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2)-예방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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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2)-예방 법학
  • 신종범
  • 승인 2017.07.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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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상담전화가 왔다. 부동산 매도자(A)인데 매수인(B)이 소송을 제기하여 소장 부본을 송달받았다고 한다. A는 B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C와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C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B가 A의 계약해제와 A, C 간의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하며 C-A-B로 순차 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내용이라고 하였다. A에게 왜 B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냐고 하니 B가 잔금 지급 기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해제하였다고 한다. 적법한 해제권 행사 같은데 왜 소송을 제기했을까? 며칠 후 A가 소장을 가지고 방문했다. 청구내용을 보니, A가 매매목적물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면 B가 잔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데, A가 임대차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기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A의 해제가 부적법하다는 것이었다. A에게 임대차 관계를 정리했냐고 하니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 B에게 잔금 지급의무가 없으니 해제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A는 임대차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잔금 중 일부를 지급 받지 않고 소유권을 넘겨 주기로 약정하였고. 그 일부를 제외하고 잔금을 지급해 줄 것을 수 차례 요구하였지만 B가 응하지 않아 계약을 해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내용은 계약서에 없었다. 말로써 그렇게 하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전화상담 때와 달리 소송 수행이 순탄할 것 같지 않았다.

화타는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다. 곧 죽을 것 같은 환자들을 기막힌 처방과 시술로 여러 차례 살려내어 그 명성이 대단하였다. 어느 날 황제가 화타를 불러 크게 칭찬하자 화타는 자신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고, 칭찬을 받는다면 자신들의 형들이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 작은 형님은 사람의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아보고 치료를 해 더 큰 병으로 나아가지 않게 해 주고, 큰 형님은 사람이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빛을 보고 병을 예측하여 그 원인을 제거합니다. 저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야 비로소 병을 돌보게 되고,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저를 명의라고 하지만, 사실 병이 생기지 않게 미리 예방해 주고, 또 더 큰 병으로 나아가지 않게 치료해 주는 형님들이 저 보다 훨씬 뛰어난 의사입니다”

화타 이야기는 병이 발생한 이후의 치료보다 그 예방이 훨씬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의학에서는 치료의학에 대응하여 병의 예방에 중점 둔 예방의학이 발전해 왔다. 각종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등을 통하여 사전에 질병을 차단하거나 조기 발견하여 병이 더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연구되어 왔다. 이제는 건강보험체계가 확립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전환되어 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을 함으로써 신체적 고통도 겪지 않게 되고, 개인과 사회의 경제적 비용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분쟁’은 일종의 사회적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질병 치료와 같이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쟁’도 질병의 예방과 같이 미리 그 문제를 점검하여 대비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계약 후에 계약 해석을 놓고 다툼이 생기게 되면 ‘분쟁’이 발생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한다는 것은 질병이 악화되어 수술까지 하는 상황에 놓인 것과 같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분쟁’까지 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고, ‘분쟁’에 이르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위해 의사를 찾는 사람들과 달리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계약 내용의 점검을 위해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내 변호사가 늘어나고,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법률 자문, 계약서 검토 등을 통하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늘었지만, 아직도 일반 사람들은 ‘분쟁’이 발생하고 난 다음에야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호사들 또한 ‘분쟁’이 발생한 이후 해결 방법인 송무 중심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분쟁’ 예방을 위한 자문 등의 방법에 대하여는 익숙하지 않고, 효과적인 예방책을 내어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의학과 같이 법적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법학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법령안 입안, 주요 정책 수립 및 집행과 관련하여 법률전문가의 상시적인 법적 자문 및 검토를 통해 법치행정을 담보하고자 하는 ‘법무담당관’ 등의 제도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등 의사결정을 할 때 변호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A는 소송과정에서 B와의 구두 약정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A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하였다면 소송에 휘말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아프지도 않고 귀찮지만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는 것은 마치 예방 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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