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6)-상개혁약수(上改革若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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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16)-상개혁약수(上改革若水)
  • 강신업
  • 승인 2017.06.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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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조선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개혁을 꿈꾸었던 사람 중의 하나가 정암 조광조다. 그는 요순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사회로 보고 유교적 이상정치를 현실에 구현하려 했다.

조광조의 개혁 목표는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사회, 도덕적 윤리에 기초한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가 관리 선발제도로 현량과(賢良科, 조선 중종 때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게 하여 대책만으로 시험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나 향약(鄕約, 조선시대 향촌의 자치규약)보급 운동을 추진한 것은 덕에 의해 통치되는 유교적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한 번의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선발하게 되면 덕성을 평가할 수 없다면서 평소 학문과 인물 됨됨이를 지켜본 동료 유생들의 추천을 받은 자에 한해 시험을 치르게 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향촌 사회에 성리학적 윤리를 확립하고 미풍양속을 진작시켜 구성원 모두가 상부상조하며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기획했다.

그러나 민본정치를 슬로건으로 한 조광조의 개혁은 결국 실패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과격했기 때문이다. 개혁은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임에도 그는 혁명적 방법을 차용했다. 처음 조광조의 개혁을 지지하던 중종조차 그의 급진성과 과격성에 진저리를 낼 정도였으니 그의 개혁은 어쩌면 그 방법에서 이미 실패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해야 한다.

조광조는 이상을 실현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신들의 의견에 맞지 않는 반대세력을 소인배로 지목하는 등 알력과 반목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설득과 양보를 통해 타방을 설득해 나가는 대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전사의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그의 몰락을 가져온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율곡은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조광조에 대해 “오직 한 가지 애석한 것은 조광조가 출세한 것이 너무 일러서 경세치용(經世致用)의 학문이 아직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충현(忠賢)도 많았으나 이름나기를 좋아하는 자가 섞여 있어 의논하는 것이 너무 날카롭고 일하는 것도 점진적이지 않았으며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으로 기본을 삼지 않고 겉치레만을 앞세웠으니, 간사한 무리가 이를 갈며 기회를 만들어 틈을 엿보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신무문(神武門)이 밤중에 열려 어진 사람들이 모두 한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라고 썼다. 조광조의 개혁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조광조의 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개혁은 늘 어려운 것이다.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려진 설계도에 따라 개혁 작업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설계도에 없는 작업을 즉흥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 지나친 이상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정치는 결코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정치는 설익은 풋내기의 한낱 꿈을 시험하는 현장이 아니다. 정치는 누가 더 선한가를 다투는 경연장도 아니다.

개혁은 기본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문제이지 전에 집권했던 세력을 도덕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개혁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체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사회적 모순을 제거하는 것이다. 때문에 개혁은 기존의 사회제도 또는 정치체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키는 혁명보다도 어려운 것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쌓인 사회적 모순과 구폐를 타파하고 국민을 보다 잘 살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개혁의 궁극적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혁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이 되어야 한다. 목표가 아무리 높고 좋다 하더라도 과정과 방법이 사회와 국민의 수용한도를 넘는 것이라면 그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을 망치는 것은 대개 바늘허리에 실매는 조급증과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과 아집이다. 개혁은 때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결대로 흘러가는 것이어야 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이치는 개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개혁약수((上改革若水)의 이치를 명심하는 것, 아마도 이보다 더 좋은 개혁 성공의 방법론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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