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살충제 달걀과 종교인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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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살충제 달걀과 종교인 과세
  • 오시영
  • 승인 2017.08.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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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닭과 달걀은 철학의 대명제이다. 닭과 달걀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점이기도 하다. 해묵은 논쟁거리이지만,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면 필자는 “닭이 먼저이다!”라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달걀에는 무정란과 유정란 두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암탉은 수탉과 교미 후 유정란을 낳는다. 그 결과 유정란은 부화를 통해 병아리로, 다시 말해 생명으로 태어난다. 반면에 그러한 관계없이도 암탉은 때가 되면 저절로 알을 낳게 되는데 그게 바로 무정란이다. 물론 무정란은 생명의 씨앗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병아리로 부화되지 못한다. 이처럼 달걀 중에는 생명력을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있으니 달걀이 닭이 될 확률은 반밖에 되지 않지만, 닭이 달걀을 낳을 확률은 100% 이지 않겠느냐는 재미있는 생각에서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위대한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도 스스로 알의 자손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 대부분의 민족은 “난생신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삼국사기는 고구려시조 주몽의 출생에 대해 그의 어머니 유화가 금와와의 관계 후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고 이러한 건국설화는 광개토왕릉비에도 기록되어 있고, 신라 건국시조로 알려진 박혁거세 역시 알에서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야의 김수로왕도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지고 있고, 가락국 석탈해 역시 알에서 태어났다고 삼국유사 등에 기록되어 있다. 어찌 보면 삼국 중 백제만은 부여족 중 남하한 온조왕이 세웠다고 하여 유일하게 사람의 자손이 세운 나라라고 삼국유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대 역사를 기록한 이들의 생각을 읽어보자면 신라와 고구려의 시조는 “알”이라는 신비한 하늘의 성물(聖物)에서 태어난 고귀한(?) 인물이고, 백제의 시조는 다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해 건국된 그렇고 그런 나라라는 차별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가 승자에 의한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라통일 후 기록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승리국가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우월함을, 패배국가의 비천함으로부터 구별코자 하는 의도된 기술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요즘 난생신화는 오히려 젊은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사람에 의한 건국설화가 반대로 그 타당성을 지지받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알”을 놓고 민족의 우월성을 논하던 논쟁 이상으로, 달걀 때문에 나라가, 아니 세계가 시끄럽다. 닭들을 좁은 닭장에 가두어 키우다 보니 흙을 접하지 못한 닭에게 진드기가 달라붙게 되고, 닭의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다 보니 살충제를 닭에게 살포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암탉이 진드기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살충제에 중독이 되고, 중독된 몸으로 살충제가 함유된 달걀을 낳게 되고, 그 달걀이 시중에 유통되어 일반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있을 수밖에 없는 인과관계의 연속이다. 결국 인간이 달걀을 많이 생산하여 양계업자는 돈을 많이 벌고, 소비자는 달걀을 싸게 많이 사먹기 위한 “양자의 합리적, 합의된 욕심의 결과가 살충제 달걀”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래저래 “알”이 문제다. 자업자득이지만, 전국의 양계업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대형마트 매대에서 달걀이 사라지고, 가정에서는 달걀 없는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달걀이 며칠 사라지는 것, 그건 생명의 며칠 사라짐이다. 달걀은 우리의 인식 속에 무의식적으로나마 “생명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 필자는 조류독감이 유행일 때는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닭요리를 주문해서 먹는다. 어제 저녁에도 의도적으로 삶은 달걀을 몇 개 먹었다. 대한민국은 너무 자주 “솥단지 안의 끓는 팥죽” 같을 때가 많다. 그건 첫째 나라가 지나치게 좁고, 둘째, 정보가 아주 쉽게 유통 되고, 셋째, 국민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하나쯤 더 이유를 대라면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하다.”라는 것이 추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주 적은 정보도 침소봉대되어 쏠림현상이 극심하다. 만두 파동이 나면 만두가게가 망해버리거나, 조류독감이 문제되면 치킨가게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언론은 이럴 경우야말로 언론의 위대함(?)을 과시하려는 양 베끼기뉴스를 양산하여 국민을 공포의 정보 바다로 끌고나가 업계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이 무차별 칼질을, 펜질을 해대기도 한다. 거기에 “나야말로 똑똑한 국민”이라는 자기인식이 강한 국민들은 그러한 언론과 방송의 무차별 글질과 말질에 현혹되기 일쑤였다. 물론 그러하지 아니한 국민도 많이 있겠지만 말이다.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문제가 2018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또 다시 정치계에 회오리바람을 불러 올 듯하다. 여태까지 세금 한 푼 내지 않던 종교인들에게 내년부터 세금을 내라고 하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성경 누가복음(20장 22절-26절)은 “우리가 가이사에게 세를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하니 예수께서 그 간계를 아시고 데나리온 하나를 내게 보이라 누구의 형상과 글이 여기 있느냐 대답하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이르시되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백성 앞에서 그의 말을 능히 책잡지 못하고 그의 대답을 놀랍게 여겨 침묵하니라.”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의 “가이사”는 “로마 황제 케사르”이고, 데나리온은 그때 당시 한 사람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가치의 화폐이다. 즉 예수의 개혁적 성향을 문제 삼아 그를 법위반자로 몰기 위해 질문자는 악의적으로 질문을 꼬았던 것이다. 하늘나라를 가르친 예수가 당연히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라 짐작하고 질문했지만, 예수는 정교분리사상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세속의 것, 즉 세금은 로마황제 케사르에게 납부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대답을 했던 것이다.

