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법교육 공헌 인정받아 ‘우수변호사’에
인문학 조예 깊어...기고 모아 5월초 책 출간
15년 공직생활 기반으로 ‘입법연구’ 시장개척
법률사무소 ‘메이데이’...노무법인과 협업 구축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지난 3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회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최초로 ‘우수변호사’를 선정하고 시상식을 개최했다.
6명의 수상자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유재원 변호사는 특히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등의 책을 발간하고 그와 관련된 무료 법교육을 해오면서 어린이 법교육 증진 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는 2013년 처음 1권을 발간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8권이 출간됐다. 현재 7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려 출판시장에서의 입지는 자못 튼튼하다.
굳이 ‘어린이 법교육’에 초점을 맞추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자 그는 “어쩌면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경로로 글을 많이 써왔기 때문인지 출판관계자들과 교류가 많아요. 그 때 누군가 집필 제안을 해 왔죠. 한국 출판시장의 절반 이상은 중학교 이하 연령대가 차지하고 있다더군요. 독자층을 어린이로 겨냥하는 것이 시장성이 높다는 점이 한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제가 그 제안을 받을 당시는 이제 막 결혼을 해서 아직 아이도 없을 때인데 ‘전문가 아빠가 들려주는 법 이야기’ 이런 류의 책을 써달라고 제안이 왔어요.(웃음)”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법교육 중요하다”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8권 이외에도 그는 그간 많은 책을 출간했다. <인문학 두드림 콘서트>, <로스쿨생들을 위한 리걸마인드>, <공부불패> 등에 이어 지난 5월 초 출간한 <5월의 변호사 메이데이> 까지.
그러나 성인을 독자층으로 한 이런 책들이 아무리 잘 되어봐야 판매고 단위는 ‘몇 천’이었던 데 반하여 어린이 로스쿨시리즈가 잘 되자 판매고 단위는 ‘몇 만’이 되었다. 실로 중학교 이하 연령대는 출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결코 이런 어린이 독자층의 시장 장악력에 있지 않았다. 그는 ‘시민교육보다 초중고 교과과정에 모든 교육이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체계상, 초등학교 때 법교육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법교육 책의 집필 제안을 받고 참조할 만한 서적이 있나 싶어 법률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 각국의 서적을 찾아봤지만, 어린이 법교육을 정조준하여 집필된 책은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이 점에 크게 놀라는 한편 그래서 더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에 애착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등 법률 선진국은 지역 커뮤니티나 로스쿨 등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어 그 저변이 상당히 넓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중요도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크게 집중되어 있으면서 대학 이후부터는 전공이 아니면 법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의 법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우리 교육과정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고, 실제적으로 교육의 비중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법교육의 무게중심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고등학교는 ‘법과 사회’ 과목이 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이고, 무엇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법교육이 미진해요. 저는 이 부분에서 일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로스쿨 교육법인 ‘랭들 매소드’ 따라 집필
유재원 변호사가 ‘출판사와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한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사용하는 법조인 교육법인 ‘랭들 매소드(Langdell method)’를 따랐다. 사례 중심의 생생한 법 이야기를 모의재판 형식으로 풀어낸 것.
춘향전, 간디 이야기, 안중근 재판, 불량급식 사건, 님비 현상, 연예인 악성 댓글 문제, 미세먼지 사건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지는 소재를 사용했다. 이러한 소재들을, 어린이들이 법적 관점으로 해결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활용한 것이다.
“아무래도 법률가니까, 심청전 같은 동화를 보더라도 법적 논점이 눈에 걸리잖아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소재들에 이런 식으로 접근해가면,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법교육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가 처음 책을 집필할 때는 모든 것을 혼자 했다. 그러나 ‘어린이 시리즈’의 인지도나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다 보니 동화작가와 삽화가가 투입되는 등 일의 스케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그는 시리즈 전권을 꺼내와 한 권 한 권 펼쳐 보이며 말했다. “역시 사람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 힘을 합쳤을 때 그 결과가 다르더군요. 이 책들은 같은 열정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는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 4,5학년 대상의 서적으로 분류되지만, 내용상으로는 중학생들이 보아도 충분히 공부가 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법개정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바꾸어야 하는 전문서적과 달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내용들로 구성한 것도 장점이다.
