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타다만 장작은 어디 가도 타다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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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타다만 장작은 어디 가도 타다 만다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8.1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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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수험생 시절 가장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시기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무기력해졌을 때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될 것 같다는 희망도,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도, 그밖에 모든 내적 동기 등이 모두 소진돼버린 것 같아 우울하고 무기력해진 것 같은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를 하는데, 더 열심히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방어적으로 한 발 빼고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한 강사님의 말이 크게 마음을 때렸었다.

바로 ‘타다만 장작은 어디 가도 타다 만다’는 말이었다. 수험기간 공부하는 것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붓지 않고, 다 태우지 않고 타다가 말아버리면 합격을 못하는 것은 물론, 다른 데에 가서도(다른 것을 해도) 또 똑같이 타다가 만다는 무서운(?) 말이었다.

반대해석하면, 남김없이 다 불태우면 합격하거나 설령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데 가서 또 불태워 무언가 이룰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남김없이 불사르고 소진했는데 어떻게 다른데 가서 또 불태울 수 있지? 그만한 기운이, 그만한 의욕이 남아있지 않을텐데….’하는 의구심이 든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묵묵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쏟아부었지만 안 됐을 경우 그 실패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는 경험해보지 않아도, 자기를 대입시켜 상상만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실패의 고통을 극복하고 또 어떻게 소진시킨 에너지를 충원하여 다른 곳에서 또 다시 불태울 수 있는 것인지….

그런데, 비록 준비하던 시험에 불태웠음에도 합격하지 못한 분들 중 다른 곳에서 불태워 꽃을 피워낸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의미를 체감하게 됐다.

한 분은 “수험생 시절, 후회 없을 만큼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런데도 안됐기 때문에 미련없이 그만 두고 나올 수 있었다”며 “만약 최선의 노력을 안했다면 ‘그 최선의 노력을 하면 됐을텐데’ 라는 미련 때문에 계속 그 곳에 마음을 두고 현재 하는 일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 얼마만큼 노력할 수 있는지, 최선을 다했을 때 얼마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지만, 모두 다 불태워봐야지만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얼마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지 가늠하지 못한 채 자칫 막연한 가능성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하면 되는 것은 맞지만 누구나 될 만큼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 ‘될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후에 자신이 그 ‘될 만큼’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쏟아봐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우 남김없이 다 태워 소진돼버린 것 같지만, 그 잿더미 속에 잠재력, 가능성을 품은 저마다의 ‘씨앗’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재를 걷어내고 다시 불태울 준비를 하고 물을 주고 열심히 또 키워내야 한다.

불태웠지만 실패해버린 그 좌절의 경험이 ‘이렇게 다 태웠지만 안 됐다’는 비관의 독이 아니라 ‘이곳에서 다 태워봤지만 안 됐으니 다른 곳에서 태워보자’ 혹은 ‘다 태웠지만 다른 어떤 것이 부족했으니 이번엔 그것을 보충, 개선해 태워보자’라는 희망과 도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어쨌든 먼저 이곳에서 다 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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