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인사청문회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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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인사청문회에 대한 소견
  • 오시영
  • 승인 2017.06.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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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하여 각 부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다섯 가지 비위사실이 있는 자에 대해 고위공직자 임용을 배제하겠다는 인사5대원칙을 발표하였다. 위 5대 원칙을 지킨 자 중에서 능력 있는 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경제기획원장관,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 등이 모두 위 다섯 가지 배제 원칙 중 하나 또는 수 개의 위반사실이 밝혀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힘든 검증 과정을 밟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던 위와 같은 사유들이 결정적 결격사유로 등장하고,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위와 같은 하자 여부에 대한 엄격한 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비합법적 병역 면탈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될 수 없다. 국민의 4대 의무 중의 하나인 병역의무를 위반한 자가 고위 공직자가 되어 국가 공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의 문제는 어떠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테크를 하는 방법으로는 금융자산에 투자하거나 실물재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도 안전한 예금 방식을 취하거나 위험성이 있지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주식 투자 등의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기업의 내부 정보를 공직 등 권력을 이용하여 취득한 후 비합법적 방법으로 주식 등을 투자하여 고수익을 올리는 등의 비위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역시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주식 공개시장에서 합법적 절차에 의해 주식을 취득하였고, 그 주식이 고수익을 올린 경우에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실물투자의 경우, 특히 부동산 투자의 경우에 아무리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시세차익을 많이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취득 과정이 합법적이라면 이를 부동산 투기라고 매도할 것도 아니고 비난할 것도 아니라 하겠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실물에 투자하여 이익을 취하든 그러한 이익추구행위는 당연히 보호되고 보장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에게 공지되지 아니한 개발정보를 공직자와의 부정한 결탁을 통해 취득하거나, 빼내는 방법으로 개발예정 부동산 등을 취득하여 폭리를 취하였다면 이러한 부정한 투기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고, 그러한 행위를 한 자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보 이용의 악습은 그가 공직 수행과정에서 사익을 위해 악용되거나 유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부동산 투자라면 아파트를 몇 채 가지고 있든, 전국 방방곡곡에 수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든 이를 비난할 것은 아니라 하겠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매매가격을 낮추거나 높이는 방법 등으로 세금 탈루 등의 고의가 있을 경우에는 물론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금 탈루의 문제도 고의적으로 소득을 감추거나 은폐한 경우가 아니면 비난할 것은 아니라 하겠다. 우리 세금 체계는 세금을 자진 신고하면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내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기관에서 가산세 등을 붙여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들이 제때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세청 등에서 이를 조사하여 세금을 부과하면 될 일이고, 자진신고 누락자는 자진신고하지 않고 늦게 내게 됨으로써 이러한 불이익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과세관청이 이러한 추후 과세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이지만, 이는 국가 자체의 문제인 것이지 세금을 내지 않은 국민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즉 사전 납부제도를 잘 알아 세금을 납부하는 자는 자진하여 일정 비율의 감세 혜택을 받고자 적극적으로 세금을 자진 납부하면 그것은 그것으로 족한 것이고, 내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비난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자진납부를 해야지 하지 않은 자가 무얼 잘 했다고 큰 소리를 치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우리 과세제도가 자진납부하면 세금을 일정 비율 감면해주고, 자진납부하지 않으면 세금을 감면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산세를 물리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그 제도에 따라 자진납부하여 감면 혜택을 받거나, 하지 않아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 스스로의 몫인 것이지, 전자라 하여 칭찬하고 후자라 하여 비난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객관적인 것이다. 특히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경우 위와 같은 방식이 원칙이기 때문에 자진납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를 비난할 것도 아니라 하겠다. 가산세를 부과하여 추징하면 될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 납부 현황을 정확하고 면밀하게 추탈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여 문제이다. 따라서 국세청 등 해당 관청의 공무원을 증원하거나 시설 등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 편성 등을 서두를 일이지, 세금을 자진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여 국민을 비난할 것은 아니라 하겠다.

