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과 사고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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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과 사고 실험
  • 신희섭
  • 승인 2017.08.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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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 문제가 된 것은 중국과 인도가 과거 중국-인도 국경전쟁을 했던 두 지역(서쪽에는 악사이친이 있고 동쪽에는 아루나찰 프레데시주(州)가 있다)과 직접관련은 없는 지역인 중단(middle sector)의 부탄 명 도클람(인도 명 도카라, 중국명 둥랑)지역이다. 이 지역은 부탄의 영토로 중국이 실제 지배하고 있다. 인도는 동맹국가이며 인구가 80만에 불과한 부탄에 대한 보호와 함께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 방글라데시가 독립하면서 인도의 동북부 지역(중국과 분쟁지역이었던 아루나찰 프레데시주(州)를 포함)과 연결되는 좁은 통로가 있다. 이 좁은 통로가 실리구리 회랑(corridor)인데 다른 말로 닭목 회랑(Chicken's Neck corridor)라고도 불린다. 지세가 마치 닭의 목처럼 좁게 인도본토와 인도의 동북부를 연결하기 때문이다. 가장 좁은 곳은 폭이 20km에 불과하니 만일 중국군대가 진격하면 인도의 본토와 인도 동북부는 분리될 것이다.

현재 인도와 중국의 대립은 2017년 6월 1일 중국이 도클람 지역에 2012년 이미 설치한 인도 측 벙커 2개를 철거하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인도가 거부하자 중국은 자국 영토임을 들어 불도저를 이용해 벙커를 밀어버렸다. 6월 16일 중국이 지배한 부탄 지역에 중국군대가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분쟁은 확대되었다. 이런 대치 국면 중 8월 15일, 도클람지역에서 1,200km 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잠무-카슈미르 주의 라다크 지방에 있는 판공호(湖) 북쪽에서 중국병사들과 인도병사들이 투석전을 하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서로 총격전을 자제한 점이나 투석전이후 현지 장교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는 점은 현 상황이 쉽게 전쟁으로 갈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의 국경대립이 그저 제스처로 그칠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반증한다. 게다가 인도가 산악사단을 추가 배치하고 헬기와 항공기뿐 아니라 요격미사일까지 배치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도 6개 사단을 포진시켜두고 있고 미사일도 최신 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양국 모두 쉽게 한 치도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인도와 중국의 현재 국경대립이 무력분쟁으로 비화되어 1962년처럼 전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제를 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그런데 향후 분쟁의 결과예측과 관계없이 이 상황은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사고실험에 굉장히 유용하다. 국제정치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들이 모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에게는 첨예한 갈등이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이지만 우리는 국제정치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이 사례를 통해 짧은 사고실험을 해볼 것이다.

국제정치학에서 현실주의는 국가간 관계를 하나의 패턴으로 이해한다. 즉 한 국가의 행동은 마치 당구공처럼 다른 국가의 행동으로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먼저 중국의 국력증대가 있다. 구매력기준으로 환산할 때 중국의 GDP는 미국의 GDP 18조 달러를 넘어서 21조 달러를 넘었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중국의 국방비는 세계 2위에 도달했다. 2016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중국의 군사비를 지출 공개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2천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거대해진 중국의 국력은 중국을 밖으로 나가는 팽창정책으로 밀어낸다. 일대일로정책. 중국은 바닷길을 따라 인도양으로 가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부터 과다르 항을 40년간 조차하였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영국에서 독립 당시인 1947년 1차 전쟁을 시작하여 1999년 카길 전쟁까지 한 나라이다. 게다가 중국이 원자력기술을 제공하여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파키스탄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도 입장에서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해양력 결탁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또한 중국은 일로 정책으로 인도와 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스리랑카의 코롬보 항구를 이용하게 되었다. 중국 잠수함이 인도의 코밑까지 다가온 것이다.

현실주의는 중국의 국력증대와 해양 팽창에 인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예측하게 한다. 자국의 힘의 증대나 동맹체결을 통한 대응이 예측된다. 실제 인도는 예측되는 방식대로 대응했다. SIPRI통계로 인도는 2011년부터 전세계 무기수입량 1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기준으로 인도는 세계 군사력 4위에 해당할 정도로 군사력을 늘렸다. 물론 수치(글로벌 파이어 파워의 수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상 인도가 0.1663으로 중국의 0.0977과는 차이가 많다. 하지만 2016년 10월 IMF의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719달러로 8261달러의 중국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빈곤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의 군사력증대는 놀라운 것이다.

현실주의는 중국의 인도양진출을 막기 위해 인도가 해군력을 증강할 뿐 아니라 미국-일본-호주와의 합동훈련을 통한 군사적 관계강화에 나서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2015년부터 중국의 GDP성장률을 제치고 성장하고 있는 인도나 이미 거대해진 중국이 자신의 국력과 함께 위신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현실주의는 예상하게 한다. 다만 양국 모두 핵보유국가로서 억지가 작동할 것이기에 쉽게 대규모 분쟁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도 제시된다.

그런데 국내정치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정치에 관심을 자유주의는 중국의 국내정치와 인도의 국내정치를 이용해 다른 예측을 하게 한다. 중국은 2017년 10월 경 19대 당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 7월달에 6세대 지도부로 예상되었던 쑨정차이(孫政才·53) 전 충칭시 서기가 낙마하였기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차세대인 6세대 지도부 결정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자유주의가 볼 때 중국 국내정치의 이런 내부 상황에서 인도와의 대규모 전쟁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14억짜리 초거대항공모함을 이끌어야 하는 6세대 지도부의 선출은 중국이라는 국가뿐 아니라 공산당에게도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 인도 역시 거대한 군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탄약이 부족할 만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인도 국가회계국보고서를 인용하여 전쟁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게다가 자유주의는 제도에도 희망을 건다. 9월 3일부터 5일까지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다. 개최국인 중국이 손님들과 인도를 불러놓고 대대적으로 싸우기 보다는 모양새 좋게 외교교섭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정체성과 문화와 역사로 국제문제를 보는 구성주의 입장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우선 중국과 인도는 모두 민족주의를 활용하여 정치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인구의 1/2이상이 26세 미만의 젊은 나라이다. 인구팽창이 있는 인도의 경우 젊은이들이 직업을 가지지 못할 경우 내부에서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 불만을 관리하기 위해서 인도는 힌두 민족주의를 이용하고 있다. 똑같이 중국 역시 분배의 악화와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와 중국은 1962년에 실제 전쟁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당시에도 인도는 ‘대인도주의’라는 사고방식이 있었고 중국은 ‘중화주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티베트를 두고도 인식간 갈등이 있엇다. 중국은 청조 이래로 자국의 고유영토라고 생각했고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완충국가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차이가 국경분쟁으로 이어졌다. 1962년 당시 인도는 군사적으로 대패했기 때문에 만약 분쟁이 생기면 이번에는 양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가난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망명한 달라이 라마 14세를 보호하면서 권위주의국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민주주의를 유지한다는 인도인들의 자부심과 권위주의지만 부유하다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은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나 1949년 치욕의 100년을 지나 새로운 국가를 만든 중국의 역사 인식은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데 영토는 특히나 자부심의 중심에 설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이들의 어떤 관점이 이 사안에서 더 설득력이 있게 될까?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이론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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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지키미 2017-09-02 22:47:56
방글라데시가 인도에서 독립했다니...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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