유재원 변호사는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의 저자로서, 구청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어린이 대상 법교육 요청을 해올 경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빠른 시일 내 ‘중고교생들을 위한 로스쿨 시리즈’도 출간할 계획에 있다고도 전했다.
“인간소통창구 인문학, 법조인에게 더 필요해”
그는 일찍이 역사학자를 꿈꾸며 역사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인문대를 졸업하고서는 다시 법대에 진학했다. 법대 진학 중인 2003년,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합격하자마자 고시계라는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인문대를 졸업했으니 인문학 쪽이나, 인문학 및 법학이 버무려진 정도의 글을 정기적으로 써 줄 수 있겠는지 묻더라고요. 그 때부터 시작해서 2013년까지 계속 썼으니까 10년 가까이 인문학 글을 썼네요.”
변호사 자격을 얻은 이후부터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신문이나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회보에도 인문학적인 글을 써왔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유의미한 영리활동이 될 리는 만무했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전하면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어쩌면 봉사 차원의 글쓰기가 여러 해 쌓이자 자연스레 어엿한 책들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초에 나온 신간 ‘5월의 변호사 메이데이’ 역시 그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에 4년 간 써왔던 인문학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공익법무관, 입법조사관 등으로 14년 간 공직에 있었던 그는 공직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의미를 겸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을 ‘사람과 예술에 관한 것’이라고 봤다. 우리네 생활과 무관해 보이지만, 결국은 서로가 어느 정도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는 인간 사이를 관통하는 소통 창구이자 영감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법조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차갑다’거나 ‘그들만의 세상에서 산다’ 등이죠. 어느 정도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어요. 이런 법조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담긴 글들은 회보에 실었을 때 호응도가 높고 다른 변호사분들이 일부러 전화까지 주면서 내용에 대한 의견과 생각들을 이야기하셨던 것들이에요.”
유 변호사가 대학시절과 청년변호사 시절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던 인문학 탐방이 철저히 인(人)으로부터 시작했듯, 이 책 또한 人이 한 가운데 놓여있다.
유 변호사는 두보의 시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좋은 비가 때를 알아, 봄이 되어 내리고 있다’)을 인용하며 “이 책이 시절을 잘 맞추어 내리는 비처럼 의미있게 간직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그리고 ‘대한입법연구원’
국회의사당 앞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입구에는 ‘법률사무소 메이데이’라는 간판 밑에 ‘대한입법연구원’이라는 간판이 하나 더 붙어있다.
입법용역, 정책컨설팅, 입법제안서 등을 업무영역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유재원 변호사가 새로이 개척한 영역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지금까지는 소위 입법로비라고 해서 입법을 위해 단체 차원의 은근한 뒷거래가 있거나 국회의원을 따로 만나 대접하는 등으로 입법을 부탁하는 것이 입법의 관행이었죠. 이런 것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많이 사라졌어요. 앞으로 더 사라질 것인데요. 입법 제안의 루트가 보다 공식화·정상화된다는 의미고, 바로 그 자리에 법률가들이 상당히 필요해질 거라는 인식에서 연구원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일부 로펌에서 법안이나 제안서를 써주거나 입법연구용역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런 입법컨설팅이나 관련 자문 등에 대한 수요가 미미한 상태지만 앞으로는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유 변호사는 내다봤다.
