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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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
  • 이상희
  • 승인 2017.08.1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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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꿈꿨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법을 다루는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법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애초에 품었던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이와 관련한 내일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로스쿨 진학과 변호사 시험 합격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했던 과정 그리고 변호사가 되고 난 이후에는 책상 한켠에 무서운 속도로 쌓여가는 기록 속에서, 내가 법조인이 되고자 했을 때 품었던 순수한 마음가짐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꿈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해지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 즈음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몸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나는 내 꿈이 다시금 반짝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동과 여성을 위해 여러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자소년원의 원생들과 멘토-멘티 결연을 맺어 아이들에게 정서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처음 여자소년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년원의 아이들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소통을 거부하지는 않을지 막연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환하고 밝은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이러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벗어나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아이들은 세상의 어느 아이들보다 순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멘티는 말간 얼굴을 한 귀여운 소녀인데, 이 아이가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해사한 웃음을 지을 때면 그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부 시절 고민해 보았던 진정한 교화(敎化)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소년원 밖의 아이들과 달리 지극히 제한된 교육과정만을 이수하게 된다. 그런데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의 제한을 넘어 배움의 기회까지도 차단하는 방식의 처벌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오히려 이보다는 국가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게 하여 앞으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화의 의미가 아닐까. 이에 나는 소년범의 현행법상 처우와 문제점, 그리고 입법개선방향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논문을 찾아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근래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사건 전담변호사로 사건을 담당하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목포 아동학대 사건으로, 친모의 내연남이 만5세의 아이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여 아이에게 수차례의 두개골 골절 등 치명적인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산하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를 통해 ‘이 땅에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그날까지’라는 구호 아래 2013년 칠곡·울산 아동학대 사건, 2015년 인천 초등생 감금탈출 사건 등을 담당하며 학대피해아동 법률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8명의 여성 변호사들이 본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자원하여 며칠 간 밤샘을 마다하지 않고 의견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얼마 전 피고인들에게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형이 선고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나는 이와 같은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선배 변호사님들의 열정을 몸소 느끼면서 법조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우리의 작은 한 걸음이 어느 누군가의 인생에 한 줄기의 빛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 언젠가’가 아닌 ‘바로 지금’ 행동하는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꿈을 꾸지 않는 이상,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독자들도 공익활동이나 그 밖에 어떤 방법으로든 한번쯤은 내가 법조인이 되기로 한 이유를 환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새로운 꿈을 품고 생활의 활력소를 얻기를 바란다. 특히 여성 변호사라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나의 멘티를 떠올리며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꿈이 많은 이 아이에게 내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니 내일이 다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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