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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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85)
  • 박준연
  • 승인 2017.06.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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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자세

로펌의 서머 프로그램은 2개월에 걸친 인터뷰라고도 불린다. 물론 여름 프로그램을 마치고 서머 어소시에이트를 대상으로 졸업 후 회사 취업 오퍼를 주는 비율(offer rate)은 당시의 경기와 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회사의 1년차 변호사 수요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예컨대, 내가 로스쿨 2학년을 마치고 서머 어소시에이트로 일하던 시기는 미국발 전세계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그에 따른 신입 변호사 수요 감소로 오퍼 레이트가 유례없이 낮았다. 하지만 그런 통제 불가능한 요소를 제쳐두면, 취업 오퍼를 받는지는 여름을 성실하게 보내는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대형 로펌의 오퍼 레이트가 100%에 가깝다고 해도, 큰 실수를 해서 혹은 사고를 일으켜서 오퍼를 받지 못했다는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얘기는 어보브더로(Above the Law)에서도 가끔씩 읽게 된다.

수없이 많은 이벤트와 점심, 저녁식사에 참가하다보면, 서머 프로그램의 본연의 의미는 이런 행사들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다. 서머 어소시에이트가 제출한 결과물은 철저한 검토없이 클라이언트나 재판 상대방측에 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그럴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내용 검토, 문서 형식 준비를 마친 후 최종적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가 체크해서 고쳐주겠지, 하는 생각은 실제로는 그리 틀린 생각이 아닐 수는 있지만 미완성의 업무 결과물은 인상을 나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결과물을 제출한 다음에는 선배 변호사들의 피드백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프로그램을 마치고 공식적인 리뷰가 따로 진행되지만 그때그때,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의견을 듣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선배들이 바빠보이면 보일수록 피드백을 부탁하는 것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바빠도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부탁을 받고 무시하는 선배 직원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한 졸업 후 그 회사 취업을 생각하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서머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해질 기회이다. 물론 파트너나 선배 어소시에이트를 알고, 가능하면 함께 일도 해볼 기회를 찾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로펌 구성원들, 그러니까 파라리걸, 비서나 프린트 룸, 메일 룸 직원들, 다른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친해지는 것은 졸업 후 실제로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또, 서머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동기들과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기들이 나중에 장시간 일을 할 때 수다를 떨고, 함께 고민을 나눌 회사 동기들이 되기 때문이다. 큰 오피스의 경우,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 변호사들의 수가 많으므로 서머 어소시에이트는 주목의 대상이 되기 쉽다. 실제로 프로그램 시작 전에 회사 전체 이메일을 통해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간단한 소개(출신 학부, 로스쿨 정보와 이력서, 사진 등)가 전달되므로, 지나가다가 마주쳤을 때 서머 어소시에이트인 나는 상대방을 몰라도 상대방은 내가 누구인지 알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엘리베이터나 다른 회사 공용공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웃으면서 이름을 밝히고 여름에 일한다는 설명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게 지나쳐서 엘리베이터에 탄 다른 회사 사람에게도 자기 소개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물론 2개월동안 서머 어소시에이트로 일하는 학생들을 평가하지만, 서머 어소시에이트의 입장에서도 이 회사가 나한테 맞는 회사인지 평가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 바로 서머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드물지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 오퍼를 받았더라도 학기 시작 전에 새로이 회사에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서머 프로그램은 로스쿨 학생에서 로펌 변호사로 성장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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