위장 전입, 즉 주민등록법 위반 문제는 주민등록법이 주민의 등록을 통해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처리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임을 참작하여 그 위반의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주소를 규율하는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민법 제18조는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주소로 정의하고 있으며, 동시에 두 곳 이상에 주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법의 주소 개념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두 곳에 생활의 근거 되는 곳을 둘 수 있는 “주소복수주의” 및 “주소객관주의”에 따라 두 곳 이상에 주소를 둘 수 있다. 그런데 주민등록법 제6조는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를 등록하도록 강제하여 한 곳에만 주소를 두도록 하고 있어 주소복수주의를 취하고 있는 민법과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등록법 위반 여부도 민법이 주소를 복수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하거나, 특정 지역으로의 인사 목적을 위한 위장전입, 자녀들의 유리한 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등은 비난가능성이 높으므로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논문 표절의 문제 역시 학문을 하는 이라면 매우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학문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자인 경우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할 사항은 아니라 하겠다. 다만 고위 공직생활 과정에서 박사 학위 취득 등이 인사상 유리하게 작용하여 승진이나 보직 등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이 역시 그 부당한 이익 취함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내세운 고위공직자 인사 5대 원칙은 그 동안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고질적인 문제점들의 집약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2000년도에 도입된 후 점차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오늘에 이르렀음을 고려하여, 그 이전에 그러한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와 그 이후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평가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나 횟수 등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안은 객관적 사실 존재 여부 및 그 존재 사실에 대한 ‘중대한 위법성 여부에 대한 평가’라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형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초범이거나 경미한 위법사안의 경우에는 검찰 단계에서 처벌하지 않는 ‘기소유예’제도가 있고, 법원 단계에서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등의 방법으로 선처하는 경우가 있으며, 징계의 경우에도 ‘주의 또는 경고’ 등에 그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 후보자에게 위와 같은 결격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낙마시켜야 한다거나 고위 공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단세포적 논리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겠다. 결국 법위반 여부가 중대하냐, 즉 공직을 맡기는 것이 타당하겠느냐 여부 등을 심도 있게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신공격이나, 가족이나 친지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로나 비난성 공격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인격 주체는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고, 배우자나 자식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자녀나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른 법인격체인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거나, 자녀의 외국 국적 때문에 공직을 맡길 수 없다는 등의 논리는 헌법이 배제하고 있는 연좌제를 인사청문회에서 무시하는 것으로 심히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살아보면, 오히려 가족관계 등이 없는 타인은 이해관계를 통해 합의나 조정을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애정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러한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즉 자식이라고 하여, 배우자라고 하여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자식과 골프만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는 시중의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능력이 탁월하고, 공적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면 약간의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당사자의 충분한 사과와 반성, 위반에 대한 도덕적, 법적 책임을 물은 다음의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스꽝스러운 일은 청문회장에서 질문하는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이나 법 위반행위가 오히려 그들의 자격이 있느냐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경우조차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법 위반 전과가 수두룩하다거나, 음주운전에 성매매 의심을 사는 전력이 있거나, 불법선거자금 수수로 형사처벌받는 등 질문하는 국회의원들 중에 오히려 후보자의 검증 이전에 자신에 대한 검증이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 또한 코미디 같은 현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보다 더 심도 있는 인사검증절차를 통해 도덕적, 법률적으로 하자 없는 능력 있는 후보자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느린 황소가 천릿길을 걷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우직하게 정도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여당도 정부에서 추천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찬성할 것만은 아니고,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몰두하여서도 아니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위기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장악하고 국리민복을 위한 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재의 상황 발단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여당일 때 빚어진 일임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겸손하게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사이에 국민들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에 살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곤고한 기득권층은 여전히 권력을 등에 업고, 재력을 등에 업고, 언론을 등에 업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개혁에 집단반발하거나 저항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민들은 여전히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직접 민주주의의 결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고, 끊임없이 기득권들의 부당한 권력 횡포에 맞서 저항하고 대항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혁을 요구해야 할 것이고, 적폐청산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그렇게 끊임없는 국민의 깨어있는 자각과 요구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좋은 공직자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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