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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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7)
  • 박준연
  • 승인 2017.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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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멘토와 스폰서

이번주에는 뉴욕에서 일하던 시절 같은 회사 파트너였던 S가 출장으로 도쿄에 왔다. 같은 회사 파트너라고 건조하게 설명을 하는 것은 사실 좀 부족하고, 로스쿨을 졸업하고 예전 회사에서 처음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S에게는 큰 도움을 받았다. 설명하기 쉽게 상사라고 하고, 맞는 설명이기는 하지만 업무상으로는, S가 내가 주로 했던 업무와 조금 다른 분야를 전담했기 때문에 늘상 함께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S와 일하면서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해볼 기회도 있었고, 1,2년차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로서는 드물게 클라이언트와 자주 만날 기회도 있었던 것은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일뿐만 아니고, 부모님 세대때 뉴욕으로 이민을 온 S는 유학을 계기로 처음 뉴욕에 생활하는 나를 늘 신경쓰고 챙겨주었다. 그래서 일이 아니어도 종종 식사나 네트워킹 이벤트에 불러주었다. 지난번에 S와 만났을 때는 공교롭게도 다리를 조금 다친 직후이고 해서 좀 지친 모습의 S를 보고 나도 그렇지만 S도 나이를 드는구나 싶었지만, 이번주에 만났을 때는 뉴욕에서 기억하는 S의 모습 그대로라 내심 기뻤다.

몇 년 전부터 스폰서(sponsor)라는 표현을 종종 듣는다. 2013년에는 실비아 앤 휴렛씨의 ‘멘토가 아니고 스폰서를 찾으라(Forget a Mentor, Find a Sponsor)’라는 책도 출판되었다. 멘토와 스폰서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이렇다. 멘토는 순전히 멘토가 일방적으로 멘티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이다. 멘토가 얻는 대가라면 좋은 일을 한다는 성취감 정도가 있겠지만, 그 외에 다른 대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많은 로펌에서 멘토와 멘티를 이어주고, 활동의 예산을 보조함으로써 회사 내의 멘토링 활동을 돕는다. 예전 회사에서는 서머 프로그램 중에 로스쿨 2년 정도 윗 기수의 선배 멘토를 지정받았고, 일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는 다시 멘토 관계가 생겼다. 지금 회사로 옮길 때도 멘토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업무 관계가 있는 선배를 원하는지, 연차는 몇 년 정도 차이가 좋은지 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여성, 아시안, 히스패닉 등등 다양한 회사의 다이버시티 그룹에서 따로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고, 식사나 커피 비용을 보조해준다.

한편 스폰서는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에서 멘토링 관계와 차이가 있다. 스폰서가 되는 선배 직원은 후배 직원으로부터 업무상 도움을 받는다. 즉,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스폰서십 관계가 성립한다. 그에 대한 대가로 스폰서인 선배는 승진, 평가 과정에서 후배 직원을 도와준다. 그래서 주고받는 (transactional)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멘토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폰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좋은 스폰서를 찾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예컨대 S는 기꺼이 멘토 역할을 자청해주었고, 업무 평가 과정에서도 회사측에 긍정적인 평가를 전달했다고 인사(HR)부서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S는 이상적인 스폰서가 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문제는 업무상 관계가 그렇게까지는 밀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의 안건을 몇 건 맡아서 하긴 했지만, 내 업무 전체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회사를 옮기고야 알았지만, 내가 회사를 옮길 생각을 할 때 S 자신도 자신의 커리어와 관련하여 고민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 내가 도쿄로 옮겨오고 몇 개월 지나서 회사를 옮겼다.

업무상 능력을 발휘하고 신뢰를 얻는 것은 스폰서 찾기의 전제 조건이지만, 그렇다고 꼭 좋은 스폰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그럴 만한 여건과 의지가 있는 선배, 상사가 있는지 하는 것은 운에 좌우되는 측면도 크다. 또 다른 한편, 내 근무 연차가 쌓이면서 내가 멘토링이든 스폰서십이든 도움을 받아왔던 것처럼 나도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선배인가 하는 생각도 종종하게 된다. 정답은 없고, 생각은 계속해야 하는 문제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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