“많은 법률가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음성적인 입법로비 근절이 앞당겨지고, 보다 바람직한 입법 환경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입법제안, 즉 입법 아이디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가 입법조사관으로 있으면서 해외 각국을 다녀본 결과, 우리처럼 불거진 사회문제를 적절히 규율할 법령을 발 빠르게 만들어내는 국가는 없더라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다만 입법 아이디어는 꿰매어지지 않은 구슬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구슬 한 알 한 알이 아무리 뛰어나봐야 그것을 꿰매어야 목걸이도 되고 보화가 되는 거니까요. 대한입법연구원에서는 그 구슬들을 꿰매어 전문성과 형식을 갖춘 좋은 입법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할 것입니다.”
“변호사, 유사직역과 협업·상생해야”
유재원 변호사가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지는 이제 두 달이 됐다. 14년 넘는 공직생활 중 10년 넘는 기간을 노동 관련 업무를 맡았던 그는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도 시선이 자연히 노동 쪽에 꽂혔다.
‘근로자의 날’이란 뜻을 가진 ‘메이데이’를 법률사무소 명칭으로 삼은 것만 봐도,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이 노동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항공기 사고 등이 났을 때 조종사가 무전으로 ”메이데이!“를 외치는 것을 보셨을 거예요. 위기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상황을 알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말이죠. 저희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이 우리를 찾고, 그들의 외침을 따라 그들 가까이에서 충실히 돕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이름을 정했어요.”
그는 노무사 자격을 직접 취득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법률사무소 메이데이는 노무법인 동인과 협업 체계도 갖추고 있다.
“요즘 들어 변호사 업계에서 여러 전문 자격사들과 직역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노동 문제에 있어서 단편적으로 ‘어느 쪽이 더 전문성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입니다. ‘누가 더’가 아니라 ‘함께’를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함께 할 영역이 참 많습니다.”
유 변호사는 나아가 변호사를 중심으로 유사직역을 통폐합 하려는 움직임도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하려는 주장 자체가 불편하게 여겨집니다. 각 자격사들은 다 상당한 난이도를 갖춘 시험을 통해 그 자격이 주어지기에 걸맞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췄다고 확인받은 분들이에요. 자격사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충분히 변호사들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밥천국’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보단 스페셜리스트 돼야”
1904년 우리나라 1호 변호사가 배출된 이후 만 번째 변호사가 나오기까지 딱 백년이 걸렸다. 이 숫자가 2만 명이 되기까지는 불과 8년도 채 안 걸렸고, 2022년 즈음에는 변호사 3만 명 시대가 열린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변호사들은 “변호사 자격을 가지는 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급한 나머지 건설·부동산·상속·이혼·금융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전문인 것처럼 하려는 경향을 봐요. 김밥천국이 연상되는 거죠. 이제는 변호사들이 제너럴리스트여야 할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요즘은 의사들도 ‘족부 전문’처럼 전문분야가 세분화 되어 있잖아요? 그렇게 경쟁하는 시대라는 것이거든요. 변호사도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사법시험 때에 비해 사회 각 분야 사람들이 법조계로 모여 다양한 전문 지식을 법 분야에 녹여내게 된 것은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나아가 시민단체나 언론계 등 기존의 법조인들이 쉽게 진출하려 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회 영역에 법률가들이 발을 들여놓게 된 것도 바람직하게 여긴다는 생각을 전했다.
다만 그는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로 앞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인데요. 법률 시장 역시 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변호사들의 허위·과장 광고가 빗발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고 있어요. 변호사업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어서 더 가슴 아프죠.”
실제로 최근 들어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사례 중에는 변호사업 광고 관련 사안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학벌이나 출신, 경력을 속이는 것은 물론 전문 분야에 대한 허위나 과장광고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큰 새는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오릅니다. 절대 바둥거리며 날개짓하지 않아요. 자화자찬으로, 그것도 실제보다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는 식으로는 언제까지나 동네 참새로만 남을 뿐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워요. 나 혼자 나를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직접 나를 인정해줄 때까지 묵묵히 실력과 성실함으로 인내하며 승부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소신있는 길을
걷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