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국문학과 국사의 입맞춤'(19)-같지만 다른 두 사람, 조선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다._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이이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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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국문학과 국사의 입맞춤'(19)-같지만 다른 두 사람, 조선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다._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이이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 이유진
  • 승인 2017.06.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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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남부고시학원 국어

국사전공지식 : 이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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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시조는 모르고 읽는다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착각할 만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자연을 노래하고, 그 안에서 숨 쉬는 자신의 상황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죠. 군더더기가 없는 담백한 작품들입니다. 이는 <도산십이곡>의 작가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고산구곡가>의 작가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세계관이 유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은 만물을 ‘이(理)’와 ‘기(氣)’로 설명하려 하였습니다. ‘이’를 형체도 없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존재하는 만물의 법칙이자 근본 원리로 보고, ‘기’를 시간적인 선후와 공간적인 시작과 끝을 가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작동하는 물질적 요소로 보았습니다. 이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으로 들어가 이를 ‘공부’하면 저절로 인간의 법칙이 설명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작품은 자연 속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자연의 모습과 함께 노래한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기론’이 완벽히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둘이 활약하던 명종 말 선조 초에 이르러 성리학에 대한 연구수준이 높아지면서 성리학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차이는 개선 또는 개혁해야 할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무엇으로 인식하는가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1) 따라서 성리학의 세계관이자 인간 본성, 즉 인성에 관한 이론인 ‘이기론’에 대한 논의는 당시로선 아주 중요한 문제였죠.
퇴계 이황은 ‘이는 기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였고, 율곡 이이는 ‘이와 기는 특성이 다르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퇴계 이황은 벼슬에 나간 적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재야에서 학문을 연구한 선비였습니다. 그는 당시 도덕적으로 부패했던 대신들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주리론(主理論)’을 펼쳤습니다. 이(理)는 도덕적 기준인 선(善)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고, 기(氣)는 가변적 성질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때문에 ‘이’를 근본으로 ‘기’와 섞이지 않게 수양하는 자세를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부패한 대신들에 의해 무너진 도덕적 기준을 확고히 하여 유교적 이상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율곡 이이는 퇴계와 다르게 정계에 뛰어들어 지속적으로 활동한 관료였습니다. 당시는 부패한 대신들이 어느 정도 숙청되고 성리학의 연구자였던 사림(士林)들이 정치를 주도하던 때였습니다. 율곡 또한 사림 중 한 명이었고요. 율곡의 사상인 ‘주기론(主氣論)’은 정권을 담당하고 현실을 주도적으로 개혁해 가는 입장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주기론’은 이(理)의 도덕적 기준의 절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기(氣)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2)

율곡의 ‘이통기국(理通氣局)’은 만물이 하나의 동일한 ‘이’를 공유하지만, 다양한 ‘기’의 성질로 인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성인과 일반인이 기질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이’를 갖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도 기질상의 병폐를 제거하고 탁한 기질을 정화하면 선한 본성이 회복되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기질 변화론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사회적인 문제에 적용한 것이 ‘제도 개혁론’인데, 율곡은 「만언봉사」에서 “때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은 법제이며, 시대를 막론하고 변할 수 없는 것이 왕도요, 어진 정치요, 삼강이요, 오륜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법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곧, ‘이’라 할 수 있는 왕도나 오륜을 고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혁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3)

동일한 성학을 주장하면서도 퇴계의 「성학십도(聖學十圖)」는 군주 스스로 성학을 따르면서 도덕적 기준을 세울 것을 제시한 반면, 율곡의 『성학집요(聖學輯要)』는 현명한 신하가 성학을 군주에게 가르치는 등 신하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더불어 여러 개혁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4)

퇴계와 율곡의 주장은 서로의 학파인 영남학파와 기호학파,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하는 동인과 서인에게 계승되면서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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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4. 조선전기, 김돈, 가람기획
2) 위의 책
3) 2017년 6월 평가원모의고사 국어 비문학 지문의 일부
4) 뿌리 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4. 조선전기, 김돈, 가람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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