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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3 / 감정평가 기준가치에 대한 논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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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3 / 감정평가 기준가치에 대한 논의 (1)
  • 이용훈
  • 승인 2017.08.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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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봄, 가을 운동회 그도 아니면 체육시간, 아주 드물게는 매스게임(mass game)을 준비하면서 대열의 기준이 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자들은 연병장 기억이 먼저 떠오를 수 있다. 한 사람이 기준점이 되면 좌우 앞뒤로 바둑판 모양의 사람 띠가 형성된다. 좌우 간격을 위해 팔을 벌리고, 기준 줄의 앞 뒤 격차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 수직적으로도 일산분란하게 간격 조정이 된다.

보통 맨 앞 줄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가장자리 쪽 사람, 아니면 맨 앞 줄 중앙을 기준으로 삼는다. 누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딱히 있겠는가. 체육교사든 운동회 진행자든 때에 따라 내키는 대로 정하면 된다. 기준자리를 놓고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한 걸 본 사람도 거의 없다. 안 움직이고 제자리를 지키고 싶은 사람은 기준이 된 걸 내심 좋아하는 정도다.

학계든 업계든 어떤 것에 대한 논의는 불편에서 비롯되거나 필요성에서 출발한다. 감정평가의 기준가치에 대한 이 글도, 감정평가 서비스 수요자나 공급자 측의 불편이 적잖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기준가치의 논의에 앞서 일단 감정평가라는 용어 자체가 생경하다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꼭 못 들어 본 나무나 풀이름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일 수 있다. 입에 잘 붙지도 않는다. 용어 정의를 해 줘야 알아듣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도선사’라는 직업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영어가 한글만큼 익숙해진 세대에게 ‘asset valuation'이라고 표기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이다.

어떤 물건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할 때, 가장 기초적인 접근은 ‘그 사양이 또는 그 스펙이 요즘 얼마던데’다. 상식적으로 거래, 교환이 될 때의 가격이다. 동일한 물건 또는 비슷한 물건이 한 번도 매대(賣臺)에 오르지 못했거나, 어느 누구도 살 생각이 없는 물건이면, 과연 가격을 정할 수 있을까. 따라서 거래나 교환을 상정하지 않는 가치를 평가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2조에는 ‘기준가치’를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는 가치’로 정하고 있다. 더 정확히 풀면, 감정평가액을 결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느냐다. 이때의 기준은 체육시간 몸 풀기 체조에 앞서 열과 행을 벌리기 위한 기준점 이상의 의미다. 동 규칙 제 5조 1항은 ‘대상물건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이고 동 규칙 제 5조 2항에서는 ‘법령의 규정, 의뢰인의 요청, 사회 통념상 필요한 경우’ 시장가치 외의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2조와 5조를 자연스럽게 묶으면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상식이다. ‘감정평가의 기준가치는 시장가치’.

시장가치를 기준가치와 동의어로 여기는 것은 입법취지를 넘어선 확대해석이라고 한다면, 시장가치 이외에 기준가치가 될 수 있는 다른 가치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예시 혹은 열거했어야 한다. 또 하나, 시장가치에 기준가치의 권위를 부여해 준 조력자는 감정평가 서식이다.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감정평가서를 작성할 때는 별지 1호 서식을 사용하는데, 시장가치 외의 가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별지 2호 서식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포장지를 이렇게 달리하면 정품과 재생품의 이미지 역시 고정되기 쉽다.

당연히, 업계에서 기준가치를 시장가치로 하지 않은 평가보고서를 생산하는 데 거리낌이 있고, 보고서의 사용자 역시 이런 선입견을 갖고 있다. 꼭, 시장가치로만 평가해야지 다른 기준가치를 사용하게 되면, 부실, 위조, 불법 보고서가 아닌지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의 포장지는 이런 의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까지 논의를 정리하면, 모든 감정평가서는 시장가치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야 하고, 시장가치에 부여된 기준가치의 권위를 벗겨내자는 것이다. 다른 기준가치로 평가된 결과물이 편견 없이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장가치 이외의 가치가 필요한 영역과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논의를 조금 더 진행하게 되면, 관련부처, 감정평가업계, 그리고 의뢰자 모두 한 가지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물건은 하나인데, 물건의 가격을 다르게 낸 보고서가 기준가치를 달리해서 복수로 유통되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치달으면 품질저하의 우려를 낳지만, 대부분 수요자의 후생에는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자산의 가격을 이곳에서는 얼마라 하고 저 곳에서는 다른 가격,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새로운 숫자를 말하면서, 각자 우리는 이런 기준가치를 썼다고 하면, 관련부처와 의뢰자 모두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감정평가 생태계를 더 좋게 만든다고 감정평가사의 요청으로 새 도로가 개설되면서, 감정평가업계가 그간 신뢰와 공정성으로 닦아 놓은 구(舊)도로가 의도치 않게 훼손될지 누가 알겠는가.

따라서 기준가치에 대한 논의는 더욱 치밀해야 할 것이다.(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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