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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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 노범석
  • 승인 2017.06.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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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국사 노범석 교수의 영화와 드라마로 보는 공무원 한국사>

고뇌하는 군주에서 냉혹한 빌런으로,
영화 <관상>과 드라마 <공주의 남자>

현대사에서 박정희는 당대 사람들의 상반된 평가가 팽팽하게 맞서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조선시대에 박정희처럼 당대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자였던 인물을 꼽자면 수양대군 세조가 있다.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은 당시 정황을 더 살펴보면 수양대군의 쿠데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의 조선 국왕은 세조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계유정난에 대한 비판은 곧 선대 왕의 비판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금기시되었다. 조의제문 사건으로 세조의 권력찬탈을 비판한 이유로 일어난 무오사화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영화 <관상>에 등장한 수양대군(배우 이정재)과 계유정난에 대한 묘사는 이전 드라마나 영화에서보다 더욱 실감나고 매력적이게 그려졌다. 촬영본에서 1시간이 넘는 분량을 편집하여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확보하였는데, 편집된 부분에서는 역모를 일으켜야만 왕이 될 수 있는 수양대군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한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장면을 편집한 결과 그간 사극에서 전형적으로 묘사되었던 수양대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수양대군을 다루었던 사극에서는 ‘고뇌하는 인간적인 군주’, ‘구국을 위해 오명을 감수한 영웅’으로 그려진 감이 적지 않았다. <왕과 비>에서의 수양대군은 형인 문종과의 약속을 두고 단종을 몰아내고도 그 처우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졌으며, 말년에는 죄의식으로 고통받는 군주로 그려졌다. <파천무>는 배우 유동근이 수양대군 시절부터 세조의 즉위후 얼마간의 치세까지 연기하였는데, 여기에서도 왕위찬탈과정과 유지에서 심적으로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섬세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주로 정통파 사극을 표방하는 작품에서 세조를 인간적이고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단종실록>과 <세조실록>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해석한 데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옹호하길 즐겼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관상> 등 퓨전 사극에서 세조를 카리스마 있는 빌런으로 묘사하여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11년에 방영한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묘사한 세조(배우 김영철)가 역대 최고의 세조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6회에서 정적인 김종서를 생각하며 “이 손으로 죽여드리리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권력에 대한 욕구가 넘치며 정적에겐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역대 사극들의 세조와 다른 점이다. 심지어 딸이 김종서의 아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용할 정도로 친족에게도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일전에 말한 적이 있었던 태종 이방원의 묘사에 대한 변천과도 궤를 같이 한다. <용의 눈물>의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고뇌하였던 인물로 묘사되었다가 20년 후 <정도전>에서는 아버지와 정도전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끝내 왕자의 난을 일으키면서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이정재는 수양대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치밀하게 연기하여 수양대군의 성격과 강한 권력에 대한 집착을 확실하게 소화해내었다. 영화에서 관상쟁이 김내경의 아들을 활로 저격해 죽이고서는 “저 자는 자기 아들 놈이 저렇게 절명할 것을 알고나 있었으려나? 난 몰랐네만...”이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수양대군의 냉혹한 모습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 명장면이기도 하다.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점차 옅어지면서 앞으로 나올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질 태종과 세조의 모습은 한껏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조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태종처럼 왕권 강화에 노력한 군주이지만, 법전인 <경국대전>과 역사서인 <동국통감>의 편찬을 시작하고 군사제도를 정비하여 조선 왕조의 기반을 닦은 군주기도 하다. 물론 그가 왕위에 오르는 데 도움을 준 세력들에게 정난공신‧좌익공신을 주어 이후 훈구파가 양성되는 원인을 제공한 군주기도 하다. 그렇기에 세조는 ‘암군’으로도 볼 수 없지만 ‘명군’으로도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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