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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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 정인영 기자
  • 승인 2017.06.13 13: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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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정인영 기자]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기사를 읽고 메일이나 전화로 질문을 주시는 독자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혹시 내가 큰 실수를 했으면 어떡하지’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확인하곤 한다. 다행히 큰 잘못 없이(?) 해결이 가능한 사안들로서 답변 가능한 사항은 답변을 하고 실수가 있었던 사항은 수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게 대부분이다.

더 가끔씩은 추가로 취재해서 기사화해달라는 취재요청을 받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시기가 지난 뒤 메일을 확인한 바람에 답변을 미처 못 하기도 하고 답변을 아예 할 수 없어서 못 본 척(?) 넘어간 적도 있다(지면을 통해 사과드린다).

아무런 피드백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인데, 지나고 보면 누군가가 내 기사를 읽고, 또 꼼꼼히 보고, 심지어 의문점을 갖게 되고, 나아가 질문까지 보내주는 것은 대단히 감사한 일이란 걸 깨닫곤 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실수를 수정할 기회를 갖게 되며 무엇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조금 더 ‘성의’있게 하자고 마음먹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인지라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란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몸과 마음의 자세를 고쳐 바로하게 되는 등 조금은 나아지기 마련이다.

사실 나름대로 공을 들인 손에 꼽히는 기사 외에는 ‘이런 기사를 내보내도 되나’ 시험에 들고, 또 나름대로 공을 들였으나 마음만큼 잘 써지지 않아 부끄러울 때도 역시 ‘이런 기사를 꼭 내보내야 하나’ 하는 마음에 괴로울 때가 부지기수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 어차피 아무도 안 볼거야’라고 일부러 생각해버리곤 한다.

평균 조회수만 봐도 분명히 꽤 많은 분들이 볼 거라는 걸 알지마는, 기사를 쓰고 올릴 때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위축돼버려 아예 쓸, 혹은 노출시킬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내 기사는 아무도 안 읽을거야, 대충 볼 테니까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거다.

그렇게 점점 편안하게, 긴장 없이 ‘그저’ 쓰고 내보낸 기사들에 가끔씩 댓글이 달리거나 질문 메일, 전화가 오면 그때마다 다시금 긴장하게 되고 ‘정신 차리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꼭 이런 보이는 피드백이 없을 때도 느슨해지는 마음과 태도가 느껴질 때면 ‘아무도 안 볼거야, 괜찮아’가 아닌, 오히려 정반대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란 생각으로 긴장하고, 풀어져 있던 마음과 몸의 태도를 고쳐 바르게 해줄 필요가 있는 건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부재 때문은 아닐까. 사실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든 없든 그 조차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 몰입하는 것이, 공부와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긴 수험기간 내내 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긴 수험기간 중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지면서 자칫 긴장감이 사라져 나태해진 상태에서 ‘그저’ 공부할 때, 몸과 마음을 깨울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할 거라 생각된다.

모의고사를 보고 스터디를 하는 등의 보이는 피드백도 의미 있겠지만 혼자 공부하는 긴 시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누군가’로 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내가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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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2017-06-13 18:56:13
훌륭한 마음가짐이십니다..

화이팅

누군가 지켜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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