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변 대표 김태훈 변호사가 말하는 ‘북한 그리고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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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변 대표 김태훈 변호사가 말하는 ‘북한 그리고 통일’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8.17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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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20년, 인권위 북한인권 특별위원장
“탈북자 강제북송한 중국 규탄한다” 비난
북한 정치범수용소·교화소 “지옥같은 곳”
“모든 인권 중요하나 북한인권 우선해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10년 넘게 국회를 표류하던 북한인권법이 지난 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의 상임대표 김태훈 변호사는 이 북한인권법을 ‘북한 인권의 마그나카르타’라고 지칭했다.

의원 시절 북한인권법을 최초로 발의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태훈 변호사에 대해 “정치인도 아닌 변호사가 ‘북한 인권 수호’라는 순수한 일념으로 매주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가) 최초로 북한인권을 위한 변호사 단체까지 결성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태훈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지난 2013년 9월 설립한 한변은 북한 인권 개선을 주목적으로 하여 출범했지만, ‘북한 인권 수호도 대한민국에 먼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견고히 뿌리내린 그 토양 위에서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점차 그 활동영역을 확대해왔다.

이 모임에는 현재 권성 전 헌법재판관, 이용우 전 대법관, 김종빈 전 검찰총장, 천기흥 전 대한변협회장 등이 회원으로 있다.

북한에 대한 관심,
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 시절 ‘본격 발아(發芽)’

북한 인권에 대한 김태훈 변호사의 애정과 관심은 누가 보아도 각별했다. 이러한 관심의 시작은 그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을 역임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여년을 법관으로 재직했던 그는 법복을 벗은 후 2006년부터 6년 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지냈다. 그러던 중 그 즈음 생겨난 인권위 내 북한인권특별위원회의 제2대 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러기 전까지는 나도 (북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진 못했어요. 위원장을 맡고 이런저런 연구와 활동을 하다 보니 참혹한 북한 인권 문제의 실상에 눈이 떠졌죠. ‘이거 나라도 무언가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된 거예요.”

그가 북한인권 특위 위원장을 맡던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초로 북한주민의 알 권리 신장을 위한 정보접근권 부여 결의안을 만들었다. 김 변호사는 그에 기여한 것이 지금까지도 뿌듯함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위원장 시절 그는 북한인권침해 신고센터를 발족했는데, 북한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 기록을 낱낱이 파악해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통일 이후를 생각했던 것이죠. 이런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른 북한 지도층을 통일 이후에 단죄해야 하니까, 그 때를 생각하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그 진술들을 우리가 또 꼼꼼히 파헤쳐서 확인하고. 이런 것들이 북한에도 하나의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한에서 이런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더라’면서 말이죠.”

지금은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어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있다.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배계층의 인권탄압 현황을 통일부가 세세히 조사·기록하고, 3개월마다 이 자료를 법무부에 보낸다.

김 변호사는 “북한인권법의 핵심은 이 북한인권기록센터”라고 말하는 한편 “법에 의거한 인권탄압 현황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통일부보단 법무부에다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두는 것이 더 맞다. 통일부 본연의 역할은 ‘북한과 교류․협력’이기에 인권 침해 조사와 썩 어울리는 부처는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도 규탄, “살인방조다”

지난 달 15일, 탈북했던 조선지방노동당 간부 일가족 다섯 명이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혀 북송되던 중 집단으로 음독 자살했다. 이 화두를 꺼냈더니 김태훈 변호사는 착잡한 얼굴빛을 감추지 못했다.

“초유의 사태죠. 한 명도 아니고 가족이 그냥 다 자살해버렸어요. ‘죽는 게 낫다’ 이겁니다. 도대체 북한이란 어떤 곳인가. 그걸 보여주는 일례라고 봅니다.”

그는 이 사태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곧바로 중국 규탄 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면담을 요청, 그에 대하여도 중국이 묵묵부답의 태도로 일관하자 9일에는 급기야 직접 나섰다.

서울 중구의 주한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 그 앞에서 “현재 중국에 구금돼 있는 탈북자들을 모두 석방하라”고 기자회견을 한 것.

