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갑질 없는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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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갑질 없는 조직문화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8.03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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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두어달 전 상사와 함께 업무관계가 있는 취재원을 만나 셋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뒤 주차권을 받아오지 않은 것을 깨달았고, 취재원은 당연히 하급자인 기자가 그것을 받으러 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자를 바라봤다.

기자 역시 받으러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상사는 극구 만류하고 직접 되돌아가서 그것을 받아왔다.

별 것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 일화도 미담으로 소개되어야만 할 것 같다. 더군다나 군대조직 뺨친다고 이야기되는 ‘언론’ 아닌가.

한의사 출신 최혁용 변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아니라 인턴’이라 일컬어지는 의사업계 내 신분으로 인해 선배들로부터 받았던 온갖 가혹한 대우에 대하여 한참을 이야기한 후 “언론도 막상막하 아닌가요? 기자님도 엄청 깨지고 울고 하셨죠?”라고 물었다.

그의 예상과 다른 답을 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 때는 짧은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넘겼지만, 이제서야 말하자면 “아니오”다. 내가 속한 조직에는 갑질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업무처리가 미숙한 하급자로서 선배한테 업무로 인해 지적을 받고 꾸중을 듣는 것이야 당연하다. 그에 대한 ‘불만’은 가르침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하급자의 ‘모자람’과 동의어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급자 혹은 선배로서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의 수준을 넘어가는 선부터는 ‘갑질’ 혹은 ‘부당한 괴롭힘’이 된다.

대개는 이 상급자나 선배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소위 ‘해도 되는 수준’이란 것이, 상식을 크게 벗어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내 아랫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시켜도 돼, 하급자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그 기준이 통념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박찬주 육군대장 부부가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린 사건도 그렇다. 그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어느 공관병은 인격이 처참하게 모욕당한 끝에 자살까지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공관병 자체가 고위 계급의 관사에서 생활하며 집사처럼 청소 등 이런저런 잡일을 맡아보는 병사다. 하지만 “공관병에게 소파 밑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을 치우라고 했다”는 보도는 세간을 분노케 하고도 남았다.

‘집사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중이고 어느 집의 귀한 아들이다. 직접 고용한 파출부가 아님을 명확히 했어야 했고,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했다.

다행히 이들의 만행이 우리사회 통념에 저촉, 이렇게 화제가 된 사실은 그래도 위안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류의 갑질은 통념이 눈감아줬고 그래서 거르질 못했기 때문이다.

엄한 스승(선배)과 혹독한 교육이 그 휘하의 개인을 더 크게 발전시킨다는 점은 어느 정도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것을 빙자하여 ‘엄하고 혹독한’ 외형만을 차용하고서 그 실질은 ‘사적인 괴롭힘’인 경우를 핀셋처럼 꼬집어내야 한다.

행위 자체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단순히 어느 행위만을 놓고 획일적으로 갑질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 행위를 한 사람의 평소 언행과 평판 모두를 종합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을 어느 사람 위에 놓고 있는지’, ‘당연히 받을 것이 아닌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뻔뻔함을 갖췄는지’를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올해 3월 나온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30만명의 청년이 취업준비에 의욕을 잃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청년들의 눈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치 않아서라는 분석이다.

일자리가 양질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갑질 없는 조직문화가 아닐까 한다. 상급자의 위치에 있는 개개인이 먼저 후배나 하급자를 ‘사람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줄 때, 우리사회의 갑질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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