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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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이유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8.25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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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요새 어린이들은 다들 학교에 학원에 어른들 보다 더 바쁘게 산다고 한다. 동네 놀이터에 가도 미취학 아동들이나 좀 있지 초등학생 이상이 되는 어린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자가 어렸을 때에도 피아노 학원이나 태권도 학원, 서예 학원 같은 곳에 다니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고 기자도 그 중 한 두 곳 정도는 다녀본 적이 있지만 요새 어린이들처럼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 다니는 수준으로 바쁘게 사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을 몸소 체험했던 것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였다.

기자가 근무했던 학원은 과외와 학원을 섞어 놓은 것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레벨 테스트를 통해 개별 학생의 실력을 체크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새로운 내용이 등장하는 각 단원마다 또는 학생이 틀린 문제나 모르는 문제에 대한 설명도 1대 1로 이뤄져 과외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과외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나름 합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됐다.

아무래도 1대 1로 설명을 하고 채점을 하는 방식이다보니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도 다른 학원에 비해서는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장 선생님에 비해 본인들과 연령적인 측면에서 거리감이 적고 아무래도 큰 소리도 치고 꾸중도 하는 원장 선생님 보다는 편한, 혹은 만만한 기자에게로 학생들이 몰리는 일이 많았고 개중에는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학생들도 있었다.

일년이 조금 못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서 아이들이 얼마나 부모를 비롯한 자신들의 보호자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래서 학원에서 잠시 만나는 아르바이트 선생님에게 보다도 속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학원에 도착해 출석 카드를 찍으면 부모에게 아이가 학원에 도착한 사실을 알리는 문자가 가고 공부를 마치고 학원을 떠날 때 또 카드를 찍도록 해 아이가 학원을 나간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자가 어린 시절 종종 쳤던 땡땡이는 꿈도 꾸지 못하고 아이들은 다음 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하루종일 학원에 다니느라 지친 아이들과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일하는 데 힘을 다 쏟아낸 부모들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수영에 태권도, 피아노에 악기 하나쯤은 더, 영어에 수학, 국어, 논술, 과학까지 그 많은 학원을 전전하는데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귀한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보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과 함께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

사실 답은 간단했다. 아이들의 적성이나 관심과 상관 없이 현실에 떠밀려 보내지는 학원에서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모습은 요즘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공무원시험에 수십만명이 몰리고 각종 고시며 자격증에도 관심들이 높다.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경제적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안정적인 기반, 보루를 만들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취업 이력서의 지원동기란에 쓰여질 진실은 “돈 벌라고”라는 말이라는 이야기는 그저 우스개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저 “돈 벌라고”라는 이유만으로는 수험이라는 험난한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없다는 점을 말이다.

올해 각종 고시와 자격증 시험 일정도 대부분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한 발짝 앞두고 있는 이들도, 내년 시험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들도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번쯤 생각을 해보면 한다. 왜 이 험난한 길을 선택했는지, 왜 이 길을 끝까지 걸어내야만 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끝내 꿈을 이루게 하는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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