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원과 검찰의 이상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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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과 검찰의 이상한 관계
  • 엄상익
  • 승인 2017.08.25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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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 소설가

박완서씨의 소설 중에 구속된 남편을 살리기 위해 검찰청에 갔다가 수위한테 돈 뜯기고 구렁이 같은 검찰서기한테 당한 체험을 쓴 것이 있다. 소설의 첫 장면은 언덕위에 우람하게 나란히 지은 검찰청과 법원건물부터 전개되기 시작한다.

지금도 전국 어디가나 번쩍거리는 웅장한 석조건물인 검찰청과 법원이 나란히 서서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30여 년 전 내가 변호사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법정은 법대 위의 등 높은 의자 앞에 검은 법복을 입은 판사들이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법정은 판사들의 왕국이었다. 그 사법왕국 안에 있는 누구도 판사의 권위를 침해하면 바로 구속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구조는 그렇지 못했다. 검사가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그게 결론이었다. 판사는 나중에 서류에 도장을 찍어 추인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변호사로 변론을 하는 도중에 검사가 꽥하고 소리를 치면 움찔하고 변론이 스르르 약해졌다. 판사는 모르는 채 침묵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정에서 난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피고인이 있었다. 검사는 그 피고인을 점심시간 검사실로 오라고 해서 왜 법정에 가서 오리발을 내미느냐며 두들겨 패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처음 변호사를 시작하던 시절의 풍경이었다. 나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했었다.

법정에서 바른 소리를 하면 찍히는 분위기였다. 판사들의 표정도 싸늘해졌다. 검찰수사관의 고문을 폭로해도 귀담아 듣는 검사나 판사는 없었다. 뒤통수 쪽으로 그들의 냉소가 느껴질 뿐이었다. 평소에 검사실이나 판사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방아깨비 노릇을 하고 그들을 요정이나 룸싸롱에 데리고 가서 코가 비뚤어지게 먹이는 변호사가 유능한 변호사였다. 재판은 안면과 인맥으로 하는 거지 법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은 시절이었다.

이상했다.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하다. 검사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오히려 판사 위에 있다. 대통령들은 검사들을 그 휘하의 참모조직으로 즉 대통령비서실로 끌어들여 정치행위와 정무적 판단까지를 맡겼다. 검사출신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사정비서관들은 검찰과의 의사소통이나 지휘통제에 어려움이 없다. 검찰조직의 구성원 중 상당수는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법률지식이나 법조경험이 없는 대통령이 오히려 그들의 정무적인 판단에 끌려갈 가능성도 많다.

어느 사이에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 됐다. 몇 년 전 검사출신 비서관의 비망록 일부내용이 언론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상급자로부터 지시를 받은 이런 메모내용이 있었다.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

권력과 인사가 어느 한 기관출신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면 소수 권력층이 형성되고 국정이 농단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은 국가정책 방향에 검찰개혁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는 먼저 인사권을 적절히 행사해서 공정한 비정치적 인물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개정작업을 해야 한다. 법관들이 직접 피의자들을 보고 영장을 실질적으로 심사하자고 했을 때 검찰은 호송이 곤란하다는 빈약한 사유를 들어 법 개정을 반대하기도 했었다. 구속영장신청을 검찰이 독점할 이유가 없다.

헌법의 핵심은 체포 구금할 때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한 것이지 누가 신청하는 것은 헌법에 들어갈 사항이 아니다. 사법 권력은 이제는 분산되어야 한다. 검사만이 지식과 인격을 가진 인권옹호기관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기본권보장이 그 핵심이다. 권력이 집중된 기관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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