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의당 이유미 사건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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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의당 이유미 사건이 주는 교훈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7.07.06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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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대선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가 취업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논란이 됐었다.

이 때를 놓칠세라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 씨는 ‘문준용 씨가 다녔던 파슨스스쿨의 동료’라고 자처했다는 익명 제보자의 음성파일과 모바일 메신저를 공개했다.

이는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국민의당으로서는 위력이 큰 공격무기를 하나 얻은 셈이 됐다. 그러나 이유미 씨가 공개한 음성파일과 메신저는 조작이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이 사건은 잠시 “한 젊은 정치지망생의 ‘한탕주의’ 혹은 ‘인정욕구’로 인한 비극이었다”고 조명이 됐었다. 그러나 이유미 씨 본인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람에 현재는 ‘지시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정치권이나 세간의 일각에서는 이른바 ‘정치9단’이자 ‘문모닝’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까지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민의당 정당 차원의 책임을 더 중시하며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름에 자신의 식당에서 냉면을 먹은 고객이 대장균에 감염되자 냉면집 주인이 “내가 대장균에게 속았다”며 도리어 억울해 하는 것과 같다는 것.

나아가 “콜레라균을 만든 것은 이유미 씨라 해도 그것을 ‘국민의당’이라는 분무기로 뿌렸기 때문에 뿌린 쪽 책임이 더 크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이지만, 기자는 이 사건이 단순히 정치적 책임공방의 소재로만 삼아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개인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엄중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

유태인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 개념을 주장했다. 독일 태생인 그녀는 히틀러 정권 출범 후 반나치 운동을 벌이다가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1960년, 유대인 학살 사건의 총책임자 격이자 독일의 나치스 친위대 장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되자 그녀는 미국 잡지 ‘뉴요커’의 특파원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한 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명저를 써냈다.

‘악의 평범성’은 바로 이 책에 쓰여진 구절이다.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에 의해서가 아닌, 상부의 (잘못된) 명령에 순응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악”의 한 특성을 꼬집은 것이다.

즉 ‘자기 생각과 소신은 없이 남이 하라는대로만 하는 사람’이 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층 더 교활하게 나아간 인간유형이란, 일의 결과나 진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은 책임을 면피하고 남탓을 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시키는대로 하며 악을 진행시키는 사람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 이유미 씨가 “위에서 시켜서 그랬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지탄받을 점을 드러내 보였다고 보고 있는 이유다.

또한 안철수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일단 우리가 이기고 보자”라는 마음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크든 작든 남에게 해를 끼쳐서라도 자기가 조금 더 올라서려는 마음은 분명히 악이다. 그것이 ‘자기발전을 견인하는 건전한 경쟁심’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저급한 경쟁심으로 자기발전을 꾀하는 것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직 덜 자랐다고 이해받을 수 있는 미성년기까지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이유미 사건을 통해 냉정하게 성찰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평범한 욕구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바로 내 자신이, 어느 날 이유미 씨와 같은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없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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