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인사청문회와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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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인사청문회와 자유한국당
  • 오시영
  • 승인 2017.06.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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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장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인간이 60년쯤 흠 없이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면 모를까(그 경우도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가해지겠지?) 무한경쟁의 이 세상에서 한사코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조금 욕심을 내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의욕적 삶을 살다보면 이런 흠, 저런 흠에 수많은 상흔이 남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문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이는 결코 청문회장에 청문대상이 될 주요인물로 선임되지 않으리라는 사실과 무언가 열심히 하며 살아온 이가 청문회장에 불려나오면 이러저러한 흠에 대한 까발리기식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능력이 있는 이들 중에도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삶이 털리는 고통(?)과 수치(?)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고사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 분들은 그래도 자신의 분수를 알고, 흠을 알아 스스로 흙탕물 속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지혜로운 분들이지만, 국가를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헌신할 수 있는 기회, 더 많은 국민이 그들의 수고를 통해 이로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듯싶어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변호사 시절, 이혼소송을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부부 사이의 몇 십 년 삶을 몇 장의 소장과 준비서면으로 요약하다 보면 “상대방을 나쁜 놈”으로, “의뢰인을 천사 같은 분”으로 조작(?)하는 것이 너무 일상적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의뢰인의 설명과 증거 등을 참조해서 재판서류를 작성하는 대리인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모아 놓으면 어느 누구나 나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이라는 일방적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편파적 구성이 가능한 것이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복합적 인격체이기 때문에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면, 아니 다면적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한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 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과정에서나 청문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하겠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한나라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당이라는 사슬에 갇힌 새누리당”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위헌적 행위와 위법적 행위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출당 조치 등의 징계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물론 뇌물죄 등으로 형사기소됨에 따라 자유한국당 당헌당규에 의해 제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원권이 자동적으로 정지되었기는 하지만, 이는 당헌당규에 의한 자동적 제재였을 뿐 별도의 징계절차에 의한 징계처분은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진정한 변화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박근혜 대통령과의 결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권과 생사를 같이 해 온 여당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회를 통해 반영해 왔던 정당이 자유한국당이었고, 정윤회 문건, 최순실 국정농단,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삼성 등과의 정경유착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방패노릇”과 “거수기노릇”을 고수해온 죽은 정당, 썩은 정당, 비틀린 정당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즉 자체적인 내부 반성이 없었다.

