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17년 5급공채 정치학 문제 강평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2017년 5급공채 정치학 문제 강평
  • 신희섭
  • 승인 2017.07.07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지난 6월 29일 5급 공채 일반행정직 정치학 시험이 있었다. 2016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들에게는 1년 4개월의 시간의 준비를 평가받는 시험이고, 2016년 시험이후 재도전을 하는 수험생들에게는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노력을 평가받는 시험이었다.

그간 수험을 준비하느라고 몸과 마음을 다해 수고한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것과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안한 일이다. 이 과정들에는 여러 가지 유혹이 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잘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한 없이 추락하는 자신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면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경험하게 된다. 가장 큰 것은 1년이 넘는 수험기간이 허망하게 지나고 다시 제자리에 서야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일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복잡다기한 심리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1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수험생들은 실제 시험을 치루면서 또 한 번 심리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 지난하고 불확실한 과정을 지나 지금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험생들은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보상해줄 필요가 있으며 그럴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제 이번에 나온 문제를 분석하여 내년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2018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출제자가 바뀌기에 문제의 경향이 반드시 한 방향으로 가고 예측한대로 다음 해에 출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어떤 경향으로 시험이 나왔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불확실성 속에서 수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간과 노고를 줄여주는 일이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달 29일 치러진 문제를 분석하도록 한다. 먼저 기출문제를 살펴본다.

<제 1 문> 최근 다양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등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민주주의의 질(quality)이란 측면에서 낙관론과 비관론 간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40점)

1)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구분하고 인터넷 기술과 정보비용, 숙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관점에서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20점)
2) ‘다름에의 노출’(이질성) 혹은 ‘끼리끼리 현상’(동질성)과 같은 소셜 미디어 상의 서로 다른 네트워킹은 숙의의 성격을 다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도 서로 다르다. 소셜 미디어 상 네트워크의 이질성과 동질성이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어떤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하시오. (20점)

<제 2 문> 올슨(Mancur Olson)은 어떤 사회적 이해들은 다른 사회적 이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조직되며,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도 상이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소수의 기업가 집단이 다수 시민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에 비해 쉽게 조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규모가 작은 집단이 규모가 큰 집단보다 조직화되기 용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30점)

1) 이 논의에 기초하여 규모가 작은 집단이 큰 집단보다 조직되기 쉬운 이유를 설명하시오. (10점)
2) 규모가 큰 집단의 조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시오. (10점)
3) 집단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올슨의 논의가 갖는 한계를 논하시오. (10점)

<제 3 문> 최근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총 30점)

1) 정당의 역사적 기원을 의회, 선거, 사회집단의 발달 측면에서 설명하시오. (10점)
2) 정당 유형이 간부정당→대중정당→포괄정당 혹은 선거전문가정당으로 변화한 원인과, 각 유형의 정당 목표, 조직특성, 재원조달 방식을 설명하시오. (20점)

올 해 시험에서 눈여겨 볼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으로 출제되던 방식의 문제배열이 깨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사적인 문제보다 일반적인 주제들이 출제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각 문제 마다 세부 문제들이 있고 세부문제들에서 묻고 있는 내용들이 점수 배점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첫 번째 특성은 전통적으로 국제정치, 정치사상, 민주주의, 비교정치제도론이 돌아가면서 3문제를 배열하던 방식과 달리 출제되었다는 점이다. 1번 문제는 SNS와 민주주의의 논의이자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의 주제로 일반이론으로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하지만 비교정치에서 SNS와 정치참여의 주제이기도 하다. 2번 문제는 올슨의 집단행동이론으로 일반이론이기도 하지만 시민사회와 이익집단과 관련된 비교정치 제도론의 주제이기도 하다. 3번 문제는 완전히 비교정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1번과 2번을 일반 이론이나 민주주의의 주제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비교정치 제도론과의 연결선 상에 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정확히 국제정치학이나 정치사상문제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문제 배열과 확연히 구분된다.

두 번째 특성은 시사 이슈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7년은 1987년 민주화 30주년에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주년이자 교토체제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사 문제가 나올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해였다. 그래서 관련된 주제들과 논쟁들에 집중하여 수험준비를 한 입장에서는 허탈하였을 것이다. SNS는 현재도 중요한 주제지만 2011년 박원순 후보의 서울 시장 당선과 2012년 19대 총선에서 가장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주제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지만 그때에 비해 조금은 관심이 줄어든 주제기도 하다.

2번 문제는 2016년 촛불시위와 연관이 되어 있지만 지문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화하지는 않았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권력과 기업의 발전주의시대식 공모관계가 핵심이 되면서 공공선 보다는 사적이익을 도모하는 정부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운동이 국가권력의 공공재화를 주장하게 만든 사건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2번 지문에서 이런 의미를 부연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지문 상에 구체적인 힌트가 없다. 따라서 서론과 결론에서 현재적 의미를 잠깐 언급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완전히 시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이론을 잘 설명하고 현재적 의미를 간단히 부연하는 문제로 보인다.

3번 문제는 전형적인 정당에 관한 기원론과 발전과정을 묻고 있는 문제이다. 개헌과 관련된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개헌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개헌관련 제도들을 출제하지 못하고 가장 제도론의 일반적인 주제인 정당이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입법고시의 제도문제에서 결선투표제도가 출제되면서 가장 쟁점이 될 수 있는 주제가 선정되었고,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정부형태가 여러 차례 출제되었기 때문에 정당이라는 주제가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특성으로 볼 때 이번 시험은 국제정치, 정치사상의 특화된 주제들에 준비를 많이 한 수험생들에게는 아쉬운 시험이 되었을 것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사적인 이슈와 구체적인 사실관계들 그리고 최근 이론들을 준비한 수험생들은 본인들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와 출제자와의 문제공유, 그리고 문제 전체를 관통하는 글의 응집력(coherence)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그 동안 준비한 이론들의 핵심적 주장, 세부적인 한국정치의 사실관계들이나 비교정치의 외국 사례들은 세 번째 특성인 세부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을 하나의 문제 체계 안에서 정리하면서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게 하였을 것이다. 세부적인 지식을 나열 하는 답안이 아니라 논리를 가지고 질서 잡힌 답안을 통해서 정치적 의미를 도출함으로서 답안의 차별화는 충분히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도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운 문제 배열의 시험이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학적 의미’를 논리정연하고 정치학적인 ‘글쓰기’로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2018년 시험을 준비해갑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