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은 경제학 박사
6.19 대책에 연이은 8.2 부동산 대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직 한곳만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넓게 해석하면 ‘정의로운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될 수 있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실수요자를 보호하여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고, 주택을 매개로 하는 일체의 투기행위를 근절시켜 공정한 주택시장의 기반아래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의 규제강도 역시 직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
6.19 대책 발표에도 꿈적도 하지 않던 주택시장의 반응으로 말미암아 강력한 정부의 규제정책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에 서울 전역(투기과열지구)을 포함한 경기(과천), 세종지역을 대상으로 매입(청약)부터 매각(양도)에 이르는 전 방위 규제가 실시되리라고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9월말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추가로 전‧월세 임대료 상승률을 연 5%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세입자가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최소 4년), 고가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율 인상과 종합부동산세의 전반적인 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보유세제 개편안을 포함시킨다면 더 이상의 규제 카드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정도다.
실수요자와 서민을 보호하기위한 정책은 청약 1순위 요건강화,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은 100% 청약가점제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청약 가점제 확대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청약제도 개편, 단기적으로 주택 투기자를 시장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전매 제한의 부활 등이며 이러한 규제수단은 실수요자의 주택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공적주택의 공급이 정부가 제시하는 실수요자 보호의 핵심 정책이다.
일부 언론에서 현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말 할 정도로 8.2 부동산 대책은 시간과 공간 양 측면에서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했거나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이중 또는 삼중으로 묶어 놓고 지역별 규제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 갭 투자자나 다주택자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기존의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등록시키거나 주택매도를 유도하기 위한 규제를 동시에 적용시키고 있다.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핵심규제사항은 분양(청약)‧정비사업‧중고주택 거래에서 분양권 등의 전매제한(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및 강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여신규제,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 등이다. 이중 대부분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진입장벽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양도단계에서의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은 향후 예상되는 수익감소로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기존 부동산 투기로 인한 수익을 감소시켜 주택 매도나 임대사업자로의 등록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당장 9월부터 서울 전역(25개구), 과천, 세종시의 공공택지나 민간택지내의 주택‧분양권‧입주권을 매입하는 경우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을 신고해야 하며 미신고자나 허위 신고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때 신고된 자료는 자금출처 확인 등을 통해 탈루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며, 전입신고 등과 대조해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8.2 대책 이후 국민은행이 매주 실시하는 주택동향 조사결과에서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전보다 하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급매물 거래로 인한 결과이지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올해 초 급격히 상승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이러한 대책의 여파로 우려되는 상황은 ‘공급동결’이다. 부동산 규제정책의 단기성을 예상하고 오히려 매도물량을 주택시장에서 거둬들인다면 수요 감소보다 공급 감소가 더 커져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막고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출발점은 부동산 규제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