소위 친박으로 불리며 꼭두각시 노릇에 열을 내었던 수많은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치마폭에서 호가호위하며 단물을 빨아먹고, 권세를 누렸던 수많은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스스로 죄인이로소이다!” 하고 자기고백을 하거나 정계를 은퇴한 이도 없다. 즉 책임지는 자가 없었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환골탈태하겠다는 천명이 허언에 그치고 말았음을 의미한다. 자유한국당은 입만 열면 자유한국당이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낯간지러운 수사를 늘어놓는다. 과연 진정한 보수는 어떠한 보수를 의미하는 것일까? 진정한 보수는 헌법정신에 투철하여 헌법질서를 지킬 것을 스스로 다짐하고 이를 실천하는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헌법은 유구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립의 역사이고, 자존의 역사이며 외세에 굴하지 않는 역사이다. 수많은 외침과 위협 속에서도 굳건하게 독립을 지켜내고, 외세침탈을 과감히 물리치며 민족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유지시켜 왔음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출발에서부터 흠이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길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ㆍ16 쿠데타세력이 설립한 민주공화당에 기초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고,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압살한 전두환 정권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후 당명을 바꾸며 민주자유당이나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으로 당명을 여러 차례 바꾸어 왔지만, 당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실체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발선상의 흠은 여전히 당내에 유보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러한 흠을 치유하기 위한 자기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했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진정한 보수는 법률을 준수하고 문화를 창달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주듯 수많은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기업을 옥죄어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출연케 하고, 문화계 인사들을 좌파니 우파니 하며 편을 갈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지원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돈줄로 목줄을 잡거나 수많은 방해공작을 통해 분열책을 써왔다. 문화의 자유로움, 문화의 창의성을 말살시켜 민족정신과 국민의 자유로움을 억압해 왔고, 이러한 정책을 은연중에 옹호하며 진실 규명을 방해해 왔음에 대한 자기 반성 또한 부족하였다. 왜냐하면 “잘못했습니다”라거나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입에 발린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함에도 여전히 그러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 또한 아쉬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보수는 국가 안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무엇이 국가안보냐라는 것인데, 국가안보를 단순히 “군사적 개념”으로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위 사이버전쟁, 경제전쟁, 문화전쟁 등 수많은 전쟁이 소리 없는 총성 가운데 전개되고 있다. 불법적 해커 한 명이 제3차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고, 한 명의 “외로운 늑대”가 수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불안의 상존화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물론 현존하는 북한의 핵위험으로부터 우리는 견고한 국방력을 유지해야 하고, 전쟁 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또한 든든하게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군사적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인 “사전 전쟁 억지” 즉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진정한 보수는 “전쟁 없는 한반도 정립”에 온 힘을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남북대치상황이나 군사적 대립관계를 완화하여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간 교류를 확대하여 상호이해 증진을 통한 전쟁 억지에 온 힘을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문화와 과거의 문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고부가산업을 창출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보수는, 자신들의 잘못을 고해성사하는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해온 정부 각료”들의 청문회 자료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수많은 내각 각료들이 임명될 때 “어떠한 흠”이 있었는지, “어떠한 범법행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이 강행”되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그 수준에 있는 인사청문대상자”라면 기꺼이 “임명 동의안을 채택”하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기준 잣대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선거 기간 동안 내세운 5대 인사방침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급히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고, 그러한 원인제공자가 자신들이었음을 부끄러워한다면 위와 같은 자기들이 여당일 때 임명을 강행하였던 기준 정도의 흠결을 가진 이들이라면 과감하게 임명을 찬성하는 협치의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조윤선 문화체육부장관, 김재수 농림수산부장관 등 수많은 후보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임명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임명되었다. 그들에게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수많은 비위사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임명이 가능했던 것은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즉 헌법 제66조 제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한 원칙에 따라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4항에서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일정 기간 내에 송부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장관 등을 임명할 수 있다고 “재량규정”으로 규정하고 있음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에 대해 정치권이 협치 등을 내세우며 정치적 공세를 가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장관 임명은 합법적인 것으로 법적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모든 상황은 자유한국당의 여당구실 제대로 못함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첫 번째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에 대하여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유한국당은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의사를 따르는 올바른 태도라 하겠다. 80%가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만을 거듭하거나 내각 구성을 지연시키면 그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자유한국당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홍준표 전 대표나 친박계 인사 등이 당권도전에 나설 것이 아니라, 초선 의원이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젊고 참신한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 당대표로 선출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사람이 바뀌어야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 자유한국당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10% 남짓의 국민지지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재생불가능한 식물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그대로 말라 죽어갈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거듭날 것인지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의 자유한국당, 새로운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의 자유한국당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말라 죽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보수당으로 거듭 태어나 대한민국 보수당으로서의 면모를 지켜나가, 한 축의 가치를 담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른정당보다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 위험 신호, 죽어가고 있다는 자각증세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못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것 참 신기한 일이다. 어찌 모를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진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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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2017-06-17 08:57:30
지금 한국당 비판할게 아닌라 장관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각종 위법을 저지른 후보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입니다. 지금 아무 힘없는 야당 비판할 때입니까?

편향 2017-06-17 08:53:00
교수님 생각에 안경환 법무 후보 문제 없어 보이나요? 만약 이런 후보가 박근혜 정건에서 일어났다면 괴연 교수님의 칼럼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내로남불식 칼럼은 힘이 없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교수님이 지난 정부에 쓴 칼럼과 지금 정부의 칼럼을 비교

자아성찰 2017-06-16 22:46:35
인사청문회 보면서 타인 걱정하거나 철학적인 생각하지말고 자아성찰 좀 하시기를.

비판 2017-06-16 15:04:22
어떴게 사람이 이렇게 180도 달라질 수 있나. 이전처럼 지금 청문회 후보둘의 민낯을 날카롭게 비판해 주세요. 교수님이 정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정말 뜨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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