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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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7.1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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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비가 그친 후 어느 날 나의 방안에 설움이 충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중략)...나는 초연히 이것을 시간 위에 얹고 어려운 몇 고비를 넘어가는 기술을 알고 있나니/ 누구의 생활도 아닌 이것은 확실한 나의 생활/ 마지막 설움마저 보낸 뒤 빈 방안에 나는 홀로이 머물러 앉아 어떠한 내용의 책을 열어보려 하는가”

장마철, 이맘때 쯤 되면 문득 떠오르는 시가 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수험기간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겨우 비가 그치고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을 때 이 시를 보게 돼서 그랬던 것 같다.

김수영 시인의 ‘방안에서 익어가는 설움’이라는 제목의 이 시를 제대로 알고 해석하진 못하지만, 시를 눈으로 읽으면서 나의 설움을 발견하고 관찰, 또 살피면서 결국 그 고비를 넘는 과정을 나름의 처지에서 감정이입하며 마음으로 따라갔던 것 같다.

별다른 고비 없이 무난하게 수험기간을 보내고 합격하는 수험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긴 수험기간 중 몇 개의 고비를 넘기곤 한다. 소위 슬럼프라고 말하는데 아예 슬럼프를 겪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슬럼프가 왔을 때 슬럼프를 잘 이겨내는 것, 시에서 말한 ‘어려운 몇 고비를 넘어가는 기술’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보통 체력이 떨어질 때 슬럼프가 오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다져놓고 영양섭취를 잘 하는 것 등으로 슬럼프가 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 고비를 넘기는 자기만의 기술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시기적으로 이맘때 쯤 슬럼프를 겪곤 한다. 장마와 무더위라는 날씨도 한 몫 하고,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긴장감이 덜해지면서, 또 한 두달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체력과 정신적으로 지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공부했던 시절 가장 ‘고비’라고 느껴졌던 시기가 장마철, 이 시기였는데, 마음만큼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겨우 마음을 다잡고 고비를 넘기게 해 주는 나름의 기술은 이런 ‘시’들을 찾아 읽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마음을 다잡아 다시 앉은 내 자리가 바로 ‘꽃자리’라고, 구상 시인의 시를 조용히 읊조리며 또한 위로와 힘을 얻은 것 같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후략)”

그렇게 애써 고비를 넘길 때마다 스스로가 반갑고, 고맙고, 기뻤다.

수험생은 반드시 지금 이 기간을 잘 보내야만, 때때로 찾아오는 고비들을 잘 넘겨야만 시험합격이라는 목표를, 그리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다.

때론 힘들고 지쳐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은 고비가 찾아오지만, 그럴때마다 다시 앉아야 하는 각자의 자리가 무조건 견디어야 하는 고통의 자리, 가시방석이 아니라 실은 ‘꽃자리’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분명한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자리가 꽃자리가 아니면 달리 어디가 꽃자리이겠는가.

슬럼프를 잘 이겨내고 다시금 자신의 꽃자리를 찾는 스스로에게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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