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코소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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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코소보 ①
  • 제임스리
  • 승인 2017.07.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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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2013년 9월, 여행 첫째 날...

▲ 코소보로 가는 루트

한국을 떠날 때 주위에서 물었던 질문 중 제일 많은 것이 바로 ‘왜 가장 볼 것이 없는, 분쟁의 생채기가 남아있는 코소보로 여행을 가느냐?’였는데,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래서 그곳에 가보려고…”

코소보… 유고연방의 중추적 국가였던 세르비아가 발칸반도에서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일으켜, 이 과정에서 ‘민족청소’ 등 반인륜적 전쟁범죄가 저질러져 결국 엄청난 희생자를 양산함으로써 나토와 미국의 군사개입을 불러 일으켰고, 2008년 2월에야 비로소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국가는 현재도 세르비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서로 눈치를 보는 바람에, 세계70개국 정도만이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도 이스라엘과 몇몇 중동국가들은 적대적인 상대방 국가에 입국한 도장이 여권에 찍혀있으면 여행자의 해당국가 입국을 불허하곤 하는데, 마찬가지로 ‘세르비아의 입국도장이 찍혀 있으면 코소보에 입국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할 수 없이 몬테네그로를 거쳐 코소보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루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 코소보 가는 길의 풍경

알바니아–몬테네그로 이 두 나라를 거쳐 분쟁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코소보에 버스로 도착한 시각은 밤 8시쯤 되었다.

국경을 통과할 때 국경수비대 경찰이 버스에 올라와 버스 내에 있는 승객들 여권을 모두 회수하여 검문소로 가져다가 일일이 입국도장을 찍고 다시 돌려 주었는데, 다른 발칸국가로 입국할 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몬테네그로 버스터미널을 떠나 중간휴게소에서 차를 마시며 쉬었던 30분간의 휴식시간과, 국경검문소에서 걸린 약 30분간의 시간을 모두 포함하여 총 약 9시간이나 걸려 이곳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 도착했을 때에는 마침 폭풍우가 불어닥쳐 매우 당황하였다. 이곳으로 오는 지형이 산악지대라 버스가 꼬불꼬불한 길을 달리다 보니 예상시간이 직선거리보다 약 두 배 이상 걸리는 것 같았다.
 

▲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틴으로 가는 버스

나는 숙소도 정하지 않은 상태라 일단 숙소부터 구할 요량으로,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 들고 시내 쪽으로 방향을 잡고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무작정 걸었다. 비바람 때문에 뒤집어지려고 하는 우산을 부여잡으며, 마침 지나가는 행인에게 가장 가까운 호텔을 물어 본 후 그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참을 가고 있는데, 도로가 온통 대형배수관 공사를 하느라 다 파헤쳐져서 걷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신발이 공사판 진흙탕에 빠지고, 우산은 비바람에 완전히 뒤집어져 우산살이 부러져 할 수 없이 우산을 버리고, 그 비바람을 통째로 몸으로 맞으면서 숙소를 찾아갔다. 저 멀리 호텔 앞에 서있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모방한 조그만 동상을 좌표로 삼아 그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갔지만, 보통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30분이나 걸려 간신히 호텔에 도착하였다.

일단 카운터로 가려고 문을 들어서는데, 마침 호텔직원이 정문으로 나오다가 나와 마주치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오늘밤은 방이 없다’고 하였다. 나는 갑자기 머리가 노래졌다. 천신만고 끝에 비바람을 헤치고, 진흙탕에 발이 빠져가면서 어둠을 뚫고 이곳에 도착했는데 방이 없단다.

나는 약 5분간이나 멍하니 호텔정문에 서서 바깥의 어둠을 응시하다가 호텔정문을 나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멀리 보이는 시내중심가로 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걸어갔다.

다행히 반대 편으로 저 멀리 호텔이라고 쓰여진 네온사인이 눈에 띄었다. 나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으로, 깜깜한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마주치면 일단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서 그 호텔 쪽으로 열심히 걸어 갔다. 약 30 여분간 비바람 속을 뚫고 드디어 호텔에 도착하였다.

문을 열고 호텔에 들어서니 카운터 직원들이 생쥐같이 비에 흠뻑 젖은 내 몰골을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엑스레이로 스캔을 하듯이 쭉 훑어 보았다.

마침 방 하나가 남았는데 하루 밤에 75 유로 라고 했다. 75 유로면 한국 돈으로 11만원이 넘고, 코소보 국가소득 수준으로 따지자면 배낭여행자에게는 엄청 큰 돈이다. 보통 게스트하우스에서 10명이 같은 방에서 자면 1~2만원, 혼자 묵으면 3~5만이면 충분한데 말이다.,이 원칙을 세워 지금까지 배낭여행을 하곤 했는데, 코소보 자체 호텔들이 사전에 인터넷으로 잘 검색이 되지도 않아, 아예 예약을 포기하고 이렇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여하튼 오늘 밤은 너무 지쳐있어서 일단 뜨거운 물에 샤워라도 하고 이 찜찜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비용을 떠나 카드로 일단 결제를 하고 3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나는 룸에 들어가자마자 비에 젖은 옷 등을 전부 벗어 욕탕에 놓고 비누로 빨아 널고는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깐, 그 동안의 긴장이 풀리며 나른함이 여독과 함께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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