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0) -포퓰리즘과 미래착취(未來搾取)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20) -포퓰리즘과 미래착취(未來搾取)
  • 강신업
  • 승인 2017.07.14 13: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포퓰리즘(populism)은 보통 몸에 좋은 쓴 약보다는 몸에는 안 좋지만 우선 입에 단 꿀과 같다. 위정자(爲政者)들은 정권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이 꿀을 적당히 나눠주는 방법을 쓴다. 대중들은 이에 취해 저 죽는지 모르고 입맛을 다셔가며 받아먹다가 파멸하고 만다.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있다. 상품의 미래 변동을 예측해서 배팅하는 선물거래(先物去來)가 대표적이다. 이것은 미래의 가격 변동을 현시점으로 끌어온 것으로 통화량을 늘려 경제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가령 미국의 파생 금융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은 미국의 경기호황을 가져왔다. 파생상품이 파생상품을 낳고 그 파생상품이 또 다른 파생상품을 낳는 식으로 증권 발행을 거듭한 까닭에 그 발행금액 만큼 경제가 커졌다. 그러나 대가는 혹독했다. 버블이 터지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기침체를 겪어야 했다.

위정자들은 대개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호황 등의 정치적 수사를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 될 정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행하려 든다. 그리고 그 책임은 아무 잘못도 없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이것이 포퓰리즘의 폐해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까지 세계 5위권 경제 대국이자 유럽 사람들이 이민가기를 원하는 부국(富國)이었다. 그러나 후안 페론 대통령은 1946년 집권한 후 국가 예산의 19%를 생활보조금으로 쓰는가 하면, 특히 1950년대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자 이들을 전원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등 퍼주기 정책을 펼치다가 결국 국고가 바닥나고 경제가 자생력을 잃게 되었다. 오늘날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높은 실업율과 살인적 물가고로 고통 받고 있다.

한 때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 속했던 그리스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공무원 숫자를 계속 늘리다 전체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인 나라가 됐다. 급기야 85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 월급이 재정지출의 50%가 넘고 연금부담까지 겹치며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긴급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베네수엘라는 해외에 석유를 판매해서 벌어들인 오일 달러를 나눠 쓰며 흥청거리다 원유 값이 급락하면서 시장에서 식빵조차 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급기야 2017년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이웃 나라인 브라질이나 코스타리카 등으로 대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을 펴려든다. 그러나 정부는 이 때 당장 먹기 좋은 꿀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약을 처방해야 한다. 기존 국가정책을 급격하게 바꾸기 보다는 먼저 시간을 두고 그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번 시행된 복지혜택을 없애는 것은 정책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만큼 복지 정책을 펼 때는 그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과 재원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우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펴다 나라를 거덜 낸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치가 경제평등을 내세워 나라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면 이는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명분하에 사회 양극화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시킨다면, 이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정치화이고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엄연히 다른 논리가 지배하는 경제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좌지우지한다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현대국가들이 공통의 목표로 삼는 복지혜택의 확대는 요원해진다.

세상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현재인(現在人)들은 미래인(未來人)들에게 다만 일시적으로 공간을 빌려 사는 임차인에 불과하다. 그들은 때가 되면 후세에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한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이 미래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오늘을 사는 자들이 삼가야 할 것은 포퓰리즘에 빠져 미래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다. 특히 위정자들은 오늘의 인기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위정자들이 아침 이슬과도 같은 짧은 인기를 얻기 위해 역사에 오명을 남긴다면 이 얼마나 우매한 짓이겠는가?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절대공감 2017-07-14 13:01:53
아주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진정한 위정자라면 꼭 새겨들었으면 하는 글입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