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6) -직업정치(職業政治)와 정치교육(政治敎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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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6) -직업정치(職業政治)와 정치교육(政治敎育)
  • 강신업
  • 승인 2017.08.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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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플라톤(Plato, BC427~BC347)은 스승 소크라테스(Socrates, BC470~BC399)가 사형을 당한 후 지인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이렇게 썼다. 「국가의 통치권은 공정하고도 진실한 철학자가 장악하든가, 아니면 철학자가 신의 계시를 받아서 참다운 철학자가 되든가 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불행은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를 운영하는 기술로서의 정치가 가진 폭력성을 간파하고, 이러한 폭력을 공정하고 지혜롭게 운영할 수 있는 자가 정치를 맡아야 한다고 보았다. 소위 철인정치(哲人政治)를 통한 이상국가론(理想國家論)이다. 이 오래된 명제가 비록 우리의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플라톤이 파악한 정치의 위험성과 슬기로운 정치의 이상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근대 정치사상가 중 가장 우뚝 선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정치는 폭력을 다루는 악마의 기술이라는 인식하에 정치인의 자질과 정치 윤리에 주목했다. 베버는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지배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비롯하여 직업 정치가의 출현, 그 형태와 자질과 윤리를 다루었다. 여기서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정치의 본질과 소명, 그 배반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베버는 직업정치인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을 들었는데, 정치엔 대의에 대한 헌신으로서의 열정(熱情),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責任意識), 열정과 냉정함 사이의 균형감각(均衡感覺)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리석고 비열해 보이는 세상에 좌절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召命)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베버는 정치는 자만심이나 허영심 충족을 위해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권력행사의 객관적 결과에 대한 책임감, 즉 책임윤리가 없는 것은 치명적인 정치적 죄악이며 정치적 소명에 대한 배반임을 강조하였다. 베버는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국가가 가진 폭력, 그 악마적 힘과 손잡는 것이라고 보고, 이렇게 국가의 폭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정치는 본질적으로 비극이며, 때문에 냉정과 열정의 균형감(均衡感)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정치는 아무나 적당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또 아무나 적당히 하게 놔둬서도 안 되는 것이다. 굳이 베버의 말이 아니더라도 책임감도 없이, 불타는 열정도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럼에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이리 저리 나서고, 또 그렇게 나선 사람들이 유력자에게 줄만 잘 서면 정치를 할 수 있는 오늘의 정치토양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지망생들이 정치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정치적 상상력을 함양해야 한다. 정치 지망생들은 그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대의를 실현하는 정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정치 공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교육은 각 정당이 정치 아카데미를 세워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교육은 먼저 정치 지망생들로 하여금 정치에 필요한 개인적 자질을 갖추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플라톤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이상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보았는데, 그가 말하는 지혜, 용기 그리고 절제는 특히 정치인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특질이다. 지혜란 이성에 따라 분별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덕목이고, 용기는 어려운 일을 기꺼이 떠맡아 담당하는 덕목이며, 절제는 감각적인 욕망을 억제하도록 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정치 교육은 막스 베버가 말하는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길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적 자질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함양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각 당이 정치 지망생들을 모아 정치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게 하고, 이들 중 자질이 있는 사람들을 공천하여 지방의회 등에서 정치 경험을 쌓게 한 후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시킨다면 대한민국의 선진정치(先進政治) 구현도 크게 앞당겨질 것이다. 이제 우리정치도 3류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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