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담뱃세와 유류세 감세와 고소득자 증세의 맞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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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담뱃세와 유류세 감세와 고소득자 증세의 맞교환
  • 오시영
  • 승인 2017.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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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언어는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자 저주이다. 언어를 통해 인간 상호간의 소통을 허락한 신은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간질시키기도 한다. 성경 창세기를 읽다 보면 문화의 융성 속에 교만해진 인간이 절대자에게 대적하려고 바벨탑을 높이 쌓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 높이 신이 있다고 믿은 고대인들의 착각에서 빚어진 에피소드이다. 하나님은 그러한 인간의 교만을 보다 못해 땅을 흔들어 바벨탑을 붕괴시키고, 인간의 언어를 혼란케 한 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만든다. 그때까지 한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케 됨으로써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하나 되지 못함으로써 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힘을 하나로 축적하지 못한 채 인간끼리 서로 다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인간들이 언어를 통해 자신을 성공시키기도 하지만, 스스로 파멸케도 한다. 언어는 참으로 무섭다.

소위 잘 나가는 유명한 정치인이나 지식인 중에 한 순간 말실수로 인해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당사자는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거나, 이성을 잃었다거나, 사적으로 편하게 생각했다거나 등등 수많은 이유를 붙여 실수를 한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물보다 더 연약한 것이라 한 번 쏟아놓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어, 아무리 사과를 하더라도 치유되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을 비롯하여 김학철 충북도의원 등 수많은 사람들이 구설수에 올라 있다. 첫 번째 말을 잘못 한 후 이를 사과하는데 그게 또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듣는 이를 더 염장지르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게 염장 지르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한 인격체가 사용하는 말은 그 사람 자신에 대한 표현이다. 즉 말은 바로 그 말하는 사람 자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가면과 위선적인 말을 통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감출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말이라는 것이 위장의 가면을 뚫고 나오는 무서운 송곳인지라 들통이 나게 마련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되어 먹도록 인격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언어적 표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생각이 그 인간을 결정하는데, 생각이라는 것이 외부에서는 언어와 행동을 통해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가 성숙하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거만하다. 내적 겸손함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가 거칠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언어가 송곳이 되어, 바늘이 되어 누군가에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거나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 언어 표현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표현하면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고 충고를 해도 그냥 멀뚱멀뚱이기가 쉽다. 자기 말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당연히 할 말을 당연히 했을 뿐인데 왜 호들갑이냐며 자기 언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충고를 건성으로 듣는다는 것이다. 말이 가벼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는 SNS를 하지 않는다. 상당수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파함으로써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거나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관철시키는 것을 보면서도, 필자는 SNS를 사용하다 순간적인 실수로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내 자신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까 봐 조심스러워 아예 SNS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SNS를 하지 않음으로써 어느 정도 사적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살아가는 장점 또한 그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몰라도 될 것까지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알고 싶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쏟아내고 전달해 주기 때문에 알고 싶지 않은데도 모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세상 끝 정보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어 사람의 심리가 항시 불안감에 사로잡히거나 불평불만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다. 거기에 예전 같으면 정말 몰랐을 것들까지 알게 되어 우리의 내적 평온과 고요가 끔찍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SNS를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사회 현상에 대해 개인들의 의견이 심도 있게 개진되고, 이를 통해 여론 결집이 이루어지고, 기존 언론의 불확실하거나 왜곡된 여론 조장을 막으면서 촛불혁명의 실핏줄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였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SNS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80일 정도 되면서 거의 모든 장ㆍ차관들이 임명되어 내각이 정비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기소된 몇 몇 주요 인사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및 최순실 씨 등 몇 사람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주요 쟁점을 놓고 사실 확정 및 법리 다툼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소된 피고인 중에서 선고된 사건의 경우 모두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특검에서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범죄행위였음을 사법부가 판단하였다는 의미로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이 위법하였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가 초고소득자와 세금 납부 전 순이익이 2천억 원 이상인 대기업들에 대하여 법인세 증세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 일부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인상하였던 담배세 2,000원을 감세하고, 2,000시시 이하의 차량에 대한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맞불 성격의 감세법안을 발의하였거나 하려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치를 ‘코미디’로 만들고 있다. 