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5)- 평등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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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5)- 평등의 덫
  • 강신업
  • 승인 2017.08.18 1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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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법 앞의 평등’은 모든 사람이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일체의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등 개념은 ‘신 앞의 평등’에 대한 세속적 개념으로 인간사회에서 동물계에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원리를 배제하고 인간의 인간에 대한 속박을 금지하고자 만들어진 인위적 개념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인위적 개념이 자연적 개념으로 오해되고 때로 의도적으로 왜곡되어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평등의 개념을 개인의 업적이나 능력에 따른 상대적·비례적 평등이 아닌 절대적 평등으로 이해하고 국가와 사회에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보혁명으로 지식이 폭발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면서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을 전문가 내지 지식인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누구나 전문적인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검색하고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대중의 역할 담당능력을 크게 배가시켰다. 전문성 획득은 대중의 기대수준을 높였고 기대 수준의 인플레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불러왔다. 자신의 상품가치를 객관적 평가보다 훨씬 높여 잡은 자칭 지식인들이 저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으면서 공직이나 대기업은 수백 대 일의 경쟁력을 보이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육체적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일자리는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 인플레’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는 것이다. 직업학교에서 기술을 익혀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통해 상공인으로 성공하려는 사람은 드물고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 삶을 영위하겠다고 법석을 떠는 나라에 투자할 사람은 없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얼마 전 KBS 프로그램 ⌜명견만리⌟에 출연해 한국은 더 이상 투자매력이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찾은 그는 “합격률이 1.8%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노력은 대단하지만 이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나라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며 사실상 이 상태로는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우리 경제가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정말 미리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평등 욕구가 강하다고 일컬어진다. ‘나’보다는 ‘우리’를 유난히 강조하다 보니 ‘너’와 ‘나’의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런 태도는 공동체의 결속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개발하는데 큰 방해요인이 되어 왔다.

이제부터 우리는 패러다임(Paradime, 사고틀)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누구나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의 조화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고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직원이 되고자 하는 사회는 언젠가 아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독일에 일류상품이 많은 이유는 마이스터(Meister, 匠人)제도 때문이다. 직업학교가 잘 정비되어 있는 독일에서는 11살 때부터 직업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길러진 마이스터들이 소시지 제조, 맥주 제조, 기계, 배관 등 약 350여개 직종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령 독일 자동차 벤츠의 메르세데스-AMG 라인의 엔진은 모든 공정을 엔지니어 1명이 담당하는데 심지어 제조자의 낙관을 찍을 정도라고 한다.

모두가 같은 직업을 추구하기보다는 각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는 사회가 더 건전한 발전을 이룰 것은 자명하다. 특히 인간이 로봇이나 AI(인공지능)와 경쟁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장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방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장인들을 가능한 많이 길러내는 것이다. 국가는 장인을 기르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처럼 전문기술인을 길러내는 교육제도를 발전·정착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우리도 ‘평등의 덫’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어쩌면 진정한 평등은 모두가 다를 때, 그 때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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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2017-08-18 22:44:05
안정을 추구하는 곳에 혁신이 없다..? 도전이 없고 안정만 추구한다.? 기회의 제공은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리는 현실은 짐 로저스는 알까? 멀쩡한 나라를 흑자 도산 시켜 IMF라는 불평등의 강요된 시대를 살게 만든 서구의 가치가 과연 할소리 일까? IMF라는 굴절된 외세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의식엔 생존적 가치가 싹트게 된걸 모르나?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구실로 대량정리해고를 합법화 시키고 계약직을 양산 한 IMF의 미국이 할 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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