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시험, 난도 올리고 선택과목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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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시험, 난도 올리고 선택과목 폐지해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7.07.12 15:16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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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국가직, 지방직, 서울시 등 수험생 지원이 많은 올 일반직 9급 공채 필기시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기자가 일전에 한 수험생에 물었다. “최근 공무원시험의 출제 특징이 무엇인거 같으냐”고 말이다. 그가 답했다. “너무 쉬워요”라고. 공무원시험이 쉽게 나와서 좀 더 어렵게 나와야할 필요가 있단다. 그래서 기자가 되물었다. “그럼 본인이 출제 관련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면 특히 어떤 과목에서 난도를 올리겠는가”하고 말이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영어죠”라고 답했다.

본인에게 영광스럽게도 출제 총괄 자리를 맡겨 준다면 영어 난도를 지금보다 더 높여서 변별력을 주겠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기자는 그의 센스 있는 답변에 웃음이 나왔더란다. 최근 들어 공무원시험이 쉽게 출제되고 있고 특히 당락을 가르는 주 과목인 영어가 평이하게 출제되고 있다는 것에 기자는 크게 공감한다. 시험장에서도 많이 들었던 말이기 때문.

수백 대 일의 경쟁을 치르는 공무원시험이 언제부터 이렇게 쉽다고 여길만한 시험이 됐는지 가끔은 뭔가 좀 잘 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인 수험생들조차도 9급 시험 변별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하니 말 다한 거 아닌가. 내년에는 어떻게 출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시험 난이도를 고의적으로라도 지금보다는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는 난도가 좀 더 높아져 공무원시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어야 한다는 수험생 의견과 함께 시험과목 재개편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2013년 이전과 이후, 9급 공무원시험 과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다 알 것으로 생각하고 변화의 과정은 생략하겠다. 올해부터 국가직 7급, 기상직 7급, 농촌진흥청 연구직공무원 등 공채 시험에서 영어가 토익 등 영어능력시험으로 대체됐다. 다소 파격적인 행보지만, 어떤 제도나 법이라는 게 원래 시대 흐름에 맞춰서 바뀌고 이어가고를 번복하기 때문에 기자는 그런가 보다 했다.

7급이 바뀌었기 때문에 9급도 뭔가는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게 수험가의 전망인데, 인사혁신처도 9급 시험과목 재개편에 대해 뭔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하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확정지은 안은 없는 것 같다.

7급 영어를 능력시험으로 대체한다고 할 때에 기자는 관망하는 정도였다. 기관의 정확한 속내는 몰라도 5급 공채 축소 및 경채 확대 등 향후 정책 행보와 맞물려 대신 5급 수험생들이 7급에 응시할 수 있도록 7급 시험 과목을 바꾸는구나..하는 그런 느낌을 갖긴 했다. 하지만 그렇구나..할 뿐, 영어를 능력시험으로 대체하는데 적극 반대하거나 찬성하거나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거나 하는 생각은 딱히 들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9급이라면 말이 다르다. 9급은 7급과 달리 다양한 이력을 가진 수십 만 명이 응시하는 시험이고, 취업시장은 물론 중등, 고등, 대학교육과정에까지 학생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시험과목 재개편 시 각계각층의 의견을 보다 많이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전에 한 대학교수는 학생들이 전공과목 수업시간에 공무원시험 준비하느라 국어, 영어책을 펴고 있다는 후문을 들려주기도 했다.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오긴 했으나 당초 목표가 공무원시험인 학생들은 빨리 시험에 합격하려고 수업시간에 국어, 영어책을 보고 있다는 설명인 것이다.

