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올 회계사 2차 “난도 조절 실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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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올 회계사 2차 “난도 조절 실패” 비판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7.04 17:3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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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회계감사 체감난도 ‘최고’…지엽적 출제 논란
널뛰기 난이도 및 부분합격제 부작용 지적 이어져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 공인회계사 2차시험을 치른 응시생 대다수가 예년보다 높은 체감난도를 형성한 가운데 널뛰기 난이도와 부분합격제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제53회 공인회계사 2차시험이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시험 직후부터 이달 2일까지 본지에서 진행한 응시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23명(유효 참가자) 중 93.5%가 이번 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특히 “훨씬 어려웠다”는 응답이 66.7%의 높은 비중을 보이며 이번 시험의 높은 체감난이도를 확인시켜줬다. “어려웠다”는 응답은 26.8%로 뒤를 이었고 “비슷하다”와 “쉬웠다”는 각각 3.3%에 그쳤다. “훨씬 쉬웠다”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시험이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높은 체감난도를 형성한 배경에는 세법과 회계감사가 있었다. 이들 두 과목은 시험 직후 시험장 인터뷰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꼽혔다. 다만 체감난도를 높인 원인이 교과서나 강의 등에서도 접하지 못한 생소한 주제나 지나치게 지엽적인 출제였다는 점에서 응시생들의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지엽적인 출제로 변별력 문제 및 수험 부담 가중

구체적인 과목별 응시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먼저 세법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가 73.2%, “어려웠다”가 17.9%로 응답자 대다수가 세법에서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는 5.7%, “아주 쉬웠다”는 3.3%였으며 “쉬웠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이번 세법시험에 대해 응시생들은 ‘지엽성’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 응답자는 “해외 양도, 포합주식, IFRS 적용 대상 기업, 감가상각비 특례 등 매년 한 문제씩 끼워 나올만한 지엽적인 주제들이 한 번에 몰려나왔고, 소득세 등에서도 물간연동국채나 속득세, 기타소득 근로소득 분류 문제로 치킨집을 개업한 퇴직자에게 지급한 의로금, 사내 장기자랑 상금 등 변태적인 지문이 출제됐다”며 이번 시험의 지엽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이렇게 안내고 연습서에 있는 문제를 변형하거나 이슈가 되고 있는 사례를 섞어줘도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며 “이런식으로 문제를 출제하면 합격자 수 조정은 쉽지만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의 점수 간극이 좁아지게 되고 그냥 지뢰를 찾아 피하기 잘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며 지난친 지엽성이 가져올 변별력을 문제삼았다.

이처럼 지엽적인 문제의 출제가 이어지면 수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역량 있는 회계사의 선발이라는 목적과도 거리가 멀어진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세법과 함께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지목된 회계감사도 응답자의 73.2%가 “아주 어려웠다”, 17.1%가 “어려웠다”고 응답, 높은 체감난도를 나타냈다. “보통”은 5.7%, “아주 쉬웠다”는 4.1%에 불과했으며 “쉬웠다”는 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회계감사에 대해서는 수험서에 없는 내용들이 출제된 점, 지나친 분량으로 시간 내에 풀 수 없었던 점 등이 주로 언급됐다. 특히 특정 교수의 책에만 있는 내용이 출제됐고, 해당 교수의 교재에서도 중요시 다뤄지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들이 나온 점이 논란이 됐다.
 

응답자들은 “실무를 접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한국 공인회계사시험의 실정과 동떨어진 출제였다”, “왜 이렇게까지 냈는지 이해가 안된다”, “어떤 분이 내셨는지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다”, “최소한 책에 있는 게 나와야지 이런 식으로 시험을 내면 변별력도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시중 수험서에 있는 내용을 내야지 아예 없는 내용을 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 안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견들을 냈다.

세법이나 회계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재무회계도 높은 체감난도를 형성했다. 응답자의 34.1%가 “아주 어려웠다”, 38.2%가 “어려웠다”고 응답한 것. “보통”은 22%였으며 “쉬웠다”와 “아주 쉬웠다”는 3.3%, 2.4%의 응답을 얻는데 그쳤다.

출제유형의 급격한 변화, 분량 조절 실패…체감난도 상승시켜

응답자들이 재무회계를 어렵게 느낀 원인은 ‘생소함’이었다. 출제유형의 급격한 변화에 당황했다는 반응 속에서 수험 준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응답들이 이어졌다.

이번 재무회계의 출제유형에 대해 한 응답자는 “행정고시 회계학과 비숫한 문제유형처럼 느껴진 회계이론과 관련된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계산실수를 유도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이연법인세 회계에서는 수험생들이 최고난이도라고 뽑는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출제유형의 급변을 지적한 응답자들은 “기존과 다른 유형과 숫자의 지저분함, 기존과 다른 출제경향이었다”, “생소한 유형으로 공부한 보람이 없는 느낌이었다”, “공부를 뭐 어떻게 대비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원가회계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는 13.8%로 재무회계에 비해 적었지만 “어려웠다”는 43.1%로 오히려 많았다. “보통”은 38.6%, “쉬웠다”는 4.9%, “아주 쉬웠다”는 1.6%로 집계됐다. 원가회계를 어렵게 느낀 원인은 ‘분량’ 문제였다. 시간 내에 다 풀 수 없는 지나치게 많은 분량의 문제가 체감난이도를 끌어올린 것. 이 외에 생소한 문제가 출제된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관해 한 응답자는 “출제한 교수도 시간 내에 다 풀지 못했을 문제였다. 출제자에게 묻고 싶다. 2차시험의 목적은 원가관리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는 것인지 기계적으로 계산과 글자쓰는 것을 빠르게 하는 것을 평가하는 시험인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난이도는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려운 정도였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한 듯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부분의 응답이 시간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비해 “기본문제와 심화문제의 조합이 적절했다. 이번 시험 중 가장 정상적인 출제가 이뤄진 과목 같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었다.

