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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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3)
  • 박준연
  • 승인 2017.08.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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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의 고독에 좌절하지 않기

외롭지 않은 공부는 없겠지만, 로스쿨은 다른 전문가 양성 과정과 비교해도 긴, 혼자서 읽고 생각하고 쓸 시간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먼저 로스쿨이 있는 도시로 이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유학생뿐만 아니고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이 아닌 지역에 있는 로스쿨에 진학한다. 나는 로스쿨 오리엔테이션 3일 전에 뉴욕 땅을 처음 밟게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시작 전 부랴부랴 학생증을 만들고, 처음으로 로스쿨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이웃 주에서 유학중이던 대학 후배가 잠시 들러, 식기와 이불 등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건을 장만했다.

그렇게 해서 학기가 시작하고 난 직후에는 바쁘고 피곤해서 낯선 도시라서 외롭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학교에 있다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서 잘 준비를 할 때 쯤이 되면, 기숙사 창 밖으로 보이는 맨하탄 미드타운의 불빛을 보며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유학생의 숙명인 부분도 있지만, 유학생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척, 친구들 중에 로스쿨에 진학한 사람이 없는 경우라면 가끔 찾아오는 불안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이해받을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로스쿨 동기나 선후배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고, 운이 좋으면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내가 힘들 때는 나말고는 다들 로스쿨 생활을 잘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통계에 따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에도 로펌에도 내향적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인상을 받고, 그런 이유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고독이라는 감정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개인으로서, 전문가로서의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로스쿨이 있는 지역에 연고가 없는 경우라면 로스쿨 안, 밖으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밖으로 멀리 나갈 여유가 없던 나는, NYU의 유학생 오피스 (Office of 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현 Office of Global Services))에서 주관하는 자문단 (advisory board) 모임에 잠시 참여했다. 미국 학생들이 주류인 로스쿨 밖에서 유학생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공부가 바빠지면서 드문드문 있는 모임도 참석하기 어려워졌다. 최소한 겉으로는 여유가 있어보이는 다른 유학생들과 늘 시간에 쫓기는 나와의 괴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로스쿨 안에서 커뮤니티를 찾는 데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고, 로스쿨 학생들간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로스쿨 학생회 (Student Bar Association)에서 근처 바를 빌려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APALSA (Asian Pacific American Law Students Association)와 같은 학생회 조직에서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비슷한 자리를 마련한다. 또 학업과 좀더 연관성이 있는 커뮤니티로는 학생들 주도로 출판하는 로 리뷰와 로 저널에 참여하거나, 모의 법정(moot court)에 참여할 수 있다. 로스쿨 밖 기관과 연계하여 공익 변호(pro bono) 업무를 돕는 로스쿨 학생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로스쿨 2학년때부터 참여한 국제법 국제정치학 저널(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이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였고, 그 외에 국제형사재판소 모의 법정에도 참여했었다. 저널은 실제로 저널 편집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배운다는 면 이외에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로스쿨 동기들과 만날 기회가 되었다. 로스쿨에서 공부할 장소가 부족한 경우는 없었지만, 기숙사 건물 지하 2층에 위치한 저널 오피스는 내게 사교장소이자, 시험공부 장소, 휴식 장소가 되었다. 로스쿨 생활은 힘들었지만 저널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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