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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닭발집의 묘한 매력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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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4  11: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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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7월 12일 초복. 본격적 더위의 시작. 올 해 말복인 8월 11일까지 한 달 더위의 서막. 1년에 3번을 맞이하는 초복, 중복, 말복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보양식이란 이름으로 운명을 맞이한다. 그래서 보양식을 담당하는 동물들에게는 혹독한 날들이다. 특히 호불호가 적어 가장 많이 소비되는 닭들에게는.

초복이었던 어제 삼계탕을 대신해 닭발을 먹으러 갔다. 초복에 웬 닭발? 닭발은 개인적으로 잘 먹지 않던 음식이었는데 1-2년 전부터 몇 번 먹기 시작해 지금은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닭발을 거부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도대체 그 조그만 다리에 먹을 것이 어디 있을까? 왜 하고 많은 부위를 두고 피부만 남아있는 발을 먹을까? 꼬득 꼬득한 질감 외에 아무 맛을 못 느끼겠는데 무엇 때문에 먹지? 얼마 안 되는 양의 발을 먹기 위해 얼마나 힘들여서 발골을 해야 하나?

닭발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이것 말고도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다. 혐오스럽게 생긴 모양새. 먹기에 너무 손이 많이 가고 폼나게 먹기 어렵다는 것. 손을 많이 써야 하는데 손에 양념을 묻히기 싫어서.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싫은 것일 것이다. 먹기 싫은 데 큰 이유가 무엇이겠나? 그냥 싫은 것이지. 그리고 이유를 찾다보니 많은 이유들이 들러붙는 것이겠지.

내켜하지 않았던 음식을 먹게 된 어찌 어찌한 계기가 있어 몇 차례 닭발을 먹게 되었다. 그러다 초복을 기념하여 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닭발을 먹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닭발을 매우 좋아하시는데 한 번도 같이 할 기회가 없었다. 나 자신이 싫어했으니까. 닭발을 예찬할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싫어하지도 않게 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한 닭발 하였다. 사실 부모님을 “모실” 음식은 아니지만.

초복이 아니었어도 사람이 많을 닭발 집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점심에 삼계탕으로 복더리를 했을 것이다. 점심 삼계탕 저녁 닭발은 닭한테는 너무 심한 것인데. 그래도 저녁 퇴근길에 소주 한잔 하려는 사람들로 닭발 집은 제법 붐볐다. 조금만 더 늦은 시간까지 있었다면 아마도 전좌석 만석의 그림을 보고 나왔을 것이다.

처음으로 닭발 집에서 부모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니 감흥이 새로웠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다. 닭발 집에 오는 손님들은 80%이상이 여성들끼리 오는 손님들이었다. 이날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닭발 집에 갔을 때 남성들끼리 오는 테이블을 보기 쉽지 않고 여성-남성이 오는 몇 테이블을 제외하면 여성들 팀을 주로 보아왔다.

생각해보면 남성 친구들이 “자 술 한 잔 하자” 하면서 닭발 집에 가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야식 배달해서 먹겠다고 닭발 집에 전화하는 남성은 얼마나 될까? 그 수가 적지는 않겠지만 여성들에 비해서 많지는 않을 듯하다. 상상을 해보자. 건장한 남성들 여럿이서 둘러않아서 주린 배를 채우면서 닭발을 발골 하고 발골된 부위에서 닭발을 뜯어 먹는 모습을. 한 접시 다 발라도 한 사람 먹을 량이 되지 않을 발을 부여잡고 그저 주먹밥을 말아서 맨밥을 먹는 모습을.

그래서 주로 닭발은 2차나 3차에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안주는 조금 먹고 술을 한 잔 더할 때 먹는지도 모른다. 다음 날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이 안 될 그 찰나에.

여자들은 왜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서 닭발을 먹는 것을 더 좋아할까?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우선 닭발집의 조명은 어둡다. 발골을 하고 손과 입에 양념을 묻히면서 먹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그러니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닭발은 맵다. 매운 것을 먹으면 땀도 나지만 땀과 함께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간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닭발은 매우면서도 꼬득 꼬득하다. 그리니 씹기도 좋다. 이쪽 저쪽으로 발골을 하면서 뜯어내는 성취감도 있고 뜯긴 발이 전해주는 독특한 질감도 있다. 그래서 마구 씹을 수 있다.

씹으면서 이야기하기도 좋다. 독특한 질감과 매운 맛을 즐기면서 공통의 화젯거리를 만들어서 씹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를 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남성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가리를 씹으면서 누군가를 씹고 오징어를 질겅거리면서 또 누군가를 씹고 하듯이, 닭발을 씹으면서 또 누군가를 씹는 것이다.

게다가 닭발은 묘하게 술을 부른다. 조도가 낮은 인테리어는 자꾸 취하라고 강권한다. 맵고 짠 음식을 먹고 있다 보면 소주를 홀짝홀짝하게 된다. 게다가 닭발은 콜라겐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피부에도 좋지만 관절과 힘줄에도 좋다. 맛도 있는데 건강까지 챙겨준다. 그러니 저녁 무렵의 닭발 집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런 유혹이 있어서 좁고 시끄럽고 취한 이들로 북새통이 되기도 하는 닭발 집이 밤이 되면 더 인기가 높아진다. 여러 사람들 속에서 한참 이야기 하다보면 본인의 이야기도 그 공간을 날아다니는 여러 단어들 속의 하나가 되고. 그래서 불편하고 특수한 것으로 여겨진 나의 일이 다른 사람들도 경험한 보편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양념으로 입가가 얼룩덜룩해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그러니 우아함을 위해 자연스러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사냥이라도 한 것 같은 노획물을 이리 저리 뜯으면서 느끼는 본연의 인간적임도 있고.

닭발이 주는 매력이 여성에게만 주어진 특혜는 아닐 것이다. 지갑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묘하게 매력적인 씹는 맛은 요즘처럼 퍽퍽한 현실을 살아내는 한국 사람들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더위에. 주위의 사람들에. 그러면 금요일 저녁 쯤 닭발집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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