“국제사회가 다 똑똑히 봤지 않습니까. 지난 2월에는 자신(김정은)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을 화학무기용 독극물로 암살했어요. 그 뒤 6월에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식물인간이 되어 풀려났다가 본국으로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사망했죠. 사람이 종잇장처럼 맥없이 죽어 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곳입니다. 중국은 그걸 모르냐는 말예요. 탈북한 사람들 잡아다가 다시 북송하면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 다 알면서 보내는 건 살인 방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 인권이사회 이사국이에요. 인도주의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뻔히 알고 있단 말입니다.”

차분하고 조근조근 했던 그의 언성이 어느덧 분명하게 높아져 있었다.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함인지, 이 대목에선 그의 제스처도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탈북민들이 국경을 넘어오면 중국 입장에선 ‘불법 월경자’라고, 이런 말을 하고 있어요. 자신들은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서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서 2014년에 발표한 COI 보고서에 보면 잘 나타나 있어요. 중국 공안부는 북한 지도부와 협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 지도부의 인권 탄압과 살인에 중국은 협조를 하고 있어요.”

중국이 만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을 탈출해 나온 사람들을 프리패스(free-pass) 해준다면 북한 사회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김태훈 변호사는 내다봤다.

‘북한 국경만 넘으면 된다’는 소문은 극심한 가난과 억압에 짓눌려 있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탈북 러시’를 일으킬 것이고, 삽시간에 자유화의 바람이 북한 전역을 휩쓸게 될 거라는 분석이다.

“중국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정권 아닙니까.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류샤오보 같은 사람을 죽게 내버려둔 사회입니다. 그를 살리려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고, 언론을 검열하고, 그의 가족까지 감시하는 등 그런 모든 국가의 행위가 정당화 되는 사회가 중국입니다. 그런 중국으로선 자칫 북한에 자유화의 바람이 불면 그 영향이 중국으로까지 넘어올 것을 생각하게 되니 틈을 내줄 수가 없는 거죠.”
 

 

주변에서는 간혹 김태훈 변호사를 향해 “그러다가 역효과 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항의하고 규탄하면 순순히 행동을 바꾸는 나라냐. 오히려 더 삐딱하게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냐. 몸을 낮추고 살살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김태훈 변호사는 뜻을 굽힐 의향이 없어보였다. 도리어 “그런 패배주의적 관점으로는 아무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며, “중국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그런 나라에도 류사오보 같은 인물이 존재했던 것처럼, 인류의 평균적 양심에 기대어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덧붙였다. “인권은 조용히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겁니다. 도둑질도 아니고 사람 인권을 말하는데 왜 목소리를 낮춥니까?”

끔찍한 인권탄압현장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전체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현재 12만 명 가량의 정치범이 수용되어 있다.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12배 정도 되는 규모다.

더구나 이 인원의 90%는 연좌제로 끌려온 경우다. 갓난 아이 때 끌려가 스물두 살이 될 때까지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탈출한 한 탈북민은 “나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와 평생을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해 김 변호사를 비탄에 잠기게 했다고.

탈북민 인권단체 NK워치의 안명철 대표는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에 위기가 닥쳤을 때는 증거인멸 차원에서 이 수용소에 수용된 사람들부터 전면 사살하는 것이 (북한)군의 중요한 방침”이라며 자신의 정치범수용소 군 복무 경험에 비추어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교도소와 같이 노동교화형을 받은 수감자들이 복역하는 북한의 ‘교화소’에서도 인권 유린의 참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몇 십명을 빽빽히 들이밀어 놓은 굉장히 좁은 수용 공간 안에 화장실이 같이 있는데, 당연히 차폐시설은 되어있지 않다. 냄새 나고 구더기가 들끓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주먹만한 밥을 받아먹으며 연명한다.

