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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90)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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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4  1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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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펌 변호사와 비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인 로펌에는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제공을 도와주는 많은 직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비서는 변호사와 가장 가깝게 일하면서 변호사 업무를 보조해준다. 대부분의 대형 미국 로펌에서는 갓 입사한 변호사들에게 비서 한 명을 배정하기 보다는 몇 명으로 구성된 비서 팀을 배정해준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서의 수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신입 변호사들의 업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이지만, 다른 한편 신입 변호사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다. 많은 조직에서 비서는 여러 명의 변호사 업무를 담당하는데, 신입 변호사의 경우 한 명의 비서가 담당하는 변호사 중에서 가장 신참이고, 그런 이유로 비서가 다른 변호사 업무 보조로 바쁘면 신입 변호사는 일을 부탁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팀 전체가 업무 보조를 맡게 되면 그 팀 내에서 보조 업무를 나누어 하기 때문에 신입 변호사가 내 일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정 연차가 되면 팀이 아닌 담당 비서와 함께 일하게 된다. 그리고 담당 비서가 휴가나 부재중일 경우 업무를 맡아줄 비서도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예전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옆 오피스의 선배 변호사가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로펌에서 처음 일하면서 신경 쓸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비서들, 특히 10-20년 이상 일한 비서들을 존중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담당 비서는 물론 내가 도움을 받는 관계라서 중요하지만, 다른 비서들과의 관계도 또한 중요하다. 선배 변호사가 일을 시켰는데 내용을 잘 모르고, 그 선배 변호사가 자리를 비워 직접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 비서에게 물어보아서 도움을 받은 적이 많았다. 간략한 업무 지시를 받았지만 그걸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하는지 모를 때도 그 지시한 변호사의 비서에게 물어보았다. 예컨대, 정오표(errata sheet)를 준비해오라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정오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몰라서 물어보았더니 금세 늘 쓰는 정오표 형식을 이메일로 받았다. 또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서류에 흘려쓴 연필 글씨로 지시를 적어 전해주고, 그 지시가 알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높은(?) 파트너 변호사가 있었는데, 알아보기 어려운 지시는 그 비서에게 물어봐서 알아낸 경우도 있었다.

일반론의 측면에서 변호사와 담당 비서의 관계는 회사의 동료간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클라이언트 서비스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또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해야 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변호사가 비서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시의 내용, 업무 결과물이 필요한 시한, 업무 결과물에 대해 기대하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하게 원하는 바를 설명하는 데에는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이 되풀이되면 이심전심으로 생각이 통하는 팀이 된다. 일이 바빠지면서 비서의 도움이 평소보다 더 필요하거나, 더 나아가서 초과근무까지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서가 나의 업무뿐 아니라 다른 변호사의 업무도 담당한다는 사실은 언제든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업무상 받은 도움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업무의 결과물이 돌어왔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인간적으로 친해는 것은 비서뿐 아니라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일을 챙기거나 회사 밖에서 가끔 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또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인사 평가에서 회사의 HR부문에게 비서의 업무 평가를 적확하게 전달하는 것, 고마운 부분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줌으로써 인사 기록이 남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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