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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공포를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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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공포를 파는 사람들
  • 신희섭
  • 승인 2017.08.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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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칠흑 같은 어둠속, 날카로운 비명들. 이내 흐느끼는 소리.

놀라지 마시라. 옛날 ‘귀신의 집’ 이야기다. 지금도 놀이 공원에 남아있는 귀신의 집이 한 때 유행이던 적이 있었다. 검은 색 천막에 몇 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지금 생각하면 작은 규모와 준비의 허접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는 왜 돈을 내고 그곳을 갔는지 모르지만 한 번쯤은 그곳을 다녀왔다. 돈을 지불한 비밀은 뒤에 있다. 어둠속 일련의 기획된 공포를 경험한 뒤 나오면 영웅담이 이어지는 것이다. 별거 아니었다고. 자신은 놀라지도 않았다고. 이게 뭐 무섭냐고. 심지어 자신은 알바 귀신에게 펀치를 날렸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속에서 갑작스런 사람의 등장에도 누구나 놀라기 마련이지만 기획된 공포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훈장을 주곤 했다. 누구나 그것이 허풍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긴 어둠의 과정을 거쳐야 받을 수 있었다.

어설프지만 계획된 공포의 연출. 그리고 이것에 대해 값을 매기고 이 공포를 판매하는 사람들. 공포를 기꺼이 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 용기와 용기를 곁들인 스토리를 사려는 사람들. 판매자와 소비자는 연출된 공포를 시장에서 사고판다. 아주 기꺼이.

이 공포 판매는 옛날이야기만도 아니고 귀신의 집이야기만도 아니다. 현재 한반도에도 공포판매가 있다. 그것도 아주 큰 판으로. 8월 위기설이 그것이다.

귀신의 집과 유사하게 8월 위기설은 몇 몇 기획된 과정들을 거친다.
북한이 주도한 현재 위기는 7월 두 차례의 ICBM급 미사일 발사성공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트럼프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발언이 나왔다. 이어 북한이 괌에 포위사위를 발표하였다. 그 뒤 미국은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현재 국면에서 대화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연신 언론들은 8월 을지프리덤 가이드훈련을 기점으로 북한이 위협을 실체화할 가능성을 집중 주목한다.

그런데 위기는 무조건 확대될 수만 없다. 왜? 실제 싸울 의지가 없는데 계속해서 위기를 증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잘못하면 만들어진 위기가 어느 순간 실체가 된다. 그리고 위기를 만든 이들 마저 속이는 상황이 된다. 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과 러시아가 상호 위협을 구사하면서 결국 전쟁으로 갔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더 이상 위기를 고조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귀신의 집이 끝나기 전처럼. 현재 한반도 역시 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위기의 최고조상황인 8월 12일 트럼프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통화를 하였다. 대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자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가졌다. 핵심은 시진핑 주석이 위기의 중재자로 나선 것이다. 8월 14일 김정은 위원장은 전략군사령부를 방문하여 괌 포위 사격 계획을 보고받고는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입장을 보였다. 이어서 8월 16일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평화를 위한 대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지는 만들어졌고 판은 깔렸다.

지금까지의 그림으로 볼 때 북미간의 위기의 정점을 지난 듯하다. 8월 21일 시작하는 을지훈련이 끝나고 9월 9일 북한 창건일을 지나고 나면 현재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위기를 지난 것에 대해 서로를 보상하고 칭찬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 귀신의 집을 나온 뒤처럼, 자신들이 위기를 어떻게 용기 있게 헤쳐 나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돌발적이면서 호탕하게 보이고자 하는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로서는 큰 위기 이후 깜짝 선물을 줄 수도 있다. 이미지정치의 본질상.

그런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귀신의 집과 달리 한반도 위기론은 다방면의 많은 이들이 좀 더 꼼꼼히 계획하고 해석하면서 확대되었다. 군사위협으로 국내정치를 이용하고자 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북한 군대의 사기증진과 고통스러운 북한 경제상황에 대한 미제국주의로 책임전가와 북한인민의 동원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알렸고. 미국에서는 7월 14일 하원에서 내년도 국방예산이 통과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내년 예산을 12.4% 증가하여 6,960억 달러까지 늘렸다. 북한의 위협은 미국의 군사비 증액을 당연하게 만들고 미국의 사드배치의 명분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 역시 5조엔 이상으로 군사예산을 증액하면서 4년 연속 국방비증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들도 빠른 속도로 ‘위기론’을 담론화하였다. 연합뉴스가 7월 26일자 기사로 7월 27일 휴전 협정일을 기점으로 한반도긴장수위가 높아진다고 예측하면서 위기론의 단초를 열었다. 이후 다른 매체들이 연이어 긴장상황과 불안을 예측하였다. 이 중 동아일보가 7월 27일 한반도 위기설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7월 28일 밤 북한의 두 번째 화성 14형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고 북한발 위기설은 물을 만났다. 이들 매체가 없는 위기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위기론에 집중투자 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정당과 정치인들이 한반도 전술핵 배치 등을 이슈화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공포의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누가 가장 수혜를 보고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수혜자로 보인다. 그는 괌을 공격하겠다는 결단력과 위기를 해결하는 자제력을 보여주었다고 선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상황의 최고 수혜자이다. 그의 강경 이미지는 이후 다른 국가지도자들의 협상에서 강경발언을 통한 압박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압박 명분도 가졌다. 미국 군수업체들은 뒷짐을 지고 이 상황을 흐뭇해할 것이다. 위기가 무기 수요를 늘릴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언론도 수혜자이다. 위기 예측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발언권도 높아졌고 충성스런 지지자들을 다시 결속시킬 수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피해자이다. 코리아패싱이라는 딱지를 받았고 대화원칙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과 현 상황에 명확한 답이 없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위기해소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간에 깜짝 선물이라도 주고받으면 한국의 외교입지는 더 나빠질 것이다. 귀신의 집 알바 생이 본의 아니게 펀치를 맞는 것처럼 피해자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현 위기 상황이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위기는 점차 관리되어져갈 것이다. 위기 이후의 무용담을 만들기 위해 물밑 접촉도 치열할 것이다. 그리고 9월. 여름이 지나듯이 위기도 지날 것이다. 내년에는 이 공포 패키지가 다시 반복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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