종교인도 매월 종교기관으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그들도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급여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목사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매월 노동의 대가로 받는 것이므로 임금이라 할 수밖에 없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명제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물론 종교단체는 비영리단체이므로, 비영리단체에 준하는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당연히 주어져야겠지만, 종교인은 급여를 받으므로 비영리단체와 동일시할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종교기관(비영리단체)과 종교인(개인)은 세금 문제에서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인 종교인이 세금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논리가 “성직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신의 역할을 대행하는 자.”라는 논리와 “성직자들이 받는 것은 사례금일 뿐 급여가 아니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 앞에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 떨어질까 봐 감히 총대를 메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가 2018년 1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는데,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다시 이를 2년간 유예하자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대부분 종교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다. 헌법적 명제이다. 세금은 국가안보와 각종 사회간접시설인 SOC건설자금 및 교육·문화·복지자금 등으로 쓰인다. 내가 내는 세금이 나를 위해 쓰이고, 가족을 위해 쓰이고, 모든 국민을 위해 쓰인다. 그런데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혜택은 누리되 부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면 모를까 심히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성직자라면 “자진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옳다. 어떻게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세금을 내는 신자들 앞에서 떳떳하게 “신앙의 고귀함”을 설파할 수 있겠는가? 기독교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예수의 사상이나, 불교의 “공(空)”사상으로 대변되는 무소유와 놓아버림, 비움의 가르침 역시 세금내지 않겠다는 종교인들의 탐심을 질타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의 종교인들에게는 “진정한 회개”가 필요하다. 특히 종교계에서 유급자로 활동하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은 “납세에의 자진 납부를 진정한 회개의 첫 단추”로 여기고 새로운 시대에 동참해야 한다. 예수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가르침이나 불교 초기경전에 나오는 부처의 재산 중 “일부를 보시하라”는 가르침은 결국 국가와 이웃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사용하라는 것으로 같은 가치라 하겠다. 오는 24일 오후 3시에 국회 본청 3층 귀빈식당에서 한국교회교단장회의(공동대표 김선규 이성희 전명구 목사)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목사,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한국교계국회평신도5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영진 장로)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주관하는 “한국 교계 긴급현안 국회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라 한다. 이 보고회에서는 과세문제, 헌법 개정과 관련한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의 전제인 성평등문제 등을 주요현안으로 다룰 예정이라 한다.

위 보고회를 주관하는 분들은 현재 기독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분들이 위 보고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을 좋아할 리 별로 없으니 아마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의 부적합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인들 중에서는 김진표(더불어민주당, 기독인회 회장), 안상수(자유한국당, 기독인회 회장), 조배숙(국민의당, 기독인회 회장), 국회개헌특위 위원 이철우(자유한국당), 김관영(국민의당), 국회법사위원 박지원(국민의당)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에 함몰되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자신의 지위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후 3년 4개월만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였다. 진즉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을 후임자인 문 대통령이 뒤늦게 그들의 억울함을 위로하고 국가의 대표자로서 원활한 구조를 하지 못하였음에 대해 사과하였다. 노란색 티를 입고 대통령의 위로에 눈물 흘린 유가족들의 모습이 마치 세월호에서 구조되지 못한 학생들의 앳띤 모습, 알에서 부화된 노란 병아리로 연상되어진다. 제대로 된 교회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목회자들과 직원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결국 봉급생활자들에 대한 원천징수방식에 의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급여에 대한 과세는 세금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으로 그 부담이 확대되기 때문에 그 부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 중에 있다. 목회자에게 부담지우자니 그들의 급여가 사실상 10% 이상 실질적으로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 상당액을 급여 인상으로 해결하자니 예산이 급하게 증액되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젊은이들의 교회 참여가 극히 저조하고, 교인의 구성분포가 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인수가 감소추세에 있고, 국가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교회 헌금액수가 줄어들거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예전에 헌금을 많이 하던 분들이 은퇴 등으로 헌금액수가 줄어든 반면 젊은 신도들은 합리적 헌금 성향을 보여 교인 수에 비추어 N분의 1 정도를 부담하겠다는 신경향을 보이고 있어, 교회는 교회대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하지만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여태 시행해야 한다면서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이의제기 등으로 그러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였던 것인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국민들 및 종교급여자 아닌 일반 신도들의 인식 또한 세금 납부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다수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살충제 달걀과 종교급여자들의 과세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는 다른 가치의 충돌문제를 안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이 있어야만 새는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다. 새로운 시대, 우리 모두는 낼 세금 내고, 요구할 것 요구하고, 그렇게 살자. 저녁에 달걀 몇 개 삶아 먹고, 후라이도 해 먹고, 살충제 달걀에 겁먹지 말고 살자. 정치인들도 종교인들의 “종교인들에 대한 과세 실시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표로 응징하겠다.”라는 공갈협박에 겁먹지 말고, 자, 삶은 달걀 하나 드세요. 삶은 달걀입니다,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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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8-18 20:59:20
성직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밝다. 남들은 천당에 못 갈지라도 자신은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서 그렇다. 세상은 혼탁하고 남들은 천당에 못 가는데 자신만 천당에 간다고 기뻐서 얼굴이 밝은 성직자가 과연 올바른 성직자인가? 지구 곳곳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성직자가 과연 올바른 성직자인가? 마치 자신이 예배를 받는 것처럼 예배당의 상석에 교만스럽게 앉아 있는 성직자가 과연 올바른 성직자인가?

이산 2017-08-18 20:58:27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 이론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밝히고,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이기일원론과 연기론)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 지식, 철학, 가치관이 모두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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