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8)-지인지감(知人之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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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8)-지인지감(知人之鑑)
  • 강신업
  • 승인 2017.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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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권력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즉 지인지감(知人之鑑)은 반드시 필요한 자질로 거론된다.

권력자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주변에 자천 타천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중 소신도 능력도 없는 소인배들을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보통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 평범한 사실을 망각하고 특정인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의 사람 보는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간직(奸職)일수록 아부에 능하다는 것도 원인이 된다. 얼른 들어도 아첨하는 말에 불과한데도, 누가 봐도 저건 아니다 싶은데도 권력자는 무조건 박수를 치는 아첨꾼을 예뻐한다. 그러나 간직의 목표는 처음부터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자에게 충성하여 자리를 보전 받고 영달을 누리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자들은 그저 권력자의 심기를 편하게 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다. 권력자에게 올바른 말을 하고 권력자의 잘못을 지적하여 올바른 길로 유도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다. 간직은 오히려 충직(忠職)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면서 작은 흠이라도 꼬투리를 잡아 어떻게든 이를 부풀려 충직이 권력자의 눈에 나도록 한다. 간직들은 또 충직들을 해코지하기 위해 유력자와 굳게 결탁해 당파를 형성하고 권력자에게로 가는 언로(言路)를 막아서 권력자와 충직 사이를 이간질한다. 간직의 목표는 권력자가 충직의 바른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일부 간직들이 권력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는 지경에 이르면 권력은 부패하고 끝내 몰락하고 만다.

때문에 권력자는 뛰어난 이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간사한 자가 간사하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뛰어난 이를 몰라본다고 해서 나라나 조직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지만 간사한 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가까이할 경우 당장 나라가 망한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과연 직에 맞는 업무능력과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이나 인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인지감(知人之鑑)의 네 단계에 대해 “날 때부터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이 첫째, 사람 보는 법을 배워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둘째, 겪고 나서야 사람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 셋째, 겪고서도 사람 보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넷째”라고 말했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타고 태어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권력자는 적어도 사람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국회에서 인사청문회(人事聽聞會)가 한창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가 업무능력과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람을 잘 못써 공직에 임명된 자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또는 대통령이나 일부 정파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이용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공직 후보자의 사명감이나 도덕적 자질을 점검하고, 또 혹 업무능력이 모자라서 국사를 그르치지 않을까 미리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공직후보자를 점검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누가 봐도 답이 나오는 문제를 두고 당리당략에 따라 소모적인 정쟁을 벌인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대통령이 만족하는 인사가 아니라 국민이 만족하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그저 사람 좋다는 소리는 듣지만 능력 없는 사람을 써서는 안 되고, 능력은 하늘을 이길만하지만 인품이 바닥인 사람을 써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인사실패는 국정실패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민의 불행으로 직결되는 까닭에 대통령의 인사는 가능한 오류가 없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에 오류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교차검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를 점검·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물론 이 장치를 제대로 활용할 권리와 의무는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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