어두운 얼굴과 수업 마치고 나가는 나의 밝은 얼굴이 딴 사람처럼 다르다고 했지만, 어쨌든 빠지지 않고 가는 것에 제일 큰 의미가 있으니까.

4. 얼마 전에는 상사인 파트너 변호사와 함께 쓴 외부 출판물의 2017년 개정판 초안을 작성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회사의 홍보 (Business Development)팀의 문장 검토를 전문으로 하는 동료들의 검토를 받았다. 검토해 준 동료 중 한명은 소설까지 냈다고 들었는데, 내용만 고쳐준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고쳤는지 설명까지 달아줘서, 그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직업으로 글을 읽고 또 쓰지만, 늘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상 내부적으로 주고받는 이메일을 읽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혹은 내가 전에 전달한 내용을 파악하고 쓰는 건지 확인차 몇 번 확인 이메일이 오고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조금 설명만 덧붙였어도 확인하는 수고가 덜했을 것 같아, 내가 이메일을 쓸 때는 모든 내용을 다 포함해서 써야지 하고 마음을 먹지만, 송신 버튼을 클릭하고 나서 쓰고 싶었던 내용을 떠올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5. 도쿄는 장마전선이 물러간 후에도 2-3주 길게 이어진 비가 그치고 다시 무더위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계절은 천천히 바뀌고 있다. 집 근처에는 매주 토요일에 산지, 생산자 직송의 작은 장이 열리는데 지난주에는 한 과수원에서 온 판매자분들이 올해 첫 수확한 사과를 팔고 있었다. 아직 색깔은 군데군데 노란색도 있는 사과였지만 한입 베어물자 향긋하고 달콤한 햇사과의 맛이었다. 여름이라 더운 게 당연하지 싶던 기분도 바뀌어 이제 더위도, 회사의 에어컨 바람도 좀 지겨울 때가 되는 절묘한 타이밍에 계절이 바뀌는구나 싶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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