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6) -판결서와 주민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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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6) -판결서와 주민등록번호
  • 신종범
  • 승인 2017.09.01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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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A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B에게 식자재를 납품하여 왔다. 거래 초기에는 음식점 영업이 잘되어 A는 큰 어려움 없이 대금을 지급받아 왔다. 그런데,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마트 안에 여러 맛집들이 입점하면서 B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갈수록 영업이 어려워졌고, A가 식자재를 납품하고 받아야할 대금도 미수금으로 쌓여갔다. 결국, 미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A는 B를 피고로 대금을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소장 부본은 A가 소장에 기재한 B가 영업하는 음식점으로 송달되었다. B는 소장 부본을 송달 받았지만, A에게 지급할 미수금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았고,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소송의 결과는 의제자백에 의한 원고 A의 전부 승소 판결이었다. 그 후 A는 집행문을 부여받아 집행관에게 B의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그 강제집행은 집행되지 못했다. 집행관이 판결문에 B의 주소로 기재된 음식점으로 집행을 나갔으나, 그 음식점의 영업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이후였다. A는 B의 다른 재산에 집행하려고 하였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B의 부동산 또는 예금 등 채권에 강제집행을 하려고 하면 B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A는 B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지 못하였고, B의 주민등록표상의 주소지도 알지 못하여 B의 주민등록초본도 발급받을 수 없었다. A는 인지대, 송달료 등 비용을 지불하고 전부 승소 판결을 받기는 하였지만, 그 판결문은 휴지 조각에 불과하게 되었다.

A 사례와 같이 효용 없는 승소 판결문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법원이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도록 예규를 변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예규가 변경되기 이전에는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서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피고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 소장을 접수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모르는 경우에는 피고의 전화번호, 예금 계좌,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근거로 사실조회를 신청하여 주민등록번호를 보정하였고, 그에 따라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니 강제집행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법령의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되자, 법원은 민사소송규칙, 형사소송규칙, 법원재판사무 처리규칙을 개정해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도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기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재판서 양식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였다. 개정예규에 따라, 민사·행정·특허 판결서(조정·화해·포기·인낙조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화해권고결정 포함)에는 당사자의 성명과 주소만 기재하고 주민등록번호는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었다. 법원은 재판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대신, 집행권원에 채권자와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지 않으면, 집행문을 부여해 달라고 신청할 때 당사자의 주민등록번호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집행문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함으로써 강제집행을 함에 지장이 없도록 보완하였다고 하였다. 과연, 그렇게 하면 강제집행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까?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서에 기재된 피고의 주소지(구 주소든, 현 주소든)가 피고의 주민등록초본상의 그것과 일치한다면, 주민등록초본에 주민등록번호가 나오므로 원고가 이를 발급 받아 집행문 부여 신청을 할 때 제출하면 강제집행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A와 같이 피고(B)의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표상의 주소지도 알지 못하여 피고(B)의 영업소를 주소지로 기재하여 소장을 접수하여 송달이 이루어지고 판결이 난 경우에는, A가 피고(B)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을 수 없으므로(주민센터에서는 판결서에 기재된 피고 주소가 주민등록초본에 나오지 않으므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 피고(B)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집행문을 부여받을 수가 없다. 만약, 예규가 개정되기 이전처럼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였다면 A는 B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소장을 접수하였거나, 사실조회신청을 통하여 B의 주민등록번호를 보정하였을 것이고, 그에 따라 판결문에 피고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될 것이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승소 판결문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은 판결서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판결서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중요한 경로가 아니고, 판결서는 정확한 집행이라는 목적에 맞추어 작성되어야 하는 것이며, 권리의무관계를 확정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효력을 갖는 판결 등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정확한 특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판결서에 주민번호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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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초목 2018-12-27 15:44:42
옳습니다.
이건 아닌것 같아요 .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보정제도 입니다.
또한 가압류 및 추심사건을 마치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것처럼 법원이 악용하고 있는데
신청후 절차를 비밀리에 진행하여 법원에서 늦장처리하고도 보정명령으로 갈음하는수도 많아 이 또한 불필요한 처리관행이라 생각하는데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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