필자는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어서 담배 피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모르지만, 자유한국당이 담배세를 갑당 2,000원이나 인상하면서 담배값 인상을 통해 담배 소비를 강제적으로라도 감소시켜 폐암 등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켜내겠다는, 다시 말해 서민증세가 아니라 국민건강증진책이라는 전혀 그럴싸하지 않은 핑계거리를 내세우던 후안무치함에 덧붙여 더불어민주당의 특정 등급 초고소득자들에 대한 증세정책에 대응하여 감세정책을 내세운 것은 정치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황당한 어깃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자유한국당의 저 황당한 감세법안을 지지한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간접세 비율을 낮추고 직접세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본란을 통해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왜냐하면 간접세는 저소득층에게는 세금폭탄이 되기 때문이다. 천만 원 소득자와 백만 원 소득자가 동일한 세금액(정액)을 부담해야 하는 간접세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에게는 아주 고율의 세금폭탄이 되기 때문에 소득 수준별로 고세율이 부과되고 있는 직접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고, 저소득자에게 불리한 세금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담배세를 낮추게 되면 흡연자가 하루에 한 갑 정도의 담배를 소비한다고 가정할 경우 1인 당 월 6만 원 가량 소득이 증가하게 되어 1년이면 72만 원의 월급이 인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만일 한 집에 두 명의 흡연자가 있다면 144만 원 가량의 소득증가효과를 가져와 그 효과는 엄청나다. 현재 유류세의 경우 휘발유는 1리터당 약 870원 가량이고, 경유의 경우 약 635원 정도이다. 유류세는 정액제이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유류세는 변동이 없다. 2,000시시 중형차의 경우 평균적인 휘발유 소비는 250리터 남짓 될 것이다. 그렇다면 30% 정도의 유류세를 낮출 수만 있다면 차량당 6만 원 가량 가용소득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담배세의 경우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가정 당 200만 원 이상의 연소득 증가를 가져올 수 있어, 소비진작을 통한 소득성장의 선순환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세수 감소 부분을 어떻게 보충할 것이냐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여당과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소득세 인상 대상자로 예상하고 있는 5억 원 이상의 초고소득자를 3억 원 정도의 고소득자로 낮추고, 법인의 순이익 또한 연 2천억 원에서 1,500억 원 정도로 낮추면 충분히 위 감세 부분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세대당 약 200만 원 가량의 가용소득의 증대를 가져옴과 동시에 고소득층의 부자들과 재벌기업들에 대한 증세를 통해 소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 정책을 자발적으로 제시하였는바, 이를 정부가 수용하고 반대로 고소득 개인과 법인에 대한 증세를 추진함으로써 소득의 양극화로 빚어진 사회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주도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당장 세금을 많이 납부해야 하는 고소득 기업이나 개인들의 부담은 순간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가용소득이 늘어진 저소득층이 이를 소비하여 경제가 활성화될 경우 기업의 수입은 오히려 늘어나게 됨으로써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대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고여 있는 경제, 고체가 되어버린 경제, 쓸 데가, 투자할 데가 없어 낮잠자는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들이 기지개를 켜고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집권 기간 동안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부자나 기업들로부터의 증세정책 대신 서민들의 담뱃세 인상이라는 반시대적 증세정책을 추진한 박근혜 정권, 이를 호도하기 위하여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한 담배 소비 감소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황당한 논리로 국민을 속이며 우격다짐으로 통과시켰던 관련법규를 이제 와서 원상으로 되돌리자는, 그래서 세수 감소를 유발하여 재정을 축소시켜 문재인 정부의 원활한 재정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꼼수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법안제출이지만, 이를 다 알면서도 필자는 이를 지지한다. 담뱃세 감소와 유류세 감소를 통해 전 국민에게 골고루 가용소득 증대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대가로, 일부 대기업 및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맞교환하여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간접세 중심의 불균형 세금정책을 직접세 중심의 세금정책으로 전환하는 시금석으로 삼을 절호의 기회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80일 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필자는 “동정심 많은 맑은 정부”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가난한 서민을 어떻게 하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동정심이 많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또 하나는 어둡고 암습한 분위기가 걷히면서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공유한다. 그리고 상당한 정책들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될 것인지를 알린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밝혀지고 있으니 거짓말을 할 수가 없고 감출 수가 없다. 필자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한다. 범죄자들은 어둡고 조용한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그러니 범죄 피해로부터 벗어나려면 밝고 시끌벅적한 곳으로 나오라고. 그리고 범죄자를 만나면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고 말이 나오지 않으니, 그런 경우를 항시 생각하면서 연습을 해서 그런 상황에 마주치게 되면 소리를 크게 지르라고. 그것도 도둑이야 하지 말고 불이야 하라고. 왜냐하면 도둑이라 고함지르면 사람들이 도망가 숨으려 하지만, 불이야 하면 다른 사람들이 화재를 피해 밖으로 뛰쳐나오게 되어 있다고. 그래서 범죄자를 쫓아내거나 붙잡을 수 있다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사필귀정이다. 음습하고 어두운 공작정치의 대부인 그의 범죄 행위에 비하면 형량이 가볍다 싶지만, 그래도 사법부가 상당한 중형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구시대의 어둠을 거두어내는 진일보 판결이라 하겠다. 언어는 곧 그 인격이다. 밝고, 긍정적이고, 남에게 기쁨을 주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하는 이가 행복해진다. 남에게 비수가 되고, 송곳처럼 상처를 주는 언어 사용을 가급적이면 자제하자.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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