반대로 고등학교 진로 상담 선생님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전공보다 공무원시험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 점수를 높이는 데 조언을 해줄 것이다. 이처럼 처한 입장마다 다 다르게 결과가 나타나진다. 그래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재개편을 해야 하는지 논의가 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9급 시험과목 재개편에 대해서 많은 말이 나온다. 9급도 영어를 능력시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국어, 영어, 한국사를 다 대체해야 한다거나, 헌법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거나, 9급도 PSAT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선택과목에 1과목 이상 전문과목을 필수로 택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저 중 그나마 가장 빨리 실현가능성이 있는 안은 선택과목에서 1과목 이상을 전문과목을 필수로 택하도록 하는 안이라고 본다. 익히 알다시피 9급 공무원시험에 선택과목이 도입되면서 드러난 부작용 중 하나가 업무 전문성 저하다. 세무직의 경우 선택과목에서 사회, 수학을 택해 합격한 자들이 일선에서 세법, 회계학 등 전문과목의 내용을 몰라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누누이 드러났던 부분이다. 이에 해당 직렬에 보다 관심 있고 공부를 한 자들의 활발한 지원을 도모키 위해서는 선택과목을 폐지하는 등 무슨 수를 써도 써야한다는 게 수험가 및 현직공무원들의 생각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내외적으로 형성됨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올 초 연두보고 발표에서 선택과목에서 1과목 이상을 필수로 전문과목을 택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영할만한 안이지만, 기자는 더 나아가 선택과목을 아예 다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헌법도입, 능력시험대체, PSAT도입 등 9급 시험과목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다 생각이 다르지만 기자는 다 제쳐두고 선택과목을 완전 폐지하고 2013년 이전과 같이 직렬별 필수 5과목으로 하는 게 가장 낫다는 생각이다. 굳이 다르게 바꿔야한다고 하면 제2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9급 수요층과 시험 성격을 볼 때 2013년 이전과 같이 돌려놓는 게 가장 낫다는 판단이다.

9급은 7급과 분명히 성격이 다른 시험이다. 9급 시험과목 개편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시험이어야 한다는 데 전제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전제를 대부분이 충족하려면 파격적인 시험과목 개편의 변화보다 익숙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물론 9급도 엘리트들의 응시가 많아지고 있고, 시대 흐름에 맞춰 이제는 공무원시험이 기식이 아닌 전문성과 사고력을 요하는 시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9급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 행정학 등 익숙한 과목들을 필수 5과목 그대로 치르되, 그 안에서 문제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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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공무원 2017-08-26 22:24:05
지금 현 시험은 선택과목에 조정점수가 있는데, 제 생각엔 전공 과목을 필수로 하고, 나머지 국어 영어 한국사를 조정점수 해야합니다. 그리고 사회, 과학, 사회는 다 빼구요...

예비 공무원 2017-08-26 21:47:28
인터뷰를 누구랑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뭐가 쉽다는거죠?? 쉬웠다?? 그럼 쉬웠다는 점수가 몇점 맞은건지 공개도 해보라죠?? 모든 과목 90점 이상 맞아야 합격인데, 어떤 사람들은 영어 뺀 나머지 과목에서 1개 이상 틀리면 망했다고 어렵다고 하는데, 이 미친 인터뷰 작자는 뭐 설마 80점 90점 쳐 맞고서 쉬웠다고 하는건 아니겠죠?? 그리고 영어는 평균 보면 아시겠지만, 과락자가 너무 많습니다.

세무직4 2017-08-08 16:00:32
이들이 임용되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되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모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행정직을 싸잡아서 모함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행정직이 왔다 가면 일처리를 깔끔하지 않게 넘기고 인사이동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 입장에서는 굉장한 손해입니다. 세무직 선택과목 2021년부터라는 기사를 봤는데 너무 늦습니다. 그리고 직렬구성도 인사혁신처에서 혁신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 의견도 참고 부탁드립니다.

세무직3 2017-08-08 15:45:22
는 모두 국가 세금 낭비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저도 지방직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국민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학연, 지연 등 아무 조건없이 평등하게 시험을 보고 들어오는 공무원 시험제도는 백번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복지직, 시설직 등 전문성 있는 직렬의 비중을 더 늘려서 진짜 일하는 공무원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어려워져야 하는 것보다 각 전문(소수)직렬의 전문 과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무직2 2017-08-08 15:41:58
2013년부터 2017년인 현재까지 세무직을 대거 뽑은 데다 이 많은 인원들이 회계학과 세법개론도 공부 안 하고 들어와서 일을 배우다 보니 문제가 많다고 들었고, 물론 이를 반영해서 곧 바꿀 예정이라는 얘기까지는 들었지만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언론에서 힘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법은 일반 법률과 달리 회계학을 토대로 이 숫자들을 법률로 옮긴 부분이 많아(주로 법인세법) 현직 변호사들도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회계학 세법개론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조차도 안 보고 들어오면 이들 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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