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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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5)
  • 박준연
  • 승인 2017.08.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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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리서치와 분석

대다수의 로스쿨에서 1학년 필수 과정에 포함하고 있고, 로펌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많이 하게 되는 일이 주어진 상황에 적용되는 법률, 판례를 조사하여 그것을 흔히 메모(memorandum)라고 불리는 문서로 정리하는 것이다. 로스쿨 1학년때부터 여러 과정을 통해 리서치 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매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물론 검색엔진에 질문을 입력하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리서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라면 굳이 로펌에 맡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리서치의 첫단계는 관련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흔히 hypo (hypothetical, 가설)이라고 불리는 연습을 위한 사실관계는 리서치 연습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주니어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직면하는 리서치 과제의 사실 관계에는 법적인 의미에서 중요한 사실, 중요하지 않은 사실, 또 무의미한 사실까지 한꺼번에 포함되어 있다. 그것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다음은 관련된 법률과 판례를 찾는 작업이다. 흔히들 이 작업은 법률이나 판례 자체가 아니고 논문, 판례 평석 등의 2차 자료(secondary sources)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2차 자료 자체에는 법률과 판례에 따르는 권위가 없지만, 해설, 법률과 판례의 관계, 판례들간의 관계부터 파악하여 리서치를 해나가는 것이 사실관계의 키워드로 판례 검색을 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리서치의 실마리가 잡히면 다음은 법률과 판례를 검색한다. 물론 그 전제는 미국이면 어느 주인지, 연방법인지 주법인지를 포함하여, 어떤 관할권 지역(jurisdiction)의 법이 적용되는지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 실제 복잡한 사실관계에서는 어느 주, 심지어는 어느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없지 않고, 그 경우는 관할권 여부까지 리서치의 과제에 포함된다.

법률과 판례 검색은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다. 로스쿨에서는 종종 유명한 두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대부분 변호사)이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이들 회사의 입장에서는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후 자신의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주로 사용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홍보 차원에서도 꽤 자세하고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이 실시된다. 두 데이터베이스의 기능은 특히 법률과 판례 검색에서는 대부분 중복되지만 기능의 이름이 다르거나 2차 자료의 구성, 검색 방법이 다르다. 로펌에서는 대부분 두 데이터베이스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둘 중 하나만 가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의 검색방법을 익혀두는 것은 중요하다.

리서치를 하다보면 이런저런 키워드를 이용하여 검색을 했는데도 전혀 관련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데이터베이스 회사의 리서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한다. 반대로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 결과를 좀더 거르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리서치 결과를 모으면 이를 문서로 정리한다. 로펌의 보고서뿐 아니라 다른 보고서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이지만, 문제와 결론을 먼저 쓴 다음, 구체적인 내용은 뒤에 언급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또 근거가 되는 법률, 판례, 논문 등의 원문은 이메일에 첨부하는 것이 읽는 사람이 쉽게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험상 리서치는 한번 답을 준비하여 제출하면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대화에 가깝다. 명확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일단 리서치 결과를 정리하여 논의를 한 다음, 그 논의에 따라 후속 리서치 내용을 결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한 다음 최종 결과를 문서로 정리하기도 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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