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공무원시험 ‘선택’과목과 면접 ‘전문성’강화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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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공무원시험 ‘선택’과목과 면접 ‘전문성’강화의 모순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8.0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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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공무원시험에서 과목을 개편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9급 행정직군의 경우 국어, 영어, 한국사 3과목 필수에 2과목을 선택해서 치르고 있다. 2013년 이후 고졸자의 기회 확대의 일환으로 세법, 형법 등의 대학 전공과목이 아닌 사회, 과학, 수학 등 고교과목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세법이나 회계학을 선택하지 않고도 세무직 공무원이 될 수 있고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선택하지 않고도 검찰직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경찰학, 형법, 형사소송법을 선택하지 않고 경찰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공통과목이 겹치기 때문에 사회나 행정학 등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다른 기관 행정직 공무원시험에 중복 응시할 수 있게 됐다.

고졸자의 기회확대와 여러 기관 시험에 중복 응시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특정 직렬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현직공무원에게 당연히 필요한 바, 수험으로라도 이를 접하지 않고 공무원이 됐을 경우 현장에서 문제가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편 올해 공무원 9급 면접에서 ‘전문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놓고 그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실제 염려했던 것같이 전공 지식과 관련한 전문성이 강화된 것 같지는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확실히 예년에 비해 전문성이 강화된 것 같다고 느낀 응시생도 많았다.

만약 면접에서 전공지식에 대한 질문이 평가의 자료가 된다면 전공과목을 선택한 응시생과 선택하지 않은 응시생간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지식에 대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그 자체로 평가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입장이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평가한다”면서 그 직렬과 관련된 지식을 묻고 그에 대해서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니 어쩐지 미심쩍은 대목이다. 지난 주 치러진 교정직 면접 응시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의구심은 더해졌다.

행정학과 사회를 선택했던 그 응시생은 필기합격한 후에 면접 대비 등을 이유로 교정학 강의도 들었지만 전공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서인지 전공지식을 검증하는 듯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몰라서 죄송하다’는 답변밖에 드릴 수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교정직 응시생들이 거의 교정학이나 형사소송법 둘 중 하나는 선택했을 텐데 아무래도 답변을 더 잘했을 것 같고 이럴 줄 알았으면 전공과목을 선택했어야 했다”면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 응시생에게는 인사혁신처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며 안심시켰지만 내심 그 응시생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에 공감이 됐다.

애초에 그 직렬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요구할거라면 직렬별 전공과목을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개편하는 게 맞다. 상당수의 현직 공무원들도, 수험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세법을 모르고 세무직 공무원이 되면 스스로 업무를 할 때도 힘들고 윗선 공무원들도 난감할 것이 자명하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모르고 경찰이 되면 또 어떻겠는가.

이런 비판에 대한 해결책으로 필수과목으로 전환하지는 않으면서 면접에서 공무원 일반이 아닌 직렬별 전문성에 대한 면접이 이뤄지고 평가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우회적으로 전공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면 수험생을 우롱하는 처사라 생각된다.

전공지식을 수험으로도 접하지 않은 채 공무원이 되는 길을 열어줘 놓고선, 그 피해를 본인과 동료 공무원들, 그리고 국민들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는 것을 방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면접의 애매모호한 전문성 강화가 아닌 전공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등의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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