“위생관리가 전혀 되질 않으니, 더운 여름에 전염병이 한 번 돌면 사람들이 그냥 싹 죽어나가는 겁니다. 발진,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후진국병, 우리가 옛날에나 앓던 그런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요. 그 시체들을 시체 보관소로 쓰는 공간에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으니까 쥐들이 달려들어 눈알이며 코며 귀며, 사람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다 파먹습니다. 교화소에 수용된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해 가는데, 거기 사는 쥐들은 얼마나 잘 먹고 사는지 토끼마냥 살이 토실토실하고 크기도 아주 크답니다. 지상에 존재하는 지옥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김태훈 변호사는 무자비하고 잔혹한 북한 지도층에 대하여는 정의로운 분노를 여과없이 표출했고, 가련한 북한 주민들에 대하여는 연민과 사랑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인권위에 있을 당시에도 북한인권 특별위원장을 맡기 전까지는 여러 분과에 두루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여성, 아동, 난민, 장애 등 모든 인권의 영역들이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북한 인권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기본 생계유지 차원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 주민 숫자가 2,500만에 달한다. 이들은 교육이나 표현의 자유, 복지 등을 누릴 권리 같은 고차원적 인권은 상상도 못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남한에 있는 우리들도 대부분 조금만 윗대로 올라가 보면 다 북한 어딘가에 연결고리가 있어요. 우리가 한 민족이고, 혈연이기 때문에 당연한 겁니다.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어도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입니다. 한 영토 안에서 형제가 굶어죽고, 사람답게 살지를 못하는데 왜 관심을 갖지 않습니까.”

얼핏 듣기에 담담한 것 같던 그의 호소는 곱씹을수록 절절했다. 그의 내면에 침잠해 있는 북한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그가 꺼낸 말의 마디마다 촘촘하게 스며있었다.

통일, 그날을 생각하며...

남북 분단 상태가 70년에 가까워지면서 ‘분단이 고착화되어간다’는 위기감도 고개를 쳐들고 있다. 김태훈 변호사 역시 같은 생각이다.

“청년 세대나 그 아래 청소년 세대는 통일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낍니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원래 떨어져 있는 남북의 모습이에요. 가족이 합치려는데 이유를 따지지 않는 것과 같이 통일이란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던 세대가 이제는 다 나이가 들었어요. 청년층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 공감대 확산의 노력에 한변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분단 상태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북 간 격차와 통일 비용은 더 커집니다. 통일을 경솔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지만, 안일하게 먼 산 쳐다보듯 바라보고만 있어서도 안 됩니다.”

한편 통일을 준비하며 북한 인권을 생각하는 최초의 법률가 단체인 만큼, 한변은 법전문가라는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법적 측면에서의 준비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통일 이후 남북이 맞게 될 법체계적 혼란을 미리 내다보고 그에 맞는 법제 정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 토지 등에 대한 사유개념이 없는 북한의 재산관계 기타 가족관계 문제 등, 법률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금부터 논의해 나가야 할 영역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10만 평방 킬로미터에 불과한 이 반쪽짜리 한반도에서 5천만 명이 여기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입니다. 휴전선 위쪽이 막혀 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섬나라만도 못한 상황에 처했어요. 휴전선만 걷히면 북한-만주-유라시아 대륙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통발달의 입지조건을 가진 한반도입니다. 실리적으로 따져 봐도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감수하고서라도 통일은 대한민국이 결국엔 가야할 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요즘 남한이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한계들도 북한과 합하여지는 동시에 시원하게 활로가 뚫릴 겁니다.”
 

 

그 날을 미리 바라보는 듯 김태훈 변호사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젊은 변호사들의 참여가 더 활발하면 좋겠는데...”라는 말도 나지막이 들렸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이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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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17-08-18 06:33:42
돼지사육이 생각나네.
돼지들은 처음 낯선사람이 다가오면 주춤하고 경계하다가도
그 낯선사람이 매일매일 먹이를 주러 우리로 다가오면
그 낯선사람은 돼지들의 주인이 되고
돼지들은 경계심을 풀고 그 먹이를 받아먹고 늑대나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주인의 보호도 받고
그러다 그 돼지가 도살장에 출하될 쯤된 주인이 먹이대신 칼이나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러 다가와도
멍청한 돼지들은 주인이 또 먹이주러 온것이라 생각하고 마냥 반가워하잖아.
별의미는 없고...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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