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리도 결선투표제를 사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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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리도 결선투표제를 사용해야 할까?
  • 신희섭
  • 승인 2017.06.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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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2017년 5월 7일 프랑스에서는 39살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언론에서는 최연소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점이나 기성정당이 아닌 의석이 하나도 없는 신생정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점이 주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의 당선은 다당제 경쟁구조와 결선투표제라고 하는 제도적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5월 18일 기념사에서 개헌논의를 공식화했다. 6월 14일 시도지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방분권과 관련해 개헌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민주화 30주년이 되는 지금 시점에서 현재의 헌법구조는 바꿀 때가 되었다. 개헌논의가 제대로 점화가 되면 각 영역에서의 세부적인 논의들이 활발히 타오를 것이다. 그 중 우리가 주목할 세부적 부분 중 하나는 대통령선거제도와 관련한 결선투표제이다.

한국은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 모두에서 다수결주의를 차용하고 있고 다수결주의 중에서도 상대다수제를 선택해왔다. 상대다수제는 후보자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제도이다. 투표 과반수득표와 같은 특정 기준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교적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중에서는 절대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것은 상대다수제보다는 절대다수제가 가지는 장점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상대다수제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지지로 당선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1997년 볼리비아에서는 반저장군이 20%의 득표로 대통령이 되었다. 또한 1992년 필리핀에서는 피델 라모스후보가 23.6%로 당선이 되었다. 이 결과는 대통령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관련된 권력을 전취(catch-all)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국가들은 절대다수제를 사용하며 그 중에서 결선투표제를 사용한다.

프랑스가 대표적인 결선투표제를 사용하는 국가이다.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50%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을 경우 1위, 2위 후보를 남겨 2주 뒤에 2차 투표를 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이 어려운 후보들이나 1차 투표 결과에서 3위 이하로 밀린 후보들은 결선투표에 올라간 후보들 중 누군가를 지지할 것인지를 정하여 지지선언을 하거나 정당연대를 모색한 뒤 2차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1차 투표에서 떨어진 정당들의 지지자들은 두 번째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를 정확히 떨어뜨려야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

2002년 프랑스 대선은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1차 투표에서 우파와 좌파간 경쟁이 깨지고 우파의 자크 시라크(19.88%득표)와 극우파의 장마리 르 펜이 2차 투표에 올라간 것이다. 당시 좌파 후보인 리오넬 조스팽이 16.18%의 지지를 얻어서 16.88%를 얻은 르 펜에게 패배한 것이다. 많은 이들은 우파와 극우파간 경쟁이 생기자 좌파진영의 투표 불참을 걱정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2차 투표에서는 극우를 떨어뜨리겠다는 신념이 작동하여 투표율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유권자들은 온건한 우파인 자크 시라크에게 82.21%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장 마리 르 펜은 17.79%의 지지를 받게 되었는데 이는 1차 투표의 결과보다 0.91%만 지지율이 증대하였다는 것이다. 해석하자면 결선투표제도가 누군가를 떨어뜨릴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작동한 것이다.

이번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장 마리 르펜의 딸인 마리 르펜이 15년만에 아버지의 대를 이어 2차 투표에 올라갔다. 4월 23일 치뤄진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은 23.7%의 지지를 받았고 마린 르펜은 22%의 득표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따라 프랑스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프랑스 역시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고 주장하여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르펜은 34%의 지지만을 획득하여 아버지에 또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마크롱후보에게 2차 투표에서 66%의 지지가 몰린 것이다. 결선투표제도가 아버지에 이어 딸의 운명도 결정하였다.

모든 투표제도가 그렇듯이 결선투표제도 역시 단점이 있다. 2명의 후보로 지지가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못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프랑스 대선의 경우 마크롱후보와 르펜후보로 선택이 좁혀지면서 좌파의 대표정당인 사회당이 몰락하자 갈 곳을 잃어버린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25.4%라고 하는 2차 투표 사상 가장 높은 기권율을 보인 것이다. 이는 1차 투표의 투표율인 77% 보다 낮은 투표율이다. 문제는 투표장 안에서도 드러났다. 투표장까지는 갔지만 정작 두 후보 모두에게 지지를 보낼 수 없었던 유권자들 중 11.5%가 백지를 내거나 투표용지를 훼손하였다. 이것은 앨버트 허쉬만(A. Hirschman)의 개념을 빌려 설명하자면 투표자체를 거부한 ‘탈퇴(exit)를 선택한’ 유권자들과 투표장에는 갔지만 정치적 ‘저항(voice)을 선택한’ 유권자로 갈리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뒤인 6월 11일 치러진 프랑스의 총선결과는 결선투표제가 가지는 단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프랑스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인 48.7%를 보였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에서 마크롱의 신생정당인 앙마르슈는 28%의 득표를 하였고 민주운동당과의 연합으로 32.6%까지 득표율을 높였다. 프랑스 총선은 특정 후보가 지역에서 과반 수를 넘지 못할 경우 12.5%이상의 득표자들만 모아 1주일 뒤 결선투표를 한다. 현재 프랑스 내 정당별 지지율은 공화당이 20.9%,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13.1%, 전 집권당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당 9%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마크롱에 대한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32%의 지지율을 받은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연합은 전체 의석에서 77%이상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본질은 투표제도가 너무 낮은 지지율로 너무 많은 권력을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을 하면 너무 적은 지지로도 정치적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부여한다. 게다가 유권자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줌으로서 정권탄생에 있어서 정당성을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특성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한국은 이념과 지역이라는 기준으로 다당제를 선택하였다. 2017년 조기 대선에서는 이념에 기초하여 다당제를 유지할 뿐 아니라 유효정당수를 4개로 늘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대통령은 다당제 경쟁으로 인해 낮은 지지율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1987년 36.6%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처럼.

구체적이고 사려 깊은 개헌논의를 위해 결선투표제도가 가지는 의미를 한국적 맥락에 맞추어 좀 더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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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규 2017-06-18 09:52:5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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