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법시험 열차의 마지막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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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 열차의 마지막 운행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7.06.30 12:5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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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현행법상 마지막 사법시험 2차시험이 치러졌다. 3차 면접시험도 남아있지만 정말 어지간히 큰 문제가 없는 한 마지막 면접시험에서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니 실질적으로는 이번 2차시험 결과로 지난 반세기 역사를 달려온 사법시험 열차의 마지막 승객이 결정되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법조인의 위상이 워낙 높고, 그 법조인들을 선발하는 제도로 긴 세월을 이어온 사법시험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언론의 구미를 당겼다. 때문에 제도의 폐지로 더 이상 붙잡을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여느 때보다 컸을 응시생들은 기자들의 질문과 플래시 세례라는 불편함도 겪어야 했다.

기자도 그 자리에서 응시생들을 귀찮게 한 이들 중 하나로 미안한 마음을 계속 갖고 있었다. 수험전문지의 기자로서 결코 놓칠 수 없는 현장이었지만 꼭 기자라는 직업, 취재 때문이 아니더라도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장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사실 마지막 시험이니만큼 극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시험장의 분위기는 언론의 관심을 제외하면 다른 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시생들은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이었고 이들을 응원하러 매일 시험장에 나왔던 가족들도 그랬다.

기자는 전공이나 직업적인 특성상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이들을 아주 많이,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그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이들을 언급해보자면 마치 책상에 씌인 지박령이라도 된 것처럼 몇 년이나 열심히 공부만 하던 후배가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화내거나 짜증내는 일이 없이 친절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선한 웃음을 가진 친구였다. 그 친구가 책상을 떠나는 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 정도, 심지어 밤잠조차도 공부하다 지쳐 쓰러져 책상에서 해결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친구를 보면서 “아무리 해도 안되는 사람이 정말 있구나”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었다. 그런 시선이 있다는 것을 그 친구가 모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친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해 2차시험 합격자 발표날, 고시반 벽에 나붙은 합격자 명단에는 그 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었더랬다. 언제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던 그 친구가 그 날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 하나만 바라보고 몇 년이나 책상 앞에서 살아왔던 그 친구의 오열은 유독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다.

형편이 어려워 고시식당이나 학교 학생식당에서 접시닦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해 합격한 선배와 후배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아예 직장을 구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물론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학원 강의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좋은 방, 좋은 독서실에서 공부에만 전념하는 이들도 많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세월을 허송하는 이들도 많았다.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학원을 통해 공부할지 혼자서 공부할지, 일을 하면서 공부할지 공부에만 집중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도전을 시작할지 접을 지까지도 모두 선택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선택이 불가능해진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양질의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 양성, 다수 배출함으로써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질을 향상한다’는 로스쿨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등록금이나 생활비 등의 경제적 장벽과 나이, 학벌의 제한이 존재하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누군가에게 로스쿨은 법조인이 되려는 꿈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현행법상 마지막 사법시험 2차시험이 끝난 24일 시험장을 울리던 고시생들의 목소리, 아주 작은 문이라도 좋으니 열어만 달라던 그들의 외침. 사법시험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이대로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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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2017-06-30 16:22:40
이번에 9기로 들어온 노장인데

지거국 친구랑 같이입학함.

여기 3분위인가 5분위까지 전장줬음.

나도 숙사비만 내고 다님.

갠히 존치 운동 이런데 힘빼지말고 하루빨리 입학해서 인간답게 사시구료.

주변 선후배들 로스쿨 초기기수로 들어가고 개업해서 월수천씩 잘 벌고 잘 살고 있음.

남들처럼 주말에 야구도보고 영화도 보고 평범한 사회인이 되시길...책만 들여다보고 세상물정 몰랐던 지난날 내한심한 모습을 거울삼으시구료...

일반인을든 하루먹고 살기바쁘지 존치니 뭐니 1도 관심없다는거 아시고, 결국은 영업력빨이란걸 알게될겁니다

ㅜ.ㅜ 2017-06-30 16:15:45
책상에 씌인 지박령같은 친구가 늘 잔잔한 미소를 띈 친구가 합격자발표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는 부분에서 울컥했네요..2차 떨어졌지만 그 감정을 조금은 알것 같네요..이젠 그런 일도 없겠지만 ㅜㅜ

지나가는나그네 2017-06-30 14:15:34
밑에 댓글 다신 분 말씀대로 태어날 때 출발부터 다른 시대라면 그 말은 곧 로스쿨은 금수저와 장학금을 받는 흙수저 외에는 다닐 수 없으니 법조인은 금수저 그리고 장학금 받을 수 있는 자 외에는 될 수 없다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금수저 = 로스쿨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네요. 참 훌륭한 제도가 아닐 수 없네요.

dd 2017-06-30 14:03:41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도전을 시작할지 접을 지까지도 모두 선택의 영역에 있었다."
너무나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우병우 2017-06-30 13:19:22
우병우, 김기춘, 조윤선, 김평우, 진경준, 최유정 등 배출한 시험 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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