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1) -인사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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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81) -인사 검증
  • 신종범
  • 승인 2017.06.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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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모 공공기관에서 직원을 채용하는데 면접관으로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일정 수의 외부인사를 인사위원으로 두고 있는데 필자가 그 위원이었다. 마침 재판일정도 겹치지 않아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설명을 듣는데 채용 인원은 3명인데 100여명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그 중 일반 행정직은 1명 모집에 무려 80여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청년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면접 대상이 몇 명이냐고 하니 지원자 전원이란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키지 않고, 면접 전 별도의 시험도 없으니 지원자 전원이 면접 대상이 되었고, 오직 면접 결과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게 되어 있었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다. 5명씩 그룹으로 묶어 면접이 이루어졌고, 1개 그룹당 1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사생활에 관한 질문이나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면접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전달 받았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정숙한 옷차림을 하고, 면접장으로 들어온 지원자들은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행동, 말투 하나 하나에 신경쓰는 모습이 역력했고, 취업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공공기관 내 인사위원인 면접관들은 미리 준비해 온 공통 질문을 하였는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정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필자를 포함한 외부 면접관들은 자유스럽게 질문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지원자 중에서 이 기관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 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 질문을 하고, 지원자들의 답변을 살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적합한 사람인지 가려 낸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가까웠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집중도는 떨어졌고, 학벌이 좋은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인상이 더 좋아 보이는 사람, 용모가 더 단정해 보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필자를 포함하여 면접관들의 질문 또한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한 적합한 질문이었는지 의문도 들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면접에 임한 지원자들에게 미안함을 간직한채 면접을 마쳤다. 기관 담당자에게 면접을 마친 소회를 전하며 이렇게 하면 결국 학벌 좋고, 말 잘하고,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이 될 것 같다고 하니 자신들이 필요한 사람은 좋은 학벌의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좋은 품성을 가진 성실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을 뽑기 위해서라면 채용 절차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국가의 혼란이 빠르게 수습되어 가면서 국민들의 생활도 안정되어 가고 있다.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직전 대통령과는 너무나 다른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 속에 자신이 약속한 공약들을 하나 하나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감동적인 행보와 과감한 개혁조치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반면, 야당들은 미미한 지지율에 존재감 마저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거칠 것 없어 보였던 대통령의 행보에 인사 검증이라는 논란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선택한 몇몇 인물들이 5대 사유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특히,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이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 장관 등의 일부 인사의 경우에는 야당이 대통령 공약사항 위반이라고 하면서 협조를 해 주지 않아 새 정부의 인선이 언제쯤 마무리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5대 사유를 포함하여 도덕성 문제로 공직자 인선이 늦어진 것은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야당에게 발목 잡지 말라고 하는 지금의 여당은 지난 정권에서는 야당으로서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공직후보자를 여러 차례 낙마시킨 경험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야당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해도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공직후보자가 발표되면 그 사람이 얼마나 전문성이 있고, 우리 삶을 더 낫게 해 줄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는 어렵지만, 그 사람이 수 십년전 살지도 않은 곳에 주소를 둔 적이 있고, 아들이 병이 있어 군에 가지 않았으며, 심지어 40여년전에 한 첫 번째 혼인신고가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서 무효가 되었다는 등의 정보는 알고 싶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보다는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훨씬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언론도 사생활 관련된 부분만을 집중해서 보도한다. 검증이라는 이름의 이러한 과정을 견디어 내고 임명을 받은 사람이건 끝내 견뎌 내지 못한 사람이건 만신창이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과 주변 관리가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성직자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활에 검증의 중심을 둘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에 검증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행 인사청문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어 ‘내로남불’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하여 일할 적임자를 뽑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모 공공기관의 면접관 역할을 마치고 몇일 후에 연락이 왔다. 면접 점수 종합 결과 누구 누구가 합격자로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워낙 수가 많아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을 뽑은 것 같냐고 하는 우문에 지내봐야 하지 않겠냐는 현답을 한다. 그 사람이 누구였건 면접볼 때 자세라면 어떤 일도 잘 해나갈 것 같다. 새 정부에 새롭게 인선된 분들도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위해 성심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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