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5)
박준연  |  desk@le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11  12:49:1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박준연 미국변호사

외국 생활의 고통, 또 즐거움

유학과 이민, 일 때문에 중단기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지금도, 종종 외국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모국에서 생활하고 첫번째 직업을 갖고 일을 시작한 것도 모국이다. 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자격증 역시 외국에서 땄다는 사실 자체로 외국 생활이 필연적이 되지는 않지만 외국 생활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첫번째 직업인 외교관도 외국 생활을 업무의 일부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외국 생활에 대한 저항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모국이 싫어서 떨어져 살고 싶은 이유로 예전이나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국적을 바꿀 수는 있어도 어떤 의미에서는 국적이 부모님처럼 숙명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외국 생활이 그저 즐거운 것은 아니다.

예전 뉴욕에 살 때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그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불가피하게 조국을 등진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민을 결심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그 문장처럼 종종 외로움이 엄습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그 외로움도 즐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또 생활하기로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 싶다.

2013년 겨우 정을 붙였던 뉴욕에 작별을 구하고 JFK 공항에서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맨하탄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머릿속에선 LCD 사운드시스템의 "뉴욕, 난 널 사랑하지만 넌 나를 실망시켜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 라는 곡이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내 의지와 선택으로 뉴욕을 떠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도쿄에 온 직후에는 M을 생각했다. M은 교환학생 시절 만난 친구이다. 곧 도쿄대학 전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통합되면서 사라질 이 프로그램에선 독자적인 일본어 수업, 일본 사회, 정치, 문화에 대한 수업들과 함께 도쿄대학의 다른 수업을 수강할 선택지도 제공했다. 고등학생때부터 중국어를 공부했던 나는, 야심차게도 일본어로 진행되는 중국어 수업을 수강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수업 첫날 중급 중국어 강의실을 찾다가 잘못해서 한국어 수업 강의실에 들어갔다. 일본어를 처음 배우던 때라 더듬더듬, 앞자리에 앉아있던 앳된 얼굴의 남학생에게 이곳이 중국어 강의실이 아닌지 물었다. 그때 그 학생이 M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무리는 M이 나에게 묻는 것으로 끝났다. 우리 친구 할래? 그때 강의실 뒤쪽에선 저기 (한국어) 네이티브가 있네, 하는 다른 학생들의 수근거림이 들렸다. 한류로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기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그리하여 M과 나는 둘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 만나 M이 내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거나 내가 M의 숙제를 봐주고, 통학길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근처 키치죠지에서 차를 마셨다. M은 한국인에게 특히 어려운 일본어 탁음 발음을 종종 지적했다. 그리고 어느날, 햄버거 가게의 냅킨을 내밀었다. 햄버거 먹다가 네 생각하면서 써봤어. 내가 어려워하는 일본어 발음으로 구성된 단어를 써서 문장을 만들어, 그걸 냅킨에 쓴 것이었다. 몇 번 그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며 이 문장 말이 안된다고 키득거렸다. 그 이후로도 한참 그 냅킨을 소중하게 간직했다.

뉴욕에서 도쿄로 오기로 결정을 내린 데에는 무엇보다도 일 측면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 큰 이유였지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일 이외의 생활의 측면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도쿄로 오고 일과 생활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후 키치죠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공원 뒷길을 걸으며,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외롭고 힘들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 M을 생각했다.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기회가 없어진 지금, 글을 통해서라도 먼 곳에 있는 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박준연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근인기기사
법률저널 인기검색어
댓글 많은 기사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법률저널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2001~2013 LEC.co.kr. All rights reserved.
제호: 법률저널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상연  |  발행인: (주)법률저널 이향준  |  편집인: 이상연  |  등록번호: 서울, 아03999  |  발행일: 1998년 5월 11일  |  등록일: 2015년 11월 26일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복은4길 50 법률저널 (우)151-856  |  영문주소 : 50, Bogeun 4-gil, Gwanak-gu, Seoul  |  Tel : 02-874-1144  |  Fax : 02-876-4312  |  E-mail :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