재무관리는 이번 시험에서 가장 무난한 체감난이도를 보인 과목이다. 다만 이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재무관리가 워낙 높은 난도를 보였고 올해 다른 과목들의 체감난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난한 수준으로 느껴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 공인회계사 2차시험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많은 수험생들이 연도별, 과목별로 급변하는 난이도와 출제경향, 지엽적 출제의 지양 등의 개선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한양대 공학관 시험장에서 시험종료를 기다리고 있는 응시생 가족들의 모습.

응답자의 48%가 “보통”이라고 대답했으며 “아주 어려웠다”와 “어려웠다”는 각각 6.5%, 13.8%였으며 “쉬웠다”는 22.8%, “아주 쉬웠다”는 8.9%의 비중을 보였다.

이번 재무관리에 관해 응답자들은 “유예생과 동차생을 구분짓는 문제, 무차별하게 어려웠던 문제, 점수 조정을 위한 약술 문제가 고루 출제됏고 지난 2년과 달리 적절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지난 2년간 워낙 어려워서 그렇지 쉽지만은 않은 난이도였다”, “기존에 자주 출제되지 않던 스왑지 출제돼 당황스러웠고 소물음 중에서도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았다”, “특수한 개념을 물어볼 때 그것을 지칭하는 동의어들을 시험에서 제시했으면 한다. 재무관리는 학자별로 사용하는 용어가 각기 다른데 사용되는 용어들 중 한가지만 알려주고 설명이 없는 것은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다”라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합격인원 조정 위한 널뛰기 난이도·부분합격제 부작용 개선해야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연도별, 과목별 난이도 편차와 출제경향의 급변 등 최근 공인회계사 2차시험의 경향이 부분합격제와 맞물리며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점이다.

회계사 2차시험은 원칙적으로 모든 과목을 6할 이상 득점하면 합격하는 절대평가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합격기준 점수인 60점을 넘긴 과목은 다음해에 치르지 않고 나머지 과목에서 합격기준을 넘기면 최종합격할 수 있는 과목별 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부분합격제를 잘 이용하면 수험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오히려 수험기간을 늘리고 운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가 있다는 것이 회계사 수험생들의 평이다.

이에 관해 “부분합격제를 폐지해야 한다. 수험기간만 엄청 늘리고 저유예인 경우 운에 따라 합불이 나눠지니 모든 과목을 다 보고 등수로 끊어야 한다”, “실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구분할 수 있는 시험을 희망한다”, “1차시험을 상대평가로 변경하면서 1차 합격자 수를 고정시키고 모든 합격자 숫자를 2차시험만으로 조절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2차시험 난이도가 매년 요동을 치고 있다. 이는 분명한 시험제도의 실패”, “유예제도는 장수생 양산 구조”, “다섯 과목에 대한 공부가 균형있게 돼 있는 수험생을 가려야 한다. 유예생이 전체 합격생의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다섯 과목을 모두 공부하면서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더 많이 공부한 수험생들이 되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험 난이도에 관해서는 “범위를 너무 넓히지 말아달라”, “실무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위한 문제, 이상한 문제 좀 안냈으면 좋겠다”, “변별력을 어디에 두려는지 알 수가 없다”, “가답안과 명확한 채점 기준을 제공해달라”, “출제로 지식을 뽐내려 하지 말고 수험생 입장을 고려한 출제를 해달라”, “일단 어렵게 내고 채점을 하는 게 합격자 고르기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로서, 미래 회계사 배출의 책임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정한 수준의 난도로 문제를 내달라”, “지엽적인 것 좀 적당히 내고 난이도 변동성을 줄여달라”, “채점 결과와 정답을 공개하라”는 등의 요구가 있었다.

이 외에 시험장에 대한 불편을 개선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회계사 2차시험은 최근 계속 한양대 제1공학관과 제2공학관에서 치러지고 있는데 화장실 시설이 부족하고 책상이 너무 작아 시험을 치르는데 필요한 답안지와 시험지, 계산기, 시계 등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인회계사를 선발하는 시험의 위상에 맞게 미래의 회계사가 될 수험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시험 제도 및 환경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시험의 결과는 오는 8월 25일 공개될 예정이다. 응시대상자는 총 2,875명이며 최소선발인원은 8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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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2017-07-05 15:19:48
진짜 수험서 안에서만 나왔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문제보고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꼭 조치좀 취해주시길...

너무하긴함 2017-07-04 18:37:16
너무하시긴 했어요 출제하신 분들
그리고 답안지 매수 파본은 처음 겪었어요

그리고 너무 얄미운게 종 울리면 바로 펜좀 내려놓게 해주세요 제발 저는 감독관 지시 따라서 내려놓았는데 계속 쓰는사람 보면 짜증 솟구쳐요

속시원 2017-07-04 18:18:19
오랜만에 속시원하네요. 교수님들한테 해주고싶은말이 다들었네... 감사때문에 자살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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