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2)- 천심(天心)과 민심(民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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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2)- 천심(天心)과 민심(民心)
  • 강신업
  • 승인 2017.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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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인간은 원하는 어떤 일을 이루고 나면 곧바로 또 다른 것에 욕심을 낸다. 인간의 이런 욕망은 개인 행복 증진과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만약 인간이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그저 만족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인류 문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대중적 욕망은 재앙을 가져오는 수가 많다. 특히 권력이나 돈에 대한 욕심은 대개 그것을 쫒는 자의 패망을 부른다. 불빛을 쫒다가 불에 타 죽는 나방과 같은 꼴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권력과 돈의 덫에 빠지는 이유는 그 단맛 때문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을 이기지 못해 권력과 돈을 향해 질주하다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권력과 돈에 대한 천착은 ‘남과 다름’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남과 다름을 추구한다. 또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을 못 견뎌서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위정자가 개혁을 부르짖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현재의 권력은 언제나 과거 권력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과거 권력과 동등한 취급을 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아무리 거창한 개혁을 내걸어도, 아무리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도 현재의 권력은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다음 권력에 의해 구태로 낙인찍히고 또다시 개혁이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정자가 정책의 백년대계를 꿈꾼다면 과거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잘 한다 칭찬 받기 위해 ‘이전 권력과 다름’을 추구해선 안 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는 가운데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방에 뒤집으려 할 경우, 그것이 쉽지도 않으려니와 또 가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얼마 가지 못해 동력을 잃고 만다. 의도적 차별화를 기획하는 권력은 바로 그 의도성 때문에 순수할 수 없고 그 비순수성 때문에 권력의 생명인 정당성을 잃는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이 의미는 민심은 하늘처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햇빛을 창창하게 내리부어 온 천지가 타들어 가게 하는 것도 하늘의 뜻이고 비를 사정없이 퍼부어 온 천지를 물바다로 만드는 것도 하늘의 뜻이다.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권력을 내주는 것도 백성의 뜻이고 그 권력을 거두는 것도 백성의 뜻이다. 이것이 민심과 천심이 같은 이치다.

사람이 하늘의 뜻에 순응하듯이 권력은 백성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 사람이 비를 내리는 하늘을, 비 한 방울 안주는 하늘을 원망할 수는 있으나 그 하늘을 응징할 수 없듯 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허물을 백성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광대다변(廣大多變)한 자연의 질서가 모두 하늘의 뜻이듯 권력에 대한 모든 작용과 반작용은 백성의 뜻이다. 비를 퍼부은 하늘이나 햇볕 내려쬐는 하늘이 다 같은 하늘이 듯이 권력을 부여한 어제의 백성이나 권력을 응징하는 오늘의 백성은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그저 바람의 방향이고 백성의 마음이다.

임진왜란 극복의 일등공신 서애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은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인심에 의해서이다. 비록 위태롭고 곤란한 시기라도 인심이 굳게 뭉치면 국가는 편안하지만, 인심이 떨어지고 흩어지면 국가는 위태롭다”라고 했다. 백성을 위하는 위정자라면 마땅히 백성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한다. 백성의 마음을 산란시켜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위정자는 없다.

오늘 권력을 가진 자는 살얼음을 밟듯 조심해서 인심을 살펴야 한다. 가장 조심할 것은 어떤 경우에도 권력의 미향과 단맛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한 권력자는 보통 국민이 자신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그래서 웬만한 허물은 그냥 덮어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과오를 범한다. 그러나 하늘이 비를 내릴 때, 벼락을 칠 때 항상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마른 하늘에서도 벼락은 친다. 오늘도 국민은 그저 무심하기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언제 나쁜 권력자를 응징하자고 달려들지 모른다. 이 때는 이미 늦다. 무릇 권력을 가진 모든 자들이 하루하루를 근신하고 또 근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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