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3)- 서울동부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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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3)- 서울동부구치소
  • 신종범
  • 승인 2017.07.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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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1년전 사무실을 송파구 문정동으로 옮긴 후 구치소 접견을 가는 일이 늘었다. 사무실이 구치소에서 비교적 가까이 있다 보니 변호인 선임을 위해 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무실에서 비교적 가까웠던 그 구치소는 성동구치소였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었는데 이름은 성동구치소라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처음 성동구치소에 접견을 갔을 때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갔는데 역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안내판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긴 필자도 예전에 가락동에서 십여년을 살았지만 성동구치소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으니 말이다. 어찌하여 찾아 가다보니 철조망이 얹혀진 높은 콘크리트 벽이 보였고, 그 안에 낡은 2층 건물이 있었다. 간판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근처에 구치소가 있다면 그 곳일 수 밖에 없었다. 성동구치소는 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다. 고층 아파트와 상가 속에 꼭꼭 숨겨져 놓은 것 같은 낡고 폐쇄적인 그곳은 전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외딴 섬과 같이 보였다. 특히, 구치소 담장 바로 옆에는 학교가 있었는데 무거운 적막이 흐르는 구치소와 학생들이 밝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넘쳐 나는 학교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구치소 주변에는 면회를 온 사람들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간혹 마주친 사람들은 피의자나 피고인을 호송하는 버스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안내 표지판도 제대로 없는 것이 보여주듯 주민들은 주변에 구치소가 있다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접견을 위해 두꺼운 철문을 몇 개 통과해서 접견실을 향하는 동안 본 구치소의 모습은 영화에서 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도관의 말에 따르면, 1970년도에 건물이 지어져 매우 낡았고, 2층 건물이라 수용공간은 많지 않은데 수용자는 계속 늘어 5인실에 7~8명씩 들어가게 되니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다고 하였다. 성동구치소는 그렇게 인근 주민들에게도, 수용자들에게도 꽤 불편한 시설이 되어 버렸다.

사무실에서 더 가깝게 구치소가 들어섰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구치소가 들어왔지만, 사무실을 얻을 때도, 얻고 나서 한참 후까지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법조단지가 조성되면서 법원, 검찰청, 보호관찰소 등 건물이 속속 지어졌지만, 예전 구치소 모습과 같은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고, 구치소가 들어선다고 하면 으레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있고, 반대 의사가 담긴 현수막 등이 걸려 있어야 했지만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다만, 검찰청 옆에 오피스텔 형태의 건물이 몇 개 동 지어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궁금해 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 건물 분양을 언제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법원, 검찰청 건물이 완공되고 이전이 완료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그 건물이 비로서 완공되었고, 하얀색 간판이 내걸렸다. ‘서울동부구치소’. 이 곳이 성동구치소가 이전되면서 명칭도 새롭게 바뀐 ‘서울동부구치소’다.

‘서울동부구치소’ 주변은 이미 있던 가든 5와 함께 법조단지와 지식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현대식 건축물과 노천 까페 등이 즐비하다. 만약, 예전의 구치소 모습과 같은 건물이 들어섰다면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동부구치소’는 지하 2층, 지상 12층으로 된 5개동이 한 건물로 연결되는 구조로 지어져 주변의 고층 건물들과 이질감이 없고, 높은 콘크리트벽이 아닌 낮은 개방형 울타리가 설치되어 주변 풍경과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까지 혐오시설로 여겨지던 구치소가 들어섰지만, 반대하는 주민들은 없었고, 인근 아파트의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상당히 올랐다.

‘서울동부구치소’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가 이곳으로 이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최순실씨가 영향력을 발휘하여 새롭게 지은 좋은 시설로 옮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서울동부구치소’의 시설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2층 건물이었던 성동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은 수용한도를 벗어난 콩나물 시루 같은 방에서 생활해야 했지만, 12층의 동부구치소는 수용공간이 상당히 늘어나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층마다 농구대가 설치된 소규모 운동장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구치소계의 ‘5성급 호텔’로 불린 남부구치소보다 더 좋은 시설인 것도 같다. 서울동부구치소가 다른 곳에 비해 시설이 좋은 건 맞지만 최순실씨가 이곳으로 이감된 것이 그의 영향력 때문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울구치소에서 남부구치소로 다시 동부구치소로 남들이 부러워 하는 곳마다 옮기는 것을 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고, 확실히 구치소 배정운은 있는 것 같다. ‘서울동부구치소’의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동부구치소에서 동부지방검찰청, 동부지방법원까지 약 300m에 이르는 구간이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 피의자나 피고인 이동시 외부 노출이나 도주의 우려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서울동부구치소’는 국내 유일의 도심 속 고층 구치소라고 한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치밀하게 계획되어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고, 수용자의 인권을 위해 시설도 대폭 개선된 만큼 ‘서울동부구치소’가 시설 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시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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