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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은 해임, 1억원은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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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은 해임, 1억원은 괜찮고
  • 이상연
  • 승인 2004.09.21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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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농림부 차관이 100만원을 받았다가 사표가 수리돼 불명예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유관기관에 근무하는 고교 선배에게서 100만원을 받다 정부합동 단속반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 차관은 행정고시 18회로 공직에 입문, 농림부내에서 식량정책심의관, 유통국장, 축산국장 등 요직을 지낸 정통 농림관료로, 후배들로부터 신망을 얻는 편이어서 농림부 직원들의 충격은 더 클 것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28년 동안 탈 없이 근무해 차관에 오른 공직자가 이전 같았으면 추석 ‘촌지’의 관행으로 치부됐을 액수의 돈을 받고 퇴진하는 것을 두고 여러 갈래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차관은 관료가 꿈꿀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직업공무원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평생을 바쳐야 한다. 그나마 극소수의 능력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질 정도다. 그런 자리에 오른 해당 인사는 100만원을 잘못 받아 명예를 제일로 생각해야 할 공직자가 불명예스럽게 20여년의 공직생활을 일순간에 마감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고향의 선배가 후배에 대한 후원으로 건넨 뜻도 있음을 참작할 때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차관 정도의 고위직 공직자라면 마땅히 청렴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그가 돈을 받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100만원이 아니라 단돈 1만원을 받아도 뇌물은 뇌물인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없다. 특히 참여정부는 집권 이후 공직사회 혁신과 부패척결을 시대의 요구로 파악하고 이에 개혁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터에 고위관리가 이를 정면으로 거슬려 결국 자신을 망치고 만 것은 크게 실망스런 일이다. 더욱이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 부분에서 부패 추방을 성공시켜 투명한 사회로 가야하는 절실한 시점에 이런 사건을 빚게 한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다.


비슷한 시점에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이 한 기업체의 부회장에게서 1억원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2000년 3월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하면서 조 부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총선기획단장이 당비를 쓰지 않고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당의 공식 업무 비용에 충당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점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으로는 공소시효(3년)가 지나 수사를 받지 않게 됐다. 운좋게 정치자금법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행위까지 결코 면책되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다음 선거에서라도 정치적 단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적용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 형평에 맞게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법적용에서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같은 국록(國祿)을 받는 공직자이면서도 억대의 돈을 받은 정치인은 면책되고 100만원을 받은 공무원은 평생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기이한 현상을 지켜보는 국민이 과연 납득하겠는가. 가치관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치인은 좋은 직업이다’라는 냉소적인 말이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법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법적용이 공평하게 이뤄진다는 믿음이 사회전반에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